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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이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면서 재계에 '호칭 파괴'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이러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내부적 혼란과 문제점이 지적되며 원상태로 복구하는 등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다시 '호칭 파괴'가 화제가 되는 가운데 '님' 호칭으로 알려진 CJ그룹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사례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CJ그룹은 지난 2000년 1월 '님' 호칭 제도를 도입, 대기업 호칭 파괴의 '효시'라 하겠습니다.


이재현 회장님? 이재현 님!

호칭 파괴로 기업문화 변화를 추구한 CJ(2001년 자료사진)

사내에서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호칭 파괴'를 시작한 지 어느덧 17년째, CJ그룹의 전 임직원은 상하급자 호칭 때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릅니다. 심지어 그룹 내 공식 석상에서도 이재현 회장을 호칭할 때도 거리낌 없이 '이재현 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1998년, 21세기를 앞두고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기업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직적인 명령이 횡행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사장되기 일쑤였습니다. 고민을 이어간 최고경영진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999년 임원회의에서 제시된 충격적인 방안이 바로 '호칭 파괴'였습니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경쟁에서는 분명히 이겨야 합니다. 부드럽다는 것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며 상황에 맞게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2000년 '님' 문화 도입 당시 임직원들에게 빠르게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이재현 회장 스스로 이재현'님'으로 호칭하는 등 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의 솔선수범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CJ그룹의 사내 인트라넷에는 '이재현 님 대화방'이라는 코너가 있는데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며 임직원들이 이재현 님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죠. 더불어 사내 방송에 출연한 임원들은 아래 직원들을 부를 때 스스럼없이 '님'자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2006년 이미경 부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여성상(Women's world awards) 경영 부문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하며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친동생인 이재현 회장을 '이재현 님'으로 호칭, 큰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파격적이지만 오래 못 갈 것' 평가절하,
이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기업문화로

2000년 당시 '님' 호칭은 여성적인 어감이 강했습니다. 외부에서는 상하급자가 모두 '님'으로 부르면 어떻게 조직관리가 되겠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파격적이긴 하지만 오래 못 갈 것이라는 평가절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그러할까요? '님' 호칭은 그간 CJ그룹의 대표적 기업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며 많은 기업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었습니다.

2000년 새해부터 CJ그룹이 '님' 호칭 제도를 전격적으로 시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시는 IMF 외환위기 이후라 기업이 맞닥뜨린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직원들의 창의성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반세기 동안 식품 사업을 해온 CJ는 '님' 호칭제를 도입해 회사 내 의사소통을 더욱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직장 내 선후배 간 모두 존중하는 문화를 이끌며, 젊거나 직급이 낮은 직원의 생각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실 변화는 '호칭파괴'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결재 절차도 간소해졌습니다. 담당-대리-과장-부장-임원으로 이루어졌던 결재시스템이 기안-조정-결재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궁극적으로 호칭 파괴와 결재 시스템 단축은 빠른 보고, 의사결정으로 이어졌고, 스피드경영이 가능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창조성이 강조되는 기업 문화, 빠른 성장 이끌어

2002년 신 CI 런칭 광고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해 창조성이 강조되는 조직 문화로의 변화는 그룹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님' 호칭을 실시한 이후 CJ그룹은 빠른 성장을 이뤘습니다. 물론 기업 호칭 제도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찾는 것이 일견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님' 호칭 제도를 통해 이룬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CJ그룹 사업 성과에 일으킨 놀라운 변화입니다.

CJ가 기존 사업과 판이하게 성격이 다른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이를 발판으로 좋은 목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님' 호칭을 통한 창의적 조직 문화가 있었습니다.

2000년 전까지 제일제당그룹(2002년 CJ그룹으로 변경)은 식품 사업을 주력으로 경영해 왔습니다. 설탕ㆍ밀가루ㆍ식용유 등 소재사업 중심의 제일제당이 주력사였습니다. 하지만 '님' 호칭 실시와 동시에 CJ는 2000년 CJ오쇼핑(당시 39쇼핑)을 인수하며 신유통 사업에 진출하고, 또 2003년에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을 강화하는 등 이종(異種)의 사업군을 영위하며 현재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님' 호칭 제도를 통한 창의적 경영환경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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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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