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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너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도깨비 같은 소리지만, 지금의 봄에 꼭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뿌려지는 햇살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지는 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더 애틋해지는데요. 하지만 야속한 시간을 탓하며 넋두리하기엔 봄은 너무 짧습니다. 멀리 갈 수 없다면 어슬렁 동네 산책에 나서보세요. 동네가 담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면 봄날의 산책은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다양한 인문학적 재미와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tvN의 교양 토크 프로그램인 ‘동네의 사생활’에는 특별한 동네 4곳이 등장하는데요. 함께 걸으면 더 좋은 그곳의 골목길을 소개합니다.


길에서 만난 뜻밖의 감성, 부암동 골목 여행

크고 작은 카페와 맛집, 개성 있는 갤러리 등이 많아 감성적인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동네, 부암동. 작은 돌을 바위에 나이만큼 문질러 돌이 바위에 들러붙으면 아들을 얻는다 하여 이름 지어졌으며, 무릉도원의 계곡과 꼭 닮아 '무계동'이라 부르기도 했다. 세련된 카페와 예스러운 시간이 공존하는 이곳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





석파정과 무계원, 그리고 윤동주문학관까지

석파정의 모습

인왕산 북동쪽 바위산 기슭에 위치한 석파정은 중국풍의 수려한 정자와 빼어난 산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에서 난을 치며 예술적 활동을 펼친 흥선대원군은 당시 시대 상황을 그림에 반영한 ‘석파란’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야심과 심경을 표현하는 등 정치가가 아닌 예술가 이하응의 삶을 그렸다.

무계원

무계원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복숭아꽃 핀 낙원과 그 풍경이 비슷해 화가 안견에게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했던 곳이다. 당시 안평대군이 같은 장소에 지었던 정자 ‘무계정사’의 이름을 따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지금은 도심 속 전통문화 공간으로 많은 사람의 휴식공간이 되었다.

윤동주문학관

윤동주 시인 시비가 있는 청운공원 일대에 위치한, 사용하지 않는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활용해 만들어진 윤동주문학관도 있다. 문학관 옆으로 이어져 있는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머리 위로 별이 떨어질 듯한 하늘을 바라보며 상처받고 부끄러워했던 시인의 젊은 날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이토록 깊은 동네, 역사가 흐르는 창신동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동네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배경이 되고 데이트 코스로도 자주 이용된다. 하지만 슬픈 역사가 남겨진 옛 동네는 아름답지만 아프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은행, 경성역, 경성부청사, 조선총독부를 짓기 위해 채석장에서 돌을 캐면서 생긴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창신동의 절개지는 걸음 걸음마다 사색에 젖어 들게 한다.





낙산공원과 봉제골목, 그리고 예술가의 집터까지

낙산공원의 모습

산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낮은 낙산, 하지만 그 꼭대기에 오르면 확 트인 서울 풍경에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조선 왕조 500년 도읍지를 굳건히 지켜온 서울 성곽길 중 하나인 낙산공원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이어지는 역사의 현장이 된다.

봉제마을

낙산공원에서 동대문으로 내려오는 골목길을 걸으면 봉제마을을 만날 수 있다. 겉보기엔 흔한 주택가지만, 골목마다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하다. 채석장으로 쓰였던 이곳은 이주민과 피난민이 몰려들며 판자촌으로 변신했고, 가까운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종업원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채석장에서 쪽방촌, 섬유산업의 근간으로 거듭난 작은 골목길은 우리 역사의 축소판이다.

예술가들의 영감의 장소, 창신동

창신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인 박수근과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장소이기도 하다. 박수근의 유명한 <빨래터> 역시 이곳에서 탄생했다. 최근 이곳에 남아있는 그들의 흔적을 모아 한국 근현대 미술문화의 두 거장을 기억하는 길이 조성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거로의 여행, 1950년대를 간직한 부산의 골목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을 골목길은 기억한다. 한국전쟁으로 약 3년간 피란수도 역할을 했던 부산우리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산증인이다. 그때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하여 전시하고 있는 임시수도기념관은 과거의 기억을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다. 화려한 부산의 모습에 수수했던 그때 그 시절이 오버랩 된다.





초량 이바구길, 보수 책방골목, 그리고 깡통시장까지

초량동의 모습, 168계단

당시 피난민들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동네 중 하나인 초량동부산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압권이다. 단, 168개의 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걸으며 만나는 풍경이 주는 느낌도 놓칠 순 없다. 골목마다 들어선 자그마한 카페와 쉼터가 정겹지만, 예전엔 힘겨운 삶의 현장이었음을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보수동 책방골목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보수동 책방골목에 잔뜩 쌓인 책들이 흘러간 시간을 보여준다. 한국 전쟁 당시 미군들은 보던 잡지를 팔기 위해, 피난민들은 책을 팔아 생계를 잇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헌책을 사고팔던 작은 골목은 이제 또 하나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깡통시장

책방골목과 마찬가지로 남포동 깡통시장의 시작도 역시 전쟁이었다. 미군 부대에서 반출된 통조림 같은 깡통 제품을 판다고 해서 ‘깡통시장’이라 불렸다. 지금도 다양한 수입품과 함께 이름도 다 못 외울 만큼 먹거리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시장이다.


근대화의 시작, 이국적인 풍경의 군산 거리

일제강점기 당시의 잔재가 유독 많이 남아있는 곳, 전북 군산. 하지만 그 모든 치욕을 그대로 지워버리기보단 제대로 간직함으로써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골목골목 상처가 패인 그곳에서 우리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조심스레 말을 건네온다.





일본식 가옥, 근대거리, 그리고 특별한 맛집까지

신흥동의 모습

오래된 일본식 건물이 작은 동네를 이루는 군산 신흥동일제강점기에 부유한 일본인들의 거주지였다. 다양한 일본식 가옥이 즐비한 골목은 마치 오래된 일본의 거리처럼 생경하다. 군산에서 큰 포목점을 하며 돈을 벌었던 히로쓰가 지은 대형 목조주택을 바라보며 이국적이라는 말로는 다하지 못할 화려한 슬픔이 스며든다.

근대거리

군산의 거리를 걷다 보면 시간여행자가 된 듯하다. 1900년대 초 일본식 건물들이 들어선 이곳은 ‘근대거리’로 거듭났다. 일제강점기 때 은행은 근대미술관으로 변했고, 일본인이 운영하던 상사 건물은 카페와 다다미방 북카페로 변신했다. 영화에 나온 유명한 ‘초원사진관’은 과거로의 여행에 마침표를 찍어준다.

군산의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 ‘이성당’에는 매일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야채빵과 단팥빵을 맛보기 위한 기다림이다. 맑은 국물에 무와 파, 소고기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 전라도식 소고깃국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것도 잊지 말자.

각양각색 여행지에서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한 즐거운 시간, 그냥 걷기만 했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봄날의 따스함을 더 더해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번 주말엔 동네에서 행복한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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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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