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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한 곤드레나물밥에 고깃결이 살아있는 얼큰한 육개장,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는 토마토 미트볼과 크림 베이컨 포테이토… 지난 주말 제가 차린 저녁의 메뉴들입니다. 참 푸짐하지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요즘 가장 핫하다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요. 특히 칼칼한 육개장의 깊은 맛에 빠져 마트를 들락거리길 두어 달, 어느덧 이 맛을 만들어낸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싱글다이너(혼자만의 만찬을 즐기는 사람)를 자처한 리포터 ‘미스킴 라일락’ 님이 CJ제일제당 ‘비비고 육개장’의 개발 주역인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김무년 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


CJ제일제당, 맛의 핵심부에 잠입하다

김무년 님이 근무하는 'CJ블로썸파크'는 약 6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는 국내 최초·최대의 식품∙바이오 ‘융∙복합 R&D 연구소’이다. CJ의 로고(CI)를 본떠 3개의 꽃잎 모양을 형상화한 외관으로 조형미를 살리면서도 업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건축학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연구소라 입구에 다다를수록 마치 비밀의 문을 여는 것 마냥 기대감이 커져 갔다. 사전 ‘비비고 육개장’ 맛의 비결이 셰프 출신인 연구원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드라마 ‘파스타’의 주인공 ‘버럭 셰프’ 이미지를 떠올리며 조금 떨기도 했다. 실제로는 차분한 목소리에 열정 가득한 몸짓으로 김무년 님은 내게 새로운 셰프상(?)을 선사했다.


진짜 꿈을 찾아서, 특급호텔 셰프가 된 육상선수

CJ제일제당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미다스 손, 김무년 연구원을 만나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미다스 손, 김무년 연구원을 만나다

어머님께서 요리를 정말 잘하셨어요. 강원도 산·들·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해주셨거든요. 쌈으로 안성맞춤인 쇠미역, 향긋한 산버섯, 방금 낚아 올린 해산물까지. 맛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요리로 업으로 삼겠단 생각이 떠난 적이 없습니다.

김무년 님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강원도 대표 중거리 선수로 발탁되었고, 같은 해 5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800m 중거리 부문에서 메달을 따내 주변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긴 다리에 폭발적인 에너지로 육상을 먼저 시작해 실력을 쌓아나갔지만,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언제나 그를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 캠핑부터 고등학교 기숙사 시절까지 간간이 선보인 그의 요리에 주변의 반응은 언제나 뜨거웠다고. 이 때문에 요리에 대한 소질을 발견할 수 있었고, 결국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체육학과가 아닌 조리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정식집, 5성급 호텔 셰프를 거치며 메뉴 개발에 온 힘을 다했다. 호텔 셰프 시절, 한 인기 가수의 한식 디너쇼를 통해 선보인 신메뉴 3종, ‘갈비양념스테이크’, ‘버섯장국죽’, ‘감자천사채샐러드’는 큰 반응을 얻으며 한식 연회행사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이어 멍게 베이스 양념장을 개발해 선보인 ‘멍게 비빔밥’과 중식 불도장 조리 방식을 적용한 저온한방식 ‘닭곰탕’ 등을 끊임없이 신메뉴를 선보이며 한식 셰프로서의 인지도를 넓혀갈 수 있었다.


호텔 셰프 시절의 김무년 연구원▲ 호텔 셰프 시절의 김무년 연구원

그러던 중 잔잔한 수면 위에 돌이 던져졌다. 바쁜 일상의 톱니바퀴 하에 불현듯 회의감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종종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위한 요리 봉사 활동을 하면서 호텔이라는 울타리가 자신의 요리를 특정 고객에게 한하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혹시 기업이라면 더욱 많은 대중에게, 나아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음식(제품)을 맛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기회를 모색하다 2010년 CJ제일제당에 합류했다.


인생 제3막, 가정간편식(HMR)을 만나다

기업으로 옮기겠다 결심하고는 폭넓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CJ제일제당은 대중들에게 저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분들에게 요리 기부를 할 수 있는 곳으로는 국내 유일의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CJ제일제당에 입사 후 그는 식품회사에 속한 셰프로서 수많은 B2B, B2C 제품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2010년부터 2년간은 B2B 마케팅팀 소속 메뉴개발팀에서 CJ제일제당의 원재료를 활용해 외식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메뉴를 제안했다. 2012년에는 푸드시너지팀에서, 기존에 B2B 업무와 함께 CJ제일제당 내 제품을 활용해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B2C 업무도 수행했다. 크림 파스타 소스로 그라탕 메뉴를 제안한 것이 그 일례다.

지난해 1월,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비비고 한식 가정간편식 TF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완성된 제품의 맛을 검증하는 셰프의 역할에서 벗어나, 연구원들과 함께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해 본인이 제안한 레시피로 제품화되는 데 성공한다. 첨언하자면 셰프는 레시피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면, 연구원은 메뉴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제품 출시로 현실화시키는 총괄 업무를 담당한다.

결과는 메가 히트 수준이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출시 이후 누적 매출이 400억 원을 돌파했고, 판매 개수된 개수만 2,500만 개에 이르렀다. 국민 2명 중 한 명이 먹은 셈이다. 비비고 육개장의 경우 올해만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게 김무년 님은 셰프에서 연구원으로, 본격적인 인생 3막을 시작했다. 지금 몸담고 있는 편의식품센터 업무를 정의 내려 달라 하자 “식품업계의 핫 트렌드인 HMR에서 상온 제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 팀”이라 밝혔다. 정말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핫한 팀 소개다.

CJ제일제당은 차별화된 R&D 역량을 기반으로 상온, 냉동, 냉장 등 다양한 HMR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상온 HMR을 담당하고 있는 편의식품센터는 셰프 출신을 비롯해 식품공학·미생물·화학 등 다양한 전공의 총 12명의 연구원들이 모여 한층 더 세분화된 카테고리의 메뉴를 책임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무년 님이 속한 ‘국·탕·찌개 파트’를 비롯해, 김·스낵·맛밤 등의 ‘원물간식 파트’, ‘일품요리 파트’, 그리고 각각의 메뉴마다 최고의 식감을 낼 수 있도록 기술적 보정 및 지원을 하는 ‘원물보존기술’ 파트가 그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비비고 한식 가정간편식의 탄생 비화

이것이 바로 가정간편식 메뉴 개발의 길. 개발-시식-평가의 무한 반복이 시작된다▲ 이것이 바로 가정간편식 메뉴 개발의 길. 개발-시식-평가의 무한 반복이 시작된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에 따른 가정간편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상온 제품은 '편리함에 맛과 영양을 양보하는 인스턴트'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한식 가정간편식은 재료 본연의 식감과 신선함을 살려 합리적인 가격에 '집밥'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자 주력했습니다.

비비고 한식 가정간편식의 개발 과정은 특별했다. 메뉴 선정은 가정에서 흔하게 접하면서도 조리가 쉽지 않은 음식으로 정해진다. 트렌드전략팀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메뉴를 선정하면 전문 셰프와 연구원들이 개발에 앞서 전국팔도 맛집을 직접 다니며 자체 분석한다.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에 불과했다. 해당 레시피를 대량생산하기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 많았다. 가령 육개장의 경우, 고온 살균 과정을 거치면 식재료 맛이 확연히 바뀌어 애를 먹었다. 고춧가루를 볶아 양념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제 공정에서 대량으로 볶으니 일부가 타기도 했다. 고사리는 고온 살균 과정을 거치자 푸석해졌다. 고민 끝에 양지고기, 대파, 토란대 등 고온 처리를 견디는 최소한의 재료만 넣기로 했다.


최대 난관은 육수였어요. 재료가 덜 들어가니 육수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초기 고기 핏물을 빼고 적어도 5시간 이상 직접 우려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통상적인 방법처럼 소고기 추출액이나 사골 농축 육수 등으로 맛을 내는 것이 공정상 훨씬 효율적이라는 데이터와 부딪혔습니다. 결국, 공장에서 직접 3시간 동안 육수를 뽑아내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그는 토란대가 머금은 물기, 대파의 배합비까지 신경을 썼다. 육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대파 하나를 넣을 때도 단맛을 내는 '하얀색 부분'과 깔끔한 맛을 내는 '파란색 부분'의 비율을 따졌고 양념장이 옅어질까봐 토란대의 물기까지 체크했다. 수십 봉지를 먹으며 맛을 조정한 덕분에 육개장이 소비자 평가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베스트셀러 육개장을 필두로 현재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사골곰탕, 두부김치찌개, 소고기미역국 등 총9 가지 종류의 탕과 찌개를 선보이고 있다. 왜 하필 ‘비비고’로 출시되었을까. ‘비비고’는 애초 글로벌 한식 전문 컨셉으로 탄생했다. 보존료·합성감미료 등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 방식으로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있으면서, 미국·유럽 등 글로벌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브랜드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든 ‘집밥’을 모토로 하고 있는 상온 가정간편식인 만큼, ‘비비고’라는 브랜드가 딱 맞는 옷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올 하반기 국·탕·찌개 제품군을 넘어 한식, 찜 등의 일품요리로 확산을 꿈꾸고 있다. 사실 집에서 해 먹는 찜도 완성 후 시간이 지나면 식감이 질겨지기 마련인데, 실온상태서 집에서 방금 만들어 먹은 듯한 맛을 선사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일 것이다.

김무년 님에게 당당히 물어보았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을 더욱 맛있게 먹으려면? 당연한 대답이지만 조리법대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다만 조금 더 풍성한 맛을 좋아한다면 잘 어울리는 야채를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인의 집에서도 종종 ‘비비고 육개장’엔 숙주를, ‘비비고 사골곰탕’에 당면과 파를 넣어 먹는다며 웃음 지었다.


머리를 비우는 순간, 새로운 요리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메뉴에 대해 고민 가득한 김무년 님이 생각을 비울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재미있게도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한다고. 오지에서 어렵게 구한 원재료로 찜, 구이를 해먹는 장면을 보며 다양한 식재료를 간접 체험하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메뉴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졌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어요.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많은 경험이 필수입니다. 경험이 축적될수록 본인만의 노하우로 메뉴 개발의 방향과 컨셉이 저절로 잡히게 됩니다. 호텔 셰프 시절, 중식 불도장을 맛보고 닭곰탕에 접목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죠.

어머님으로부터 받은 요리에 대한 자극으로 셰프가 되었고, 이제는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집밥’을 모두의 밥상에 선사하는 것이 꿈인 김무년 님.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요즈음, 그는 만인에게 구원자와 같은 프로 혼밥책임러다.

김 셰프님, 저 다음 메뉴도 완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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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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