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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에 일어나 김포공항으로 향한 ‘분당댁’. 오전에 제주 가는 비행기를 반드시 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죠. 램 수면 사이클이 몇 번은 지났을 시간. 말똥말똥한 눈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김포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았습니다. 네 살 아이처럼 잠 못 자서 흥분한 건지, 목적지인 '클럽나인브릿지'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클럽나인브릿지는 세계 100대 골프장 중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골프장입니다.(2017년 41위) 아름답기로 소문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코스 잔디를 책임지는 골프 그린 키퍼 남태일 팀장을 만났습니다. 이 기회에 리포터 ‘분당댁’은 므흣한 시선으로 클럽나인브릿지의 속살도 좀 들여다봤습니다.


잔디 돌보는 잔디 아빠, 골프 그린 키퍼

잔디에게 입이 달렸다면 클럽나인브릿지 코스관리팀, 남태일 팀장에게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아빠!’. 그는 정말 잔디들의 아빠나 다름없다. 새벽부터 골프 코스를 둘러보며 잔디가 얼마나 자랐는지, 병든 건 없는지, 잔디가 심긴 땅 상태는 어떤지 등등을 먼저 살핀다. 밤새 잠든 아기가 새벽 서리에 감기라도 걸렸나 싶어 꼼꼼히 살피는 아빠 같다.

골프 그린 키퍼는 경기를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골프 경기장을 가꾸는 사람이에요. 경기장 컨디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잔디 상태죠. 골프 그린 키퍼의 역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잔디 관리고요.

6천 종이 넘는 잔디 중에서 회복력이 좋은 잔디를 골프 코스에 심는다. 높이 치솟은 공이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툭 떨어지기도 하고, 골프채를 휘두를 때 뗏장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는데, 연약한 잔디라면 골프 코스는 얼룩덜룩해지고 말 것이다. 골프 코스만 망가지겠나? 잔디도 생명인지라 보는 이의 마음도 편치 않을 거다. 거친 경기에도 끄떡없고 금방 생기를 회복하는 잔디가 골프 코스에 적합하다. 헌데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잔디라고 해도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골프 코스의 잔디를 가꾸는 것은 한해 농사로 될 일이 아니에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죠. 특히 그린은 뿌리에 가깝도록 잎을 깎아야 합니다. 그린에 골프공이 떨어졌을 때 받은 충격으로 파인 잔디는 없는지도 잘 살펴야 하고요. 재생 능력이 좋은 잔디라고 해도 경기 중에 상한 잔디를 돌보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일종의 갱신 작업이에요.

잔디 관리의 70% 정도는 그린 관리에 집중한다. 잔디 잎을 짧게 깎아야 하고, 공이 구르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수분 정도도 맞춰야 한다. 또 공이 툭 떨어졌을 때 잔디가 상하기 쉽기 때문에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클럽나인브릿지 코스에는 그린에 쓰는 품종이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에도 심겨 있어서 잔디 컨디션을 꼼꼼히 살피는 골프 그린 키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티잉 그라운드 : 티(tee)라고도 하며, 플레이하는 홀의 출발점으로 주위의 지면보다 툭 튀어 올라온 평평한 지역

**페어웨이 :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green) 사이에 있는 잘 깎인 잔디 지역


잘한 경험, 못한 경험 모두 골프 그린 키퍼의 자산

잔디를 잘 돌보려면 잔디에 대한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태일 팀장은 대학 때 농학을 전공하고 잔디 연구소의 그린 키퍼 과정을 이수했다. 23년 전,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많지 않던 시절에 결 따라 잘 관리된 골프 코스를 보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단다.


1994년도였어요. 우연찮게 들른 골프장에서 신세계를 본 거예요. 결 따라 심긴 잔디밭을 보고 특이 종을 심어 놓은 줄 알았어요. 골프 코스에 매력을 느낀 거죠. 그리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태일 팀장은 1994년부터 국내 다양한 유명 골프장을 거쳐, 현재는 클럽나인브릿지 코스 관리 팀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는 오랜 시간 골프 코스를 관리해 오며 쌓은 노하우가 있다. 여러 국내외 대회를 치르며 그에 맞게 특별히 잔디를 관리해 온 남다른 경험도 있다. 최근 부쩍 많아진 골프 그린 키퍼 후배들에게 그의 경험은 교과서 이상의 것일지도.

요즘 대학에는 코스 관리학 전공이 있어요. 현재 이곳에서 인턴을 하는 학생들도 있답니다. 기초 지식을 배우고 오지만 현장 경험에서 얻는 지식은 또 다르거든요. 같은 잔디 종이더라도 환경에 따라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지니까요. 이런 건 경험을 많이 해 봐야 해요. 그리고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해야 하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는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서로 공유해요.

골프 그린 키퍼의 역량에 대해 질문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첫째도 잔디, 둘째도 잔디다.

잔디 종류는 6천 종이 넘습니다. 각 잔디마다 특성이 다르죠. 기본적으로 각각의 특성을 알아야 해요. 비료와 관련한 영양학, 잔디가 병들었을 때 처방을 위한 농약학과 병리학, 잔디의 밥그릇과 같은 토양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잔디를 보호하려면 미세 먼지나 온난화 등 요즘 부쩍 이슈가 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고요.

요즘은 조금만 부지런해도 인터넷으로 그때그때마다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남태일 팀장은 그래도 경험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잘했던 경험, 못했던 경험 모두 중요합니다. 잔디가 항상 동일한 환경 조건에만 노출되는 것은 아니죠. 다양한 상황에서도 잔디를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그만큼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해요. 식물은 똑같이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니까요.

국내외 굵직한 대회는 모두 접수, 그린 키퍼로서 그랜드 슬램 달성!

골프 코스 관리는 힘든 직업이다. 어렵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새벽에 나와서 해질 때까지 업무가 이어진다. 직업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길게 가기 어렵다.

골프장에 오시는 분들이 관리가 잘 된 코스에서 즐겁게 라운딩을 하고 가시면 그린 키퍼로서 자부심을 느껴요.

라운딩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잔디를 살피는 그린 키퍼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경기에만 충실을 다하겠지만, 몰라 줘도 그린 키퍼에겐 크게 상관없다. 그저 ‘코스 상태 좋네!’ 그 한마디면 충분한 것.

남태일 팀장은 ‘THE CJ CUP’을 앞두고 코스 관리를 위해 클럽나인브릿지로 이직했다. 그동안 몸담았던 골프장에서는 국내의 웬만한 굵직한 대회를 여러 번 치러 봤다. KPGA, KLPGA 대회뿐 아니라 LPGA 투어를 위해 코스 관리를 했던 경험도 있다.


국내 유일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린 나인브릿지▲ 국내 유일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린 나인브릿지!

클럽나인브릿지는 과거 LPGA 투어를 치른 골프장이에요. ‘THE CJ CUP’이 열리면 LPGA 투어와 PGA 투어를 모두 치른 국내 유일의 골프장이죠. 제 개인적으로도 ‘THE CJ CUP’을 치르고 나면 국내 남자, 여자 프로 골프 대회와 PGA, LPGA 투어까지 모두 경험한 그린 키퍼가 돼요. 제게 나름의 그랜드 슬램인 셈이에요.

새벽이슬 맞으며 출근하고 어두워져야 퇴근하지만, 국내외 유수의 대회를 치른 그린 키퍼로서의 자부심이 있기에 자신의 직업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PGA 투어에 맞게 코스 잔디 상태를 까다롭게 관리하고, 코스 레이아웃도 더 어렵게 수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PGA의 전문가가 클럽나인브릿지에 상주하며 함께 일하고 있어요. 국내 골프 코스 관리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죠.

PGA 투어 급의 난이도 높은 코스와 클럽나인브릿지만의 아름다운 조경, 여기에 최상의 잔디 상태가 더해져 선수, 갤러리로부터 좋은 경기였다고 평가받는 게 골프 그린 키퍼로서의 미션! ‘THE CJ CUP’을 준비하며 자부심을 느낀다는 남태일 팀장은 이 대회로 우리나라 골프 팬들 역시 ‘눈이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덧붙였다.

이 대회를 찾아 주시는 분들은 골프 경기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질 거예요. 코스를 보는 수준이 더 높아질 거고요. 세계 최고 선수들이 까다로운 코스에서 정확하게 공략하는 모습을 보며 골프의 묘미와 진면목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PGA 투어 ‘THE CJ CUP’의 완벽한 코스를 위해!

최상의 잔디 컨디션을 위해 미국 PGA 소속 농경학자와 의견을 나누는 남태일 팀장▲ 최상의 잔디 컨디션을 위해 미국 PGA 소속 농경학자,
데니스 잉그램(Dennis Ingram)과 늘 의견을 나눈다고!

10월에 열리는 PGA 투어 ‘THE CJ CUP’을 위해 지난해 11월, PGA 코스 레이아웃 담당자가 클럽나인브릿지를 방문해 코스 상태를 진단했다. PGA 투어 수준에 맞춰 코스 전장이 짧은 몇 개의 홀에는 챔피언티*를 새롭게 만들었다.

*챔피언티 : 홀에서 가장 먼 티잉 그라운드


골프장을 처음 개장했을 때보다 20% 줄어든 그린을 다시 원래 크기로 확장했고, 페어웨이를 전반적으로 좁게 줄였다. 그린 주변에 있는 벙커를 그린에 더 가깝게 붙여 정확하게 공략하지 않으면 공이 벙커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난이도가 상당이 높아진 것이다.

개장 당시 클럽나인브릿지의 벙커는 주로 수직 벽 형태였다. 2002년도에 50개였던 벙커는 해마다 여름이면 쏟아지는 강우 때문에 원래의 모습을 조금씩 잃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수직 벽 형태 벙커 또한 다시 만들었다.

9월 25일부터 클럽나인브릿지는 휴장에 들어갔습니다. 수정된 골프 코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범 경기를 반복해서 치를 거예요. 더불어 경기 소요 시간과 잔디의 상태 등을 체크해요. 이때마다 코스를 보완하고 다듬죠. 대회 때는 코스의 모습이 완벽해야 하니까요.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아 준비해야 할 것이 더 많지만, 그린 관리만큼은 철저하게 진행한다. 경기 중 그린이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 72타 중 절반이 그린 플레이에서 얻어지는 점수다. 남태일 팀장은 그린의 수분, 경도, 스피드 등을 측정하는 계측 장비로 위기 상황에 맞춰서 그린을 관리한다.

우리나라 그린의 토양과 잔디는 외국과 달라서 선수들의 공을 잘 받아주는 편이에요. 그린 스피드를 PGA 투어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수분 상태와 건조 정도, 잔디의 결의 방향과 잔디를 세워야 할 부분 등에 대해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가 펼쳐지는 18홀을 동일한 컨디션으로 맞춰야 한다. 수분 상태, 잔디가 자라는 양, 경도 등이 각 홀마다 동일해야 하는데, 각 홀의 환경은 각각 다르다 보니 이를 동일하게 맞추는 일이 까다롭다고.


매일 아침 각 홀의 잔디 깎은 양을 확인해요. 하루에 얼마나 자라는지 보는 거죠. 자라는 속도에 맞춰 비료량도 조절해요. 잔디는 항상 아이 다루듯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미국에는 2만 개 정도의 골프장이 있다. 이 가운데 PGA 투어를 할 수 있는 경기장은 서른 개 정도다. 우리나라의 골프장 중에서도 국내 대회를 치르는 골프장은 10% 미만이다. 훌륭한 골프 코스 뒤에는 노련한 골프 그린 키퍼가 있다. 그런 관리사, ‘잔디 아빠’가 클럽나인브릿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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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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