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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컬쳐(K-Culture)가 핫하게 떠오르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15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뮤지컬은 영미권이 아닌 나라 입장에서는 ‘넘사벽’이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닙니다. 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CJ E&M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 <킹키부츠>가 5년째 롱런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킹키부츠>가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인정받으면서 CJ E&M은 글로벌 프로듀싱 컴퍼니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미국 공연사업팀 최윤하 님에게 들었습니다. 브로드웨이, 어마어마한 곳이네요!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 프로듀서

CJ E&M 미국 공연사업팀 최윤하 님▲ 업무차 한국에 들어온 CJ E&M 미국 공연사업팀 최윤하 님

흔한 미국 영화의 한 장면, 길고 묵직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길고 맹렬한 설전 끝에 결국 극적으로 협상이 이루어진다. 이런 영화 속 한 장면이 CJ E&M 미국 공연사업팀 과장 최윤하 님에게는 현실이다.

공동제작자 테이블에 리드 프로듀서 (Lead Producer) 2명, 코-프로듀서(Co-Producer) 20여 명이 모입니다. 단순 투자자들에게는 회의 참석권이 주어지지 않고요. 브로드웨이에서는 몇몇 기업이 투자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의 크고 작은 개인사업자들이 피라미드 같은 형태로 모입니다. 그렇게 코프로듀서급 이상의 참여자들이 모여서 작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합니다.


브로드웨이 그린 컨퍼런스에 참여한 최윤하 님▲ 브로드웨이 그린 컨퍼런스에 참여한 최윤하 님

브로드웨이에서 수십 년 활동해온 베테랑들, 특히 앵글로색슨계와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매우 희소한 아시아인으로 동업자이자 경쟁자들 틈바구니에서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한다. 작품의 분석과 전략에 대해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하고, 공동제작자로서 CJ E&M의 입장도 전달해야 하고, 때로는 강력하게 의견을 관철시켜야 한다. CJ E&M이 글로벌 프로듀싱 컴퍼니로 입지를 다진 데는 공연사업본부의 영미사업 담당자로서의 최윤하 님의 역할이 막중했다.


숲을 보기 위한 눈을 키우기 위해 현지 근무로

뉴욕 현지에서 근무 중인 최윤하 님은 1년에 2번 정도 한국에 돌아온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공유하고, 이후 계획을 수립해야 하므로 한국에 돌아오면 뉴욕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다. CJ E&M 미국 공연사업팀으로 미국에서는 프로듀서로 통한다. 한국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작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마케팅까지 맡는다면, 미국에서는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지적재산권)까지 확보해 개막 이후의 사업 계획까지 내다봐야 한다.


공연사업팀으로 오기 전 제작팀 소속 PM이었던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막돼먹은 영애 씨> 등을 제작했고 라이센스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다. 뉴욕에 파견된 것은 2014년으로 3년째 현지 근무 중이다. ‘한 번씩 출장 갔다 오는 것보다 현지에 베이스를 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최윤하 님의 생각. 계약서 등 서류 검토도 중요하지만, 현지에서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의 양과 질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시상식에서 <킹키부츠> 프로듀서와 함께한 최윤하 님▲ 올리비에 시상식에서 <킹키부츠> 프로듀서와 함께한 최윤하 님

브로드웨이라는 높은 장벽에 한국 기업이 도전한 것도 놀랍지만, 이 많은 과정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브로드웨이에서 화제가 되는 작품을 보고, 브로드웨이가 아닌 지방 공연 중 좋은 작품이 있다고 하면 찾아가서 확인하고, 투자제작 할 좋은 작품이 있는지, 한국에서 공연하면 반응이 좋을 작품이 있는지, 끊임없이 정보를 구하고 교류해야 한다. 이 과정들을 본사에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고, 계약서도 문제없는지 계속 검토해야 한다. 상상만 해도 숨 가빠 보이는 이 모든 일을 최윤하 님은 혼자서 본사의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서울 본사에서 잘 서포트해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가능한 것 같아요. 시차 때문에 제가 미국에서 퇴근하면, 한국에서 이어서 업무를 처리하는 셈이니 공연사업팀은 24시간 돌아간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다행히 미국은 대행 구조가 체계적으로 되어있어 잘 관리하면 진행에 큰 무리가 없더라고요.

무모한 도전? 노! 과감한 도전!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포스터▲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포스터

<킹키부츠>는 운도 좋고 잘 풀린 케이스에요. 사실 배우와 스태프들도 일급이고, 준비할 때부터 에너지가 넘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했어요.(웃음)

‘대한민국이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의 성공은 한국은 물론 브로드웨이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14년에는 <킹키부츠> 한국 라이센스 공연까지 성공시켰다. 오리지날 <킹키부츠>는 2013년 초연 이후 2013 토니상 6개 부문 석권에 이어, 2014 그래미상 베스트뮤지컬 앨범상까지 거머쥐면서 5년째 장기 상영 중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작품을 초연 1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한국 공연은 한참 뒤로 밀리는 것이 통상적. 하지만 CJ E&M이 사전 작품 개발 단계부터 공동프로듀서로서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뮤지컬의 글로벌 전개에는 단계가 있어요.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웨스트엔드-미국투어-호주와 유럽, 이후에 아시아 공연을 하게 됩니다. <킹키부츠>는 토니상까지 탄 작품이라 빨리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하기 전이었는데 이런 좋은 작품의 글로벌 확산을 서두르자며 한국 공연을 하자고 요청했는데요. 치열한 설득 끝에 2014년 한국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통상적 수순이라면 지난해 가을 호주 투어 이후에나 가능했을 겁니다.

<킹키부츠>의 성공이 의외는 아니지만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브로드웨이에 작품이 올라가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만,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롱런하기란 쉽지 않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몇 년 씩 준비하고도 몇달 만에 막을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킹키부츠>는 2020년 개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어거스트 러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를 제안받았다. <어거스트 러쉬>의 초기 프로덕션팀을 설립하러 뉴욕에 갔을 때, 현지 파트너가 한국에서도 소구력이 있을 것 같다며 <킹키부츠>를 소개했다. 작품에 투자하는 동시에 공연권 등 IP를 확보하고, 모든 프로듀서와 프로덕션 미팅에 참석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돌이켜보면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이고 과감한 판단이었다. 이전에도 크고 작은 투자작품은 있었지만 <킹키부츠> 정도로 큰 금액을 투자했거나 IP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공연권 확보라는 전제를 갖고 물색해 제작까지 한 첫 번째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IP 확보로 오는 수익도 기대할 만한 부분.

<킹키부츠>를 직접 제작하면서 중국과 한국의 공연권을 갖고 왔고, 원천 IP로 로열티 거둬들일 때 일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 이어 2차, 3차 확산 때도 수익의 일부를 가져올 수 있고, 영화로 제작되거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그 수익의 일부를 가져오게 됩니다. 작품이 히트칠수록 IP로 얻는 수익의 규모는 더욱 커지겠죠.

브로드웨이는 40개 극장이라는 한정된 시장이지만, 여기서 성공한 작품은 미국투어와 글로벌 사업을 전개를 하면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극장 공연뿐 아니다. 2차, 3차로 중고등학교 공연, 문예회관 공연 등으로 저작권이 확산될 수도 있다. 브로드웨이는 원천 콘텐츠를 발산하고 검증과 확산, 홍보까지 가능한 그야말로 ‘씨앗 중의 씨앗’이다. 그 자체로도 수익과 매출을 발산하지만 부가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원천인 것이다.


브로드웨이 중심에서 CJ E&M을 외치다!

웨스트엔드 뮤지컬, <보디가드>의 한 장면▲ 웨스트엔드 뮤지컬, <보디가드>의 한 장면

<킹키부츠>의 성공이 고무적인 것은 흥행 성공으로 얻은 이득 때문만이 아니다. 제작부터 뛰어들어 얻게 된 장점들이 너무나 많다. 브로드웨이에서 5년 동안 장기 상영한다는 것은 그저 인기 있는 작품을 절로 연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과 CJ E&M을 브로드웨이에 효과적으로 알릴 기회가 됐다. CJ E&M을 막연하게 한국의 디즈니 같은 회사로 알던 브로드웨이 쪽에 어느 정도 역량이 있는 기업인지 확인시켜준 셈이다.

전략적인 파트너를 모집할 때 똑같이 100만 불을 투자했다면, CJ E&M 투자 가치가 미국인 투자 가치의 몇 배가 됩니다. CJ E&M은 한국과 중국으로 작품을 배급할 역량이 있고,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킹키부츠>에 이어 <보디가드>까지 공동제작이 성공을 거두면서 CJ E&M 의 가치가 높아진 겁니다. 이제는 CJ E&M이 단순히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가져갈 만한 기업으로 보게 됐어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일본판 포스터▲ 뮤지컬 <김종욱 찾기> 일본판 포스터

<킹키부츠>가 브로드웨이 본토에서 성공했다면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히트 치고 있다. <김종욱 찾기>는 CJ E&M 자체 제작 창작물로써 원천 IP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킹키부츠>와는 반대로 중국과 일본에 라이센스 공연을 허용하는 입장인 <김종욱 찾기>는 현지화 전략의 성공 사례로도 손꼽힌다. ‘첫사랑 찾기’라는 기본 스토리와 음악 등 얼개는 가져가면서 마케팅, 대사, 가사 등을 현지 관객 감성으로 바꿨다. 같은 동아시아권에서도 나라마다 다른 환경임을 감안해 이질감을 줄인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영미권 작품은 현지화를 위한 수정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영미권 작품은 다르다. 한국 시장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작품 의도가 퇴색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이다. 영미권 작품은 성공작일수록 수정 과정이 까다롭고, 심지어 마케팅 플랜까지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킹키부츠> 경우 한국에서의 마케팅 방법을 보고 현지에서 아이디어를 탐내기도 했다고. 클럽에서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쇼케이스 현장을 SNS로 홍보하자 ‘우리도 해보고 싶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연이은 청신호, 다음 성공작은 <어거스트 러쉬>!

<킹키부츠>와 <보디가드> 이후 브로드웨이 개막작으로 <어거스트 러쉬>를 준비하고 있다. 원작 영화는 한국에서 흥행했고 CJ E&M 과는 배급이란 인연이 있다. 원작 영화 제작자가 0부터 개발해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했다고. <어거스트 러쉬>라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있으면서 글로벌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던 때라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국에서 유행했던 유형의 뮤지컬은 아니지만, 음악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들어있고 음악과 대본 등을 검토하니 따뜻하면서 신나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IP를 확보할 수 있고,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브로드웨이 업계와 작품 만드는데 공부하기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었다.

<어거스트 러쉬>는 2018년 워싱턴 D.C.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 공연 결과에 따라 바로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느냐, 수정과 보완 작업을 더 하느냐가 결정된다.

지역 트라이아웃(Regional tryout) 공연은 본 공연 전 미국 지방 프로덕션으로 테스트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반응을 보고 수정과 보완을 할 수 있어요. 트라이아웃 공연도 단순 대관이 아닙니다. 해당 지역 공연장의 예술 감독이 이 작품을 키우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받아들입니다. 트라이아웃 공연 성사만으로도 그린라이트인 셈입니다.

아시아 대표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는 그 날까지!

최윤하 님은 CJ E&M과 브로드웨이와의 접점을 더욱 굳건하게 하면서 더욱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자신도 아시아인 프로듀서로서 브로드웨이에서 주요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안착한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다.


CJ E&M 경우 글로벌 프로듀싱에서 좋은 사례입니다. 더 좋은 사례가 계속 나오면 좋겠어요. 제 커리어가 되기도 하니까요.(웃음) 앞으로도 갈 길이 멀고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예상됩니다. 그로 인한 성과도 있어야 하고요. 그런 한편 CJ E&M가 ‘아시아의 파트너’라는 입지를 구축하는 앞날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리포터가 어릴 때 만화에 나오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란 곳은 지금보다 훨씬 더 먼 꿈같은 곳이었다. 과장 좀 보태고 마음의 거리까지 더하면 지구와 화성쯤의 거리 정도였다. 생전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인이 나오는 걸 못 보고, 브로드웨이에 한국 작품이 걸릴 일도 못 볼 줄 알았다. 그런데 말도 안 된다고 여겼던 그 일들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영미권에서 한국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도 있다니. 영미권과 한국 사이에 놓인 문화 장벽도 이렇게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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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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