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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쌀쌀해진 요즘이지만, 지난 11일 저녁 서강대교 남단 끝자락만큼은 이상 고온 현상이...! 여몄던 외투를 벗어 던질 만큼 후끈한 열기는 바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CJ문화재단 '튠업음악교실'에서 실력을 키운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제6회 정기공연을 펼쳤기 때문인데요. 학생들이 악기를 처음 잡은 날에도, 무대에 오르는 순간에도 언제나 ‘음악 쌤’ *튠업 뮤지션들이 곁을 함께했습니다. 튠업 뮤지션 블루파프리카의 이원영 님을 만나 공연 뒷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튠업(Tune up) : CJ문화재단의 신인·인디·젊은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


떨림 가득한 무대 뒤, 버팀목 같은 멘토

11일 오후 3시 30분. 공연 시작을 30분 앞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청소년들 포착!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살피고 옷깃을 더 단단히 여밉니다.

아, 너무 떨려!

오늘 무대에 오를 학생들입니다. 다 큰 것 같지만, 얼핏 보이는 아이들 특유의 풋풋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보고 나서는 화장실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준급의 공연을 보여준 팀도 있었고, 무대에서만큼은 ‘나는 프로다!’를 외치는 것만 같았거든요.


2시간의 공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가시지 않은 무대의 흥분으로, 들썩이는 가슴을 부여잡는 학생들. 그 아이들을 토닥이고 안아 주는 ‘음악 쌤’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튠업음악교실의 인디 뮤지션인데요. 학생 못지않게 감동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은 모습입니다. 마지막 앵콜 곡에서 기타를 연주한 블루파프리카의 이원영 님도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학생들에게 뿌듯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튠업음악교실 '음악 쌤' 블루파프리카 이원영 님
처음에는 음정도 안 맞았는데 금방 실력이 느는 것을 보니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타 코드도 처음 잡아 보던 친구들이었는데… 오늘 공연 보셨죠? 정말 잘하지 않았나요?

연습 기간은 5~6개월 정도. 악기를 처음 다룬 친구들이었다는 점에서 부족할 수도 있는 시간인데요. 짧은 연습 기간에도 성공적으로 공연을 잘 마쳐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튠업음악교실은 음악 그 이상의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공연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실수 없이 잘해서 뿌듯해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재미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해요.

위기의 아이들, 음악이 그들을 변화시킨다

이원영 님은 2012년에 시작된 튠업음악교실의 첫 강사진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음악 활동과 병행하면서 몇 학기 쉬기도 했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고봉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 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음악 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는데, 가르치는 곳이 소년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호기심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의미 있는 일을 하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이원영 님은 처음 학생들을 만날 때 자신도 모르게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가졌다고 해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엿본 후로는 편견이 사라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심스럽긴 한데, 만약 이 수업을 안 했으면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무조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을 직접 만나 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사실 어른들에게 보고 배운 부분이 많아요. 처벌을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그 길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이원영 님은 음악의 순기능 가운데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꾸준히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태도가 변하고 자존감과 책임감이 높아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인데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위기에 처한 친구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고 그것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눈빛이 살아 있어요. 사실 아이들에겐 자신의 재능을 찾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거죠. 튠업음악교실과 같은 기회가 많은 아이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이들. 사실 이 친구들에겐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데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뜬금없는 타이밍에 자신의 속마음을 선생님들께 털어놓는다고 하는데요. 그런 아이들이 맘속에 켜켜이 쌓아 놓은 속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 소개를 할 때 곡 쓰고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어요. 한 학생이 와서 자신도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했더니 다음 시간에 손으로 빽빽하게 자기 이야기를 쓴 종이를 들고 왔어요. 그 이야기는 ‘그때’라는 노래 가사가 됐어요.

어릴 적 너무나 철없던 그 시절
그때에 나는 상처투성이
세상은 너무나 쉽게만 보였고
미움도 영원할 줄 알았던 나야
뒤돌아보니 나는 혼자였고
답답한 바람은 아직 내 머리 위로
이제 우리 같이
기도해 용기를 달라고

이번 공연에서 고봉중고등학교 밴드 ‘레저렉션’이 부른 ‘그때’의 노래 가사인데요. 이원영 님이 학생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가사를 다듬고 곡을 붙여 완성한 노래입니다. 가사만 읽어도 위기 아이들의 방황과 어려움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끌어 주려는 튠업 뮤지션들의 마음도 느껴지고요.


음악을 대하는 태도 배우며, 인생을 대하는 태도 배운다

튠업음악교실에 처음 모인 학생들은 악기를 다뤄 본 적도 없고, 제대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다분합니다. 때문에 처음 배우는 악기가 어려워도 그 시간을 싫어하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이원영 님은 처음 튠업음악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자신의 연주를 먼저 들려줍니다. 귀로 듣게 하고 눈으로 보게 한 다음 ‘저도 할래요!’라는 동기 부여를 제대로 심어 주면 음악 교실 수업의 반은 진행이 된 셈이죠.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기타 연주부터 들려줘요. 아이들이 연주에 관심을 보이면 이젠 제 손가락을 보여 주죠. ‘기타 잘 치고 싶니? 그럼 손가락이 이렇게 변할 때까지 연습해야 해’ 라고요.

악기의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 아이들. 기초를 닦는 것만큼 지루한 싸움은 없을 겁니다. 이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장 안타깝다는 음악 쌤 이원영 님.

아주 조금만 견디면 되는데,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래서 이걸 극복하고 오늘 무대에 오른 아이들이 더 기특하고 자랑스럽고요. 음악뿐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변할 수 있다는 마음과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봉중고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4회, 두 분의 튠업 뮤지션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이원영 님은 음악을 배우면서 점점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처음에 어색해하고, 저를 멀리하던 아이들도 제가 신뢰감을 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면 마음을 열어요. 수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방황하는 모습보다는 자신감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어른이 잘하면 아이들도 그걸 보고 변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지금은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려 노력해요.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음악 쌤’인 이원영 님. 아이들은 선생님께 음악을 배우는 자세, 삶을 대하는 자세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납니다.


아이들 만나며 음악 열정 되살아나

튠업음악교실은 아이들뿐 아니라 이원영 님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하는데요. 음악에 대한 첫 마음, 순수했던 음악 열정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합니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다 보면 음악 자체를 즐기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음악에 순수하게 반응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기타를 잡았을 때의 설렘, 한 곡을 온전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된 첫날의 기쁨, 언제든 기타만 들면 새로운 곡이 술술 나오던 열정 가득하던 시절! 아이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모습이 이원영 님의 그 시절을 다시 기억나게 한 거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사람을 변화시키는 음악, 그걸 내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음악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잊고 지내다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즐거움을 다시 찾기도 했고요.

이원영 님은 블루파프리카의 리더로 활동 중인데요. 곧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고, 오는 11월에는 콘서트도 앞두고 있습니다.

개인 음악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음악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면, 변화를 원하는 아이들이라면, 음악을 매개로 기회 닿는 데까지 꾸준히 만나고 가르치고 싶다는 ‘음악 쌤’ 이원영 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람에 대한 믿음, 음악에 대한 열정,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까지 전해졌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살기에도 바쁜 세상에서 남을 위해 정성을 쏟는 이원영 님과 강사로 활동한 모든 튠업음악교실 뮤지션들에게 저는 진정 ‘리스펙트!’를 외치고 싶어집니다.



리포터 분당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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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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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amera-holic.tistory.com BlogIcon 포토푸 2017.11.07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루파프리카의 '긴긴밤' 정말 좋아하는데....음악성도, 나눔에 대한 마음도 정말 리스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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