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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CJ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 프로그램, ‘스토리업(STORY UP)’ 두 번째 특강이 진행됐습니다. 200여 명의 신인 스토리텔러, 작가 지망생, 관련 전공 대학생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번 특강은 ‘영화로 보는 인격장애’를 주제로 진행됐는데요.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가 강의를 맡았습니다.

영화 속 다양한 ‘인격장애’의 유형을 살펴보고, 실제 범죄 사례와 대입해 보는 이 시간이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는데요. 창작의 소재, 스토리를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한 디테일 등에 목말라 하는 작가들에게 이번 강의는 참 흥미로웠던 소재였습니다. 이수정 교수님의 허락을 받아 ‘채널CJ’에 그 내용을 소개합니니다.


범죄자의 공통점은 몸에 털이 많다?

1800년대에 계몽주의가 도래한 이후 처음으로 실증주의에 입각해 범죄자의 특징을 연구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법의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롬브로조입니다. 

범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롬브로조는 범죄자 수용 시설을 방문해 범죄자의 특징을 관찰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지역의 동굴 등을 범죄자 수용 시설로 사용했는데, 범죄자뿐 아니라 조현병 등을 앓는 정신질환자, 악령을 숭배하는 악령주의자들이 함께 수용돼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끔찍한 사형도 이뤄졌죠.

롬브로조는 평생을 수용 시설에서 범죄자를 관찰하는 데 바쳤고, 죽기 전 연구 내용을 정리한 작은 책자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연구방법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터무니없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범죄자의 공통점은 몸에 털이 많다거나, 광대뼈가 튀어나와 있다는 등의 외관상 관찰 내용밖에 없었던 거죠.

관찰을 통해 범죄자의 특성을 연구하겠다는 연구 전제는 훌륭했으나, 과학적인 연구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연구 결론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실증적인 결과물이었기에 학계에서 화자가 됐습니다. 이 영향을 받아 한동안 범죄자 연구에서 사람들은 체형론을 고수했습니다.

롬브로조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학자들은 외모가 아닌 생물학적인 면에서 범죄의 원인을 찾으려고 시도했습니다. 혈액과 염색체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죠. 범죄자의 염색체를 연구해 보니, 여자 범죄자 중에 XX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남자 범죄자 중에는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Y염색체가 범죄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연구가 한동안 진행됐죠. 호르몬 연구도 이뤄졌는데요. 학자들 중에 남성 호르몬이 많으면 포악한 인간이 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있는 1세대 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과학이 발전하면서 생물학적 원인론의 오류가 증명됐습니다. 그중 오늘날 살아남은 이론은 남성 호르몬에 관한 것인데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성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 법이 ‘성폭력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화학적 거세법)’입니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성범죄자에게 투여하는 것인데, 현재도 논란이 많습니다. 성범죄자 중에 발기부전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성범죄 요인에 남성 호르몬 이외의 추가적 요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자들에게 남성 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면서 예후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관리보호감찰관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고요.

우리나라는 일명 ‘나영이 사건’ 이후에 화학적 거세 약물 투여 제도가 생겼습니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이 제도가 도입된 겁니다. 이 제도의 과학적 증거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사법 제도에서 규범은 과학적 증거가 없어도 필요에 의해 발효됩니다. 그런 면에서 사법 제도의 측면에서 인간을 보는 관점과 연구자들이 인간을 보는 관점에는 차이가 습니다. 연구자들은 과학적 증거를 끊임없이 찾는 사람들이죠.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 사회학적 접근

▲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메모도 놓치지 않는 참여자들

1930~1950년대, 미국 시카고 시 의회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정책 마련을 위해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자들에게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증가하는 청소년 범죄의 원인과 해결책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청소년 범죄가 빈번한 곳의 지리적 공통점을 발견한 겁니다. 당시 시카고의 중심은 회사가 몰려 있어서 땅값이 매우 비쌌습니다. 이 비싼 땅에 거주지를 마련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부자였고요. 중산층들은 땅값이 비싼 도심을 벗어나 외곽에 개발된 신도시에 살았습니다. 자가용으로 도심에 있는 회사에 출퇴근을 하면서 말이죠. 중산층이 신도시로 이주하자, 그들이 전에 살았던 구도심(올드 타운)에는 빈집이 늘었습니다. 이곳으로 빈민층이 흘러들어 왔습니다. 이곳이 바로 도시의 뒷골목, 슬럼이 됐습니다. 범죄는 대부분 이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범죄의 이유는 빈곤이었습니다.


범죄의 원인을 알았으니,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빈곤은 나라님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자들이 내세운 정책은 환경 개선 사업이었습니다. 구도심의 길을 청소하고 가로등을 새로 교체했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은 것이죠. 이 이론은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치우지 않았더니 사람들이 자동차의 부품을 훔쳐가고 자동차를 깨부순 데서 형성된 이론입니다. 엉망인 환경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라는 심리를 갖는 것이죠. 이렇게 시카고 시 의회는 구, 도심 환경 개선 사업으로 범죄율을 어느 정도 낮췄습니다.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자들은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슬럼가에 사는 청소년 중 대체로 아시안 가족 구성원의 청소년들은 착실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대학에 가고 졸업 후 돈을 벌어 신도시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아시아인들은 가족의 유대관계를 특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를 통해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자들은 범죄율은 가족이나 커뮤니티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회학자들은 범죄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에서 찾습니다. 끔찍한 범죄자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주로 깨진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자랐거나 범죄에 많이 노출된 환경에서 살았던 이들이 많습니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거시적인 원인론으로 범죄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 복지만으로는 범죄를 막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것 역시 어느 나라나 어렵습니다. 사회 복지로 재범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범죄자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피해자는 고통 속에 사는데, 가해자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준다는 걸 대다수가 납득할 수 없을 테니까요. 정책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 심리학적 접근

사회학자들과 달리 심리학자들은 범죄의 원인을 개인의 특성에 주목합니다. 범죄자의 대다수는 빈곤이 원인이지만, 심리학자들은 거시적 원인보다 범죄자 개인의 성격 장애, 문제 행동 등을 범죄의 원인으로 봅니다. 현대 심리학은 뇌과학과 융합되는 추세입니다. 그중에 범죄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의 뇌 반응에 주목하는데요. 사이코패스는 몇 가지 특징을 드러냅니다.


▲ 영화 '양들의 침묵' 스틸컷 (오리온 픽처스)

대상자에게 공포를 느낄 만한 환경을 제시한 후 대상자의 뇌파를 관찰하면, 일반인의 뇌파는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에 비해 사이코패스는 아무런 뇌파 반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가 아닌 일반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감금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피해자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매달리면, 가해자는 마음이 흔들려 가해 행동을 멈춥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공포심을 느끼는 상대를 본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상대의 공포감을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 역시 공포를 모릅니다. ‘냉혈한’이라는 단어가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피가 차가운 사람이라는 뜻이죠. 상대가 극도로 공포에 떨면 보통 사람은 그 마음이 전해져 같은 공포를 느낍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공감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며 공포를 느낄 때 반응하는 뇌에서도 전혀 뇌파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이코패스 반응 테스트를 통해 얻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전자 발찌 착용자를 선별합니다. 우리나라 전자 발찌 착용자는 현재 3천 명 정도입니다. 보호관찰관에 의해 관리되고 있고요. 전자 발찌 착용 제도로 재범률의 1/8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의 25~30% 정도가 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옵니다. 이들은 출소하면 대체로 재범을 저지르는데, 이유는 범죄 성향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사회화를 통해 인내심을 기릅니다. 어릴 때 인내심을 기르지 못하고 잘못된 성향을 갖게 되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유전적 특이성에 환경적 결핍이 더해져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학력에 경제적으로 부유한데 유전적 특이성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을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라고 합니다. 매우 희귀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포식 동물처럼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착취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의 ‘영화로 보는 인격장애’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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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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