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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CJ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 프로그램, ‘스토리업(STORY UP)’ 두 번째 특강이 진행됐습니다. 200여 명의 신인 스토리텔러, 작가 지망생, 관련 전공 대학생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번 특강은 ‘영화로 보는 인격장애’를 주제로 진행됐는데요.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가 강의를 맡아 주었습니다.

영화 속 다양한 ‘인격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살펴보고, 실제 범죄 사례와 대입해 보는 이 시간이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는데요. 창작의 소재, 스토리를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한 디테일 등에 목말라 하는 작가들에게 이번 강의는 참 흥미로웠던 소재였습니다. 이수정 교수님의 허락을 받아 ‘채널CJ’에 그 내용을 소개합니니다.


영화 속 인격장애 인물을 들여다보다

인격장애를 영어로는 ‘personality disorder’라고 하는데, 이는 ‘성격장애’로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다양한 성격장애의 종류는 영화 속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오래된 개봉작이지만 지금도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 '양들의 침묵', '원초적 본능', '프라이멀 피어',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성격장애의 종류와 이러한 성향의 범죄자 유형을 살펴봤습니다.


양들의 침묵- 사이코패스는 흥분하지 않는다

1992년 개봉한 '양들의 침묵'에는 두 명의 사이코패스가 등장합니다. 한 명은 과거 여러 명의 환자를 잔인하게 죽인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 다른 한 명은 여성의 피부를 갖기 위해 덩치가 큰 여성만 골라 살해하는 버팔로 빌입니다.

한니발은 직접 인간을 살해하며 그것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적 작용을 통찰한 인물입니다. 그가 스털링이라는 FBI 요원에게 범죄자 심리에 대해 자문해 줄 수 있었던 건 본인이 이미 여러 명을 죽여 봤기 때문입니다. 높은 수준의 지적 활동이 가능한 한니발이지만 그는 지성을 지닌 사이코패스일 뿐 그의 본질과 성향은 잔혹합니다.


▲ 영화 '양들의 침묵' 스틸컷 (오리온 픽처스)

의사인 한니발 렉터와 다르게 버팔로 빌은 사회 부적응자였습니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반은 여자 반은 남자인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아 정체성도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는 여성의 피부를 벗겨 자신의 몸에 걸치기 위해 수많은 여성을 살해하는데, 피해 여성이 손톱으로 벽을 긁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그 울음소리를 흉내만 낼 뿐입니다. 피해자의 공포심이 그의 감정 변화에 어떤 동요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잔인한 장면을 봐도 감정에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더욱 응시하며 호기심을 드러내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사람을 살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들의 침묵>은 사람이 어디까지 악할 수 있는지 사람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원초적 본능- 돌변하는 연극성 성격장애와 경계성 성격장애

영화 '원초적 본능'의 여주인공 캐서린은 사이코패스라기보다 연극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히스테릭성 성격장애라고도 하는 연극성 성격장애는 심하게 자기중심적인 것이 특징인데요.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감정이 드라마틱하게 돌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잡아먹을 듯 공격적으로 변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이 성격장애는 주로 여성들에게 나타납니다.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연극처럼 자신을 꾸밉니다. 성형을 한다든지, 자신의 성적 매력을 더 어필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죠. 그러나 그들은 자기밖에 몰라서 자신에게 이득이 있는 사람과는 관계를 유지하고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여기면 가차 없이 버립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만 중요하게 여깁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도 감정이 쉽게 돌변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연극성 성격장애보다 포악하고 잔혹한 성향이 있습니다.

최근에 한 여성에게 구애하던 남성이 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남성은 여성에게 구애하며 쫓아다녔는데 여성이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나 그 여성을 살해한 것입니다. 이 남성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계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상대를 수용하지 않고 쉽게 격분합니다. 사이코패스의 범죄 이유가 호기심 때문이라면 경계성 성격장애의 범죄 이유는 ‘분노’입니다.


▲ 영화 '원초적 본능' 스틸컷 (트라이스타)

'원초적 본능'의 캐서린은 연극성 성격장애의 특징인 과장된 자존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이용해 죽도록 내버려 두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자존감은 과장된 것이며 사실은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연극성 성격장애와 경계성 성격장애의 공통점은 낮은 자존감입니다.

실제 교도소에 있는 여성 범죄자는 경계성 성격장애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데요. 여성 범죄자는 사이코패스 성향보다 정서적인 반응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를 예상하고 미리 막을 수 있을까?

일선에서는 5%의 범죄자가 50%의 범죄를 저지른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호관찰제도의 일환으로 최악의 범죄자에게 전자 발찌를 채워서 감시하는 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이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범죄를 미리 막으려는 제도와 유사합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3명의 예지자가 점쟁이처럼 사건을 예지하는데요. ‘범죄를 미리 예측하고 막을 수 없을까?’라는 전제는 현재의 범죄자 보호관찰제도의 취지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제도는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선고 유예를 받거나 집행 유예를 받은 범죄자, 또는 가석방한 범죄자 등을 사회 내에서 갱생할 수 있도록 보호관찰관이 이들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처음에는 범죄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되다가 현재는 성범죄자, 가정폭력범 등에게로 확대됐는데요. 이 제도의 목적은 이들의 재범을 막는 것입니다.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와 같은 제도는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성범죄자 등 중범죄자들을 병원에 가두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그들의 위생과 건강을 책임져 주는 것이죠. 단지 사회에만 돌아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범죄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차단하는 겁니다.

범죄를 예견한다고 해서 재범을 100%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범죄자의 경우에는 성향상 석방 이후 같은 죄를 지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 발찌를 채워 놀이터나 학교 근처를 지나지 않는지 관찰하고, 혹 지나게 된다면 보호관찰관에게 바로 연락을 받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갈수록 범죄의 수단과 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납치하지 않더라도 최근 발달한 랜덤채팅 앱 등을 이용해 범죄자가 자기 집으로 피해 대상자를 불러들일 경우 범죄를 예견할 수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범죄 예견 시스템이 등장하지만 범죄를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하죠.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개봉했을 때 이 영화에 나오는 범죄 예측 기법은 그저 픽션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영화에서처럼 재범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재범 가능성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프라이멀 피어- 해리 장애와 거짓말

영화 '프라이멀 피어'와 드라마 '킬미 힐미'에는 해리 장애라고 부르는 다중인격 인물이 등장합니다. '킬미 힐미'에는 해리 장애를 앓는 인물이 등장하고 '프라이멀 피어'에는 해리 장애를 앓는 척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정신 질환을 앓는 것처럼 꾀병을 부리거나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멜링거링이라고 하죠.

해리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여러 개의 정체감이나 인격이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격이 바뀔 때마다 기억 상실을 경험하는데, 바뀐 인격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 등장하는 살인 범죄자 애런은 거짓으로 해리 장애를 연기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그의 연기는 통했습니다. 그리고 무죄 판결을 받아 냅니다. 무죄가 선고된 뒤 애런은 자신을 믿어준 변호사에게 인격이 바뀌었을 때 저지른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사과합니다. 기억 상실이 해리 장애의 특징임을 알고 있는 변호사는 그의 멜리거링을 알아채고 자신이 열과 성을 다해 변호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그러나 때는 늦었죠.


▲ 영화 '프라이멀 피어' 스틸컷 (파라마운트 픽처스)

해리 장애는 정신질환의 하나로, 일반 성격 장애군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범죄심리학에서 의미 있는 이유는 멜리거링 때문입니다. 멜링거링을 구분하는 일은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할 때 대단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거짓으로 심신미약이나 정신질환을 이유로 들어 감형을 받거나 무죄를 받으려는 범죄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치료감소호에서는 범죄자의 정신감정과 멜링거링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하면 대체로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데요. 많은 멜링거링 케이스를 경험한 전문가들이 멜링거링을 구분해 내는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지를 작성하거나 대면 상담을 하는 등 몇 가지 테스트가 있는데, 곳곳에 함정이 설치돼 있습니다. 실제 증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라고 추측해 행동하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3시간 이상의 검사 동안 전문가들은 대상자의 행동과 말 등 모든 것을 기록하고 이것을 분석해 멜링거링을 분별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죄자의 성격장애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특강에서 이수정 교수는 신인 작가들에게 범죄 영화를 만들더라도 범죄 방식을 구체적으로 재연하기보다는 인간 본질에 중점을 다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범죄자들이 영화를 모방해 더 진화한 방식으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이수정 교수는 특강 마지막에 “여기에 모인 창의적인 여러분에게 사회에 희망을 주는 창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라고 전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게 변화시킬 빛과 같은 걸작이 ‘스토리업’에서 많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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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nnel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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