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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 사진으로 만든 책받침, 공책을 사 모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책받침 여신’ 몇 분을 노트 속에 고이 모시고 흐뭇해했었죠. 80·90년도에 팬심을 자극하던 책받침은 요즘 더 진화한 형태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교통 카드, 휴대용 보조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용 방향제, 텀블러 등에 유명 연예인의 모습이 담기기 시작한 겁니다. 이를 ‘굿즈(goods)’라고 부릅니다.

굿즈는 특정 연예인의 팬들을 위한 상품에 한정된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굿즈 소비가 일어나는 게 최근 소비 트렌드입니다. 최근에는 서점 굿즈 몰, 이모티콘 캐릭터를 상품화한 굿즈 몰 등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영화 굿즈 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CGV 씨네샵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MD와 디자이너를 만나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2030 여성, 스토리가 있는 영화 ‘굿즈’에 꽂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씨네샵 전경▲ 한번 들어가면 그냥 나올 수 없다는
CGV용산아이파크몰 씨네샵

용산아이파크몰의 CGV를 향하는 골목, 전구로 장식한 ‘씨네샵(CINE SHOP)’ 간판이 눈에 띈다. 사실 간판보다 눈에 더 먼저 들어오는 건 아기자기 귀여운 영화 캐릭터 상품들이 떼(!)로 모여 있는 매대다. 매장 입구 근처에서 기웃기웃 상품을 구경하는데, 리포터 분당댁과 같은 마음의 여성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들어온다. ‘잠깐 들렀다 가자’, ‘이것 좀 보고 가자’, ‘대박 귀여워’. 씨네샵 굿즈가 2030 여심 저격 상품이라고는 느꼈지만 어쩜 이리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디즈니, 픽사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인지라 어릴 때의 향수가 발목을 붙잡았으리라.

게다가 제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 지갑이 어렵지 않게 열린다. 실제 씨네샵의 주요 소비자는 2030 여성으로, 씨네샵 소비층의 66%를 차지한다. 남녀로 구분하자면 81%가 여성 소비자다. 씨네샵의 소비층은 분명하다. 씨네샵 기획 단계에서 기본 마케팅 타겟으로 설정한 소비층이 실제로 적중한 것.

씨네샵은 2017년 여름, 리런칭됐다. 모체는 2011년에 문을 연 CGV청담씨네시티의 씨네샵이다. 원래 씨네샵은 오리지널 포스터와 DVD 등 영화 관련 제품을 판매하던 극장 내 문화 공간이었다. 이 씨네샵을 2030 여성이 환영하는 영화 굿즈 샵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들은 CGV 마케팅기획팀원들이다. 이들은 씨네샵 굿즈를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해 매장에 진열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CGV 마케팅기획팀 씨네샵 MD 김나연 님, <br />디자이너 박지훈 님, MD 가보경 님(왼쪽부터)▲ CGV 마케팅기획팀 씨네샵 MD 김나연 님, 디자이너 박지훈 님, MD 가보경 님(왼쪽부터)

씨네샵 영화 굿즈의 A to Z를 담당해요.

- 김나연 님

각자의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CGV 마케팅기획팀 씨네샵 MD인 김나연 님, 가보경 님 그리고 디자이너 박지훈 님은 기존에 없던 ‘영화 굿즈’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뛰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제품이 해외 공장보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게 나은지, 제품 고시는 품목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패키지는 어떤 방식이 좋은지까지 MD들이 꿰뚫고 있다. 단순히 기존 제품을 소싱해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상품을 자체 제작하기 때문이다. 자체 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콘텐츠를 굿즈에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영화 굿즈에는 그 영화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 박지훈 님

작은 사탕류나 소품, 미니어쳐 등을 보관하는 틴 케이스에는 ‘토이 스토리’ 캐릭터로 꾸며져 있다.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는 텀블러 옆면을 장식한다. 꿀단지에 드러누운 곰돌이 푸우와 텀블러의 음료수가 잘 어울린다. 백설공주 캐릭터 손거울도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이다.

기존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은 어린이 제품이 대부분이고, 제품의 특성과 상관없이 캐릭터를 주로 내세운 상품이 많아요. 저희는 기존 제품과 다르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영화 굿즈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자체 제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 박지훈 님


▲ 취재가서 조심히 모셔온 담비가 그려진
모나미153, 귀여움 장난아니다.

기존 제품과 콜라보해 영화 굿즈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굿즈가 ‘디즈니X모나미153’이다. 볼펜 몸체 디자인은 물론 볼펜 캡의 색깔과 패키지 디자인까지 씨네샵 마케팅기획팀에서 전담한다. 모나미 측에서도 모나미153 볼펜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만족했다는 후문도.


‘이 영화 간직할 거야’ 애정 영화 소장 심리의 연장선

영화 굿즈는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애정 영화를 간직하고 싶은 소장 심리에 부응하는 수집품이 되기도 한다.


판매 데이터를 보면, 영화 굿즈 중에서 엽서 판매율이 가장 높아요. 영화 관람객들이 영화를 본 후 간직하고 싶은 영화 속 장면을 엽서로 모으는 거죠.

- 김나연 님

손편지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요즘, 1,800가지가 넘는 제품군 중에서 엽서 판매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예상 밖이다. 하지만 미술관 관람 후 고가의 애정 작품을 손에 넣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엽서를 구매한다는 걸 떠올리면, 씨네샵에서 엽서가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그 영화 속 장면을 간직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난 ‘젤펜’ 역시 영화 관람객의 소장 심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엿볼 수 있는 제품 중 하나다. 씨네샵 리런칭을 앞두고 씨네샵에서는 영화 ‘미녀와 야수’ 개봉과 동시에 등장인물의 특징을 표현한 젤펜을 제작해 판매했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문구류인 데다 캐릭터별 특징이 잘 드러나 캐릭터 수집용으로 제격이라는 입소문이 돌았다. 인증샷으로 영화 티켓이 아닌, 캐릭터 젤펜 사진이 SNS에 등장하기도 했다. ‘미녀와 야수’ 젤펜은 출시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이후에도 스파이더맨, 스타워즈 등이 개봉할 때마다 해당 영화의 캐릭터 젤펜이 수집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 우리집 현관문은 디지털도어락이지만,
스타워즈 키링이 왠지 필요할 것 같다.

굿즈 구입은 소장 심리를 담은 최신 소비 트렌드예요. 키링이나 벳지, 엽서 등 실용성이 없어 보이지만 소비자들은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해 굿즈를 구입하죠.

- 김나연 님

적은 액수로 큰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어 영화 굿즈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는 훌륭한 편이다. 영화 굿즈에 대한 만족은 소비자뿐 아니다. 영화 배급사에서도 씨네샵 영화 굿즈에 관심을 드러낸다. 씨네샵 영화 굿즈 신제품은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출시되는데, 굿즈 신제품 출시 소식이 여러 홍보 채널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객에게 해당 영화에 대해 기대감까지 심어주기 때문.


영화 배급사에서 먼저 관련 굿즈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굿즈를 통한 영화 홍보가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 가보경 님

마블이나 픽사 등 최신 개봉 영화 굿즈 신제품은 영화 개봉에 맞춰 4~5주 단위로 출시된다. 영화 개봉 라인업에 맞춰 약 2개월 동안 굿즈를 기획하고 제작해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출시하는 것. 그다음에는 다시 개봉할 영화와 관련한 굿즈를 기획한다.

굿즈계의 스파(SPA) 브랜드라는 별칭도 얻었어요. 하하

- 김나연 님

개봉 영화에 맞춰 끝없이 나오는 새로운 기획 굿즈 덕에 씨네샵 매장은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 굿즈 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만 해도 그 시장을 들여다보면 흥행한 애니메이션의 파생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캐릭터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에 씨네샵은 개봉 영화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새로운 영화 굿즈 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진짜 볼매는 주인공 친구들~’ 세컨더리 캐릭터와 클래식 캐릭터의 재발견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녀와 야수' 굿즈는 볼 때마다 소장뽐뿌.

씨네샵에 한번 발을 들이면 머무는 시간이 짧지 않다. 제품이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영화 팬들이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인공 친구들’ 때문. ‘토이 스토리’에서는 주인공 ‘우디’ 외에 초록 공룡 ‘렉스’와 귀여운 돼지 ‘햄’ 등 개성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미녀와 야수’에서는 주전자인 ‘미세스 팟&칩’, 시계인 ‘콕스워스’가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캐릭터다. 이를 세컨더리 캐릭터라고 하는데, 주인공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이들이 주인공 옆에 있기에 영화가 더 빛이 난다. 씨네샵에서는 세컨더리 캐릭터의 진가를 놓치지 않고 십분 활용했다.


보통 캐릭터 상품 중에는 주인공 캐릭터 제품이 많은데, 씨네샵 굿즈를 기획할 땐 세컨더리 캐릭터도 그 매력이 잘 드러나도록 신경 써요.

- 박지훈 님

실제 ‘미녀와 야수’ 관련 굿즈 중에서는 미세스 팟&칩 젤펜이 가장 먼저 다 팔렸다.


덤보나 밤비 같은 오래된 디즈니 캐릭터 굿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어요. 아주 오래된 디즈니 영화 캐릭터인데 팬층이 두터워요.

- 가보경 님

영화 굿즈 소비층은 소장과 수집을 목적으로 굿즈를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에 편중하기보다 해당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에 골고루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영화 굿즈 소비층의 이러한 성향을 반영해 CGV 마케팅기획팀은 새로운 기획을 시도했다.


지난 11월, 미키의 89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디즈니 시네마’ 기획전을 개최한 것. 1951년 제작된 ‘이상한 나라 엘리스’부터 2001년에 개봉한 ‘몬스터 주식회사’까지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20편을 상영했다. 또한 기획전과 동시에 디즈니 클래식 굿즈를 출시했다. 영화 특별 상영 기획과 관련 굿즈 출시, 상영관 이벤트 기획, 부스 제작에 이르기까지 CGV 마케팅기획팀에서 담당했다.


영화 굿즈로 모인 열정가득 마케터 군단

이쯤 되면 씨네샵은 단순한 굿즈 판매 샵이 아니다. 씨네샵을 담당하는 CGV 마케팅기획팀 MD 김나연 님은 CGV에 방문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문화 체험과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마케팅 기획자였다. 가보경 님 역시 마케팅 기획자로 CGV 관객층을 세분화해 연령과 성별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처럼 극장에서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로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 오던 이들이 기존에 없던 ‘영화 굿즈 MD’라는 이름으로 모인 것.

극장 내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한 마케터들이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영화 굿즈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지금에 이르렀다. 올해 7월 리런칭한 씨네샵은 굿즈 소비층에게 5~6개월 만에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영화 굿즈 시장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리고 2018년,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영화 굿즈 시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개봉하는 실사 영화의 아트워크 작업도 진행해 볼 생각이에요.

- 김나연 님

김나연 님은 향후 씨네샵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김나연 님을 비롯한 CGV 마케팅기획팀은 영화 굿즈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영화 개봉에 맞춰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 제작, 판매까지 모든 것을 발로 뛰며 습득하느라 어려운 길을 걸었단다.

하지만 그렇게 피, 땀, 눈물 흘려 완성한 굿즈가 매장에 진열된 것을 봤을 때, 매장에서 직접 고객들의 호응을 귀로 들었을 때, SNS의 긍정적인 피드를 눈으로 확인했을 때 희열을 느꼈다고. 무엇보다 이들에게 가장 큰 소득은 영화 굿즈 산업의 A to Z를 터득하고, 실행했다는 사실 아닐까. 이거야말로 이 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최고의 아이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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