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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1. 우디 앨런▲ 우디 앨런

당신은 우디 앨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황홀한 파리의 낭만으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던 <미드나잇 인 파리>, 이 영화로 그는 비로소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감독이 되었지만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온갖 소문과 추측으로 와전되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앨런의 사생활은 언제나 타블로이드의 단골 소재가 되었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진 불륜의 주인공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잦은 가십거리를 던지며 영화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비난의 화살을 떠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의 반응에 억눌리지 않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진솔하게, 그리고 꾸준히 담아 오며 다수의 매력적인 작품을 남겼다. 편견을 거두고 그가 빼어난 감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우디 앨런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오는 1월 25일 개봉하는 <원더 휠(Wonder Wheel)>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디 앨런의 영화 세계

앨런이 만들어낸 영화들은 많은 대사와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 특징이다. 뉴욕대를 중퇴하고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신경쇠약에 걸린 캐릭터를 표현하고, 폭넓은 식견으로 다양한 예술을 풍자하는 유머들을 선보이며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관객의 허를 찌르는 재미를 북돋운다.

특히, 그리스 희비극의 서사 구조와 닮은 이야기 속에서 ‘이성으로 통제 불가능한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주제를 즐겨 다루고 도시 공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해석으로 도시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빼어난 재주가 있다.


스틸2. <애니홀>(1977) 의 미국, 뉴욕▲ <애니홀>(1977) 의 미국, 뉴욕

스틸 3.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의 프랑스, 파리▲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의 프랑스, 파리

스틸 4. <로마 위드 러브>(2012)의 이탈리아, 로마▲ 로마 위드 러브>(2012)의 이탈리아, 로마


뉴욕을 배경으로 한 <애니홀>(1977), <맨하탄>(1979), <한나와 그의 자매들>(1986)을 비롯하여 <매치포인트>(2005, 런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2011, 파리), <로마 위드 러브>(2012, 로마)

이 영화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낯설었던 도시와 사랑에 빠지고 운명적인 이성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겪는다. 이는 각 도시에 대한 우디 앨런의 풍성한 시선들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원더 휠>의 코니 아일랜드

1월 25일 개봉되는 영화 <원더 휠>은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는 지니와 그녀의 남편 험프티, 지니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안전요원 믹키, 그리고 험프티의 딸 캐롤라이나 사이의 엇갈리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스틸 5. 실제 1950년대 코니 아일랜드▲ 실제 1950년대 코니 아일랜드

스틸 6. 우디 앨런의 <원더 휠> 속 코니 아일랜드▲ 우디 앨런의 <원더 휠> 속 코니 아일랜드

이들의 사랑이 펼쳐지는 주된 공간인 코니 아일랜드는 롱아일랜드 반도 서쪽의 브루클린 남쪽 해안가에 있는데, 맨해튼에서 가까워 뉴요커들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개척시대엔 네덜란드의 점령지였고 토끼가 많아서 ‘토끼 섬’으로 불리던 것이 네들란드어로 ‘토끼’를 가리키는 ‘코니’가 지역명이 되어 지금까지 불린다. 

귀여운 이름의 역사에도 불구, 이곳은 흥망성쇠를 거듭한 지역의 전형으로, 시각적으로는 그 어떤 곳보다 매혹적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지역이다. 영화 <원더 휠>은 이러한 코니 아일랜드의 1950년대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스틸 7. <원더 휠>(2018) 속 원더 휠▲ <원더 휠>(2018) 속 원더 휠

특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원더 휠’은 1920년 메모리얼 데이에 정식으로 오픈한 코니 아일랜드의 상징적인 놀이기구 중 하나였다. 대관람차의 장점과 롤러코스터의 묘미를 결합해 만들어졌는데, 점점 높이 올라가며 전경의 아름다움을 맛보려는 순간 급격히 흔들리며 떨어지는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원더 휠의 드라마틱한 스릴감은 영화 속 주인공 지니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녀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것도, 지리멸렬한 일상 속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코니 아일랜드만이 줄 수 있는 경험들이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허공을 울리는 웃음소리들이 급격히 하강하는 놀이기구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뒤섞여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주인공 지니의 심리를 잘 대변해준다.


스틸 10. <원더 휠> 속 지니(케이트 윈슬렛)  ▲ <원더 휠> 속 지니(케이트 윈슬렛)


그리스 비극과 멜로드라마

우디 앨런의 작품을 더 즐겁게 감상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리스 비극과 멜로드라마에 대한 이해다. '멜로드라마 = 사랑이야기'라고 인식하곤 하나, 본래 멜로드라마는 음악(melos)과 드라마(drama)가 결합한 내러티브 형식을 가리킨다. 이는 코러스의 노래와 에피소드의 사건들로 구성되는 그리스 비극에서 형식적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비극 이후 멜로드라마는 오랫동안 연극과 소설의 형식으로 자리매김하며 영화 서사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특히, 대중소설, 라디오 연속극, 연애담과 같은 여러 서사 형식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멜로드라마 영화들은 점차 결혼, 직업, 핵가족 문제와 같은 사회 환경에 의해 희생되는 대중적인 연애 이야기를 다루며 점차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다.


스틸 8. <원더 휠> 의 믹키▲ <원더 휠> 의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

스틸 9. 우디 앨런의 <마이티 아프로디테>(1995) 에 등장하는 코러스▲ 우디 앨런의 <마이티 아프로디테>(1995) 에 등장하는 코러스

이러한 멜로드라마적 요소는 <원더 휠>에서도 다분히 발견된다. 지니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믹키는 영화의 해설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 역할과 중첩된다. 사실 우디 앨런의 작품 속에서 그리스 비극의 형식적 특징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막과 막 사이에 가면을 쓴 코러스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 <마이티 아프로디테>(1995)나 자신을 죽인 남자에게 나타나 평생을 저주하는 여자를 등장시키는 <매치포인트>(1992)가 좋은 예다.

특히, 그는 그리스 비극과 과장된 멜로드라마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그 스스로 멜로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한 비극적인 사랑을 경험한다. 믹키 외에도 모든 인물들이 치명적인 사랑 속에 휘말리며 비극적인 상황과 맞닥뜨리는데 이 모든 상황들은 멜로드라마적 요소들로 이해할 수 있겠다.   

멜로드라마를 좋아한다는 믹키의 고백은 우디 앨런의 고백으로도 볼 수 있다. 과장된 멜로드라마처럼 관객을 매혹시키는 요소가 또 없듯, 영화 <원더 휠>은 우디 앨런 영화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글: 유동식 / CGV 아트하우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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