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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폴 토마스 앤더슨의 8번째 장편 영화 <팬텀 스레드>. 1950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이번 영화는 왕실과 사교계를 주름잡던 드레스 디자이너와 그의 뮤즈이자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광기 어린 사랑을 그린다. 영화마다 날 선 시각으로 무시무시한 괴력을 영화에 뿜어내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선사할까? 그의 신작 <팬텀 스레드>를 ‘ㄱ에서 ㅎ까지’ 알아봤다. 




▲ 논란과 화제의 중심, 폴 토마스 앤더슨 (출처: 네이버 영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은 1970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활달하고, 위대한 감독이 될 거라며 큰소리치고 다니던 소년 시절을 보낸 그는 고등학생 때 단편 <더크 디글러 스토리>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더크 디글러’라는 가상의 포르노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모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었다. 이후 1996년 선댄스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연출한 <리노의 도박사>로 장편 데뷔를 했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건 차기작 <부기 나이트>부터 였다. <더크 디글러 스토리>를 발전시켜 완성한 이 작품은 흥행과 비평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그에게 ‘젊은 거장’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어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 <팬텀 스레드>에 이르기까지 그는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서 비켜선 적이 없는 문제적 감독으로 매번 관객을 만나고 있다.


ㄴ 노미네이트

<팬텀 스레드>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의상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다수의 부문 후보 등극에 놀라울 건 없다. 그동안 폴 토마스 앤더슨은 제50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매그놀리아>, 제55회 칸 영화제 감독상 <펀치 드렁크 러브>,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마스터>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32관왕, 9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 하지만 유독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다. 결국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상상 수상에만 만족해야 했다.

 

레이놀즈 우드콕을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출처: 네이버 영화)


ㄷ 다니엘 데이 루이스

감독과 달리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 받을 정도로 오스카와 인연이 깊다. 그에게 오스카의 영광을 안긴 작품 중 하나가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과 작업한 <데어 윌 비 블러드>다. <팬텀 스레드>로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을 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신경질적이며 날카로운, 하지만 그만큼이나 유약한 면모를 숨긴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을 연기했다. ‘메소드 연기’(배우가 배역 그 자체와 완전히 동일시 되어 연기하는 방법)의 달인답게 패션 디자이너를 연기한 그는 뉴욕시티 발레단 의상 담당자에게 특훈을 받았다. 발레 시즌이 끝날 때 즈음에는 아내를 모델로 직접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는 후문. 참고로 90년대 후반 연기 활동을 중단했을 때 피렌체에서 구두수선, 제작을 배우기도 했다.


ㄹ 로테르담 영화제 

폴 토마스 앤더슨은 2012년 <마스터>에 이어 2018년 <팬텀 스레드>로 제47회 로테르담 영화제를 찾았다. 당시 영화 상영 시 극중 삽입된 클래식 음악을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화제를 모았다. <팬텀 스레드>에는 포레의 ‘돌리 모음곡’, 드뷔시의 ‘현악 사중주’,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브람스의 ‘16개의 왈츠’,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등이 삽입되었다.


ㅁ 뮤즈

<팬텀 스레드>에는 패션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동시에 그와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뮤즈 ‘알마’가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동시에 관계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형해 나가는 여성이다. 알마 역을 맡은 배우는 룩셈부르크 출신 배우인 빅키 크리엡스. <팬텀 스레드>로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를 마친 그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속편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제) 출연 물망에 오르고 있다. 


▲ 1970~80년대 미국 포르노 산업의 흥망성쇠를 다룬 <부기 나이트> (출처: 네이버 영화)


ㅂ 부기 나이트

<부기 나이트>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온전히 그의 역량으로 돌파한 실질적 데뷔작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접시닦이 소년 더크 디글러(마크 월버그)가 우연한 기회에 포르노 업계의 스타가 되고, 1980년 이후 새로 등장한 비디오테이프에 밀려 몰락해가는 내용. 러닝타임 155분의 장대한 이야기를 찍었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27세였다. ‘더크 디글러’는 앞서 소개했던 단편 다큐멘터리 <더크 디글러 스토리>에 나오는 동일 캐릭터다. 다만 배우는 마크 월버그로 교체되었다.


ㅅ 시대극

폴 토마스 앤더슨은 특정 소재를 통해 시대적 공기를 현시대로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1970~80년대를 다룬 <부기 나이트>에서는 ‘포르노 산업’, 19세기 말을 다룬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유전개발’, 2차 대전 후 혼란스러운 시대를 다룬 <마스터>에서는 ‘신흥종교’(사이언톨로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나 개봉 후에는 부인)를 소재로 시대 분위기를 되살렸다. <팬텀 스레드>는 <마스터> 이후 다시 세계 제2차 대전 직후의 시대로 돌아가 ‘여성 복식’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욕망과 시대의 움직임을 재현해냈다.


▲ 신흥종교를 소재로 인간 자체를 탐구한 영화 <마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ㅇ 오트 쿠튀르

<팬텀 스레드>의 레이놀즈 우드콕은 여성을 위한 복식을 만드는 디자이너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일반적인 기성품이 아니라 치수를 잰 뒤 고객 체형에 맞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이렇게 고급 여성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불어로 ‘쿠튀리에(couturier)’라고 부른다. 이런 복식을 취급하는 양장점을 ‘쿠튀르(couture)’라고 부른다. 이렇게 맞춤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고급 복식, 혹은 과정을 전반적으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라고 부른다. 레이놀즈 우드콕은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인 셈이다. 

 

▲ 조니 그린우드와 폴 토마스 앤더슨이 함께한 다큐멘터리 <주눈> (출처: 네이버 영화)


ㅈ 조니 그린우드

2003년 폴 토마스 앤더슨은 한 영화제에서 사이먼 푸멜의 다큐멘터리 <보디송>을 본 후, OST 참여한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에 매료되었다. 그는 조니 그린우드에게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음악작업을 의뢰했고, 이후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 <팬텀 스레드>까지 함께 했다. <팬텀 스레드>는 모험적인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에 기인한 스코어가 압도적. 감독은 조니 그린우드와 라디오헤드의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가 인도를 찾아 ‘영적 테마’를 찾는 과정의 다큐멘터리 <주눈>을 연출하기도 했다. 


ㅊ 찰스 제임스

레이놀즈 우드콕은 1950년 전후에 활동한 위대한 디자이너들 특징을 가져와 완성한 캐릭터다. 극중 누나가 의상실 경영을, 동생이 디자인을 맡았던 노먼 하트넬(1901~1979)이나, 고객이 입을 옷 솔기 속에 쪽지를 넣었다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1969~2010)의 이야기 등이 삽입됐다. 이중 캐릭터에 강렬한 영감을 준 디자이너는 찰스 제임스(1906~1978)이다. 찰스 제임스는 수학적이며 동시에 건축적 구조미를 갖춘 여성용 드레스를 만든 디자이너였다. 동시에 패션의 ‘주기’, 즉 ‘유행’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ㅋ 커피와 담배

처음으로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단편 제목은 <담배와 커피>였다. 짐 자무쉬의 연작 단편 <커피와 담배> 시리즈에 대한 패러디로 붙인 제목이었는데, 이 작품도 커피와 담배를 놓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영화이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코믹함이 더하는 짐 자무쉬의 단편과 달리, 서스펜스 분위기가 강하다. <팬텀 스레드>에서도 단순히 식탁에서 아침 식사 하는 평범한 장면에서도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장기가 충분히 발휘된다.


ㅌ 팀플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동료들과의 팀플레이를 선호한다. <데어 윌 비 블러드>부터 <팬텀 스레드>까지 함께 하고 있는 음악감독 조니 그린우드, 장편 데뷔작 <리노의 도박사>부터 <팬텀 스레드>까지 줄곧 함께하고 있는 의상감독 마크 브리지스, 역시 데뷔작부터 <인히어런트 바이스>까지 촬영을 맡은 로버트 엘스윗, 폴 토마스 앤더슨과 다섯 편의 영화(<리노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를 함께 한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이 폴 토마스 앤더슨과 함께 하는 동료들이다. 


▲ 마크 브리지스, 로버트 엘스윗,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함께 한 <펀치 드렁크 러브> (출처: 네이버 영화)


ㅍ 팬텀 스레드

영화 제목인 ‘팬텀 스레드’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 귀신같은 솜씨, 조금 더 문학적으로 해석해보면 얽혀있는 욕망 등이다. 선언적이고 직관적인 제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이번 제목은 중의적이고 은유적이다. 우아하지만 그만큼이나 폭발적인 주인공들의 욕망을 그린다는 점에서 <팬텀 스레드>는 절묘한 제목이라 할 수 있다.

 

▲ <팬텀 스레드>의 주인공 알마와 레이놀즈 (출처: 네이버 영화)


ㅎ 환상과 착각

여주인공 이름인 ‘알마’는 스페인어로 ‘영혼’이라는 뜻이다. 이를 반영하듯 ‘영혼’ 혹은 ‘유령’의 테마가 상영 내내 부유한다. 레이놀즈 우드콕이 매여있는 죽은 어머니의 영혼, 그리고 그 존재 위에 겹쳐지는 알마의 존재는 그의 정신을 더욱 복잡하게 헤집어 놓는다. 과연 이들의 욕망이 어떤 결말을 맞을까? 여기서 한 가지. <팬텀 스레드>의 감독은 보는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서사와 전율의 엔딩을 선보여온 폴 토마스 앤더슨이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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