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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장인’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판타스틱 Mr. 폭스>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인내가 필요한 작업방식을 택한 감독의 고집으로 탄생한 <개들의 섬>은 아날로그적 느낌과 그가 매료되었던 것들 것 대한 헌사로 가득하다. 특히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를 향한 애정이 곳곳에 서려있다. 과연 웨스 앤더슨은 <개들의 섬>에 구로사와 아키라의 향취를 어떻게 녹여냈을까?  


<개들의 섬>은 어떤 영화?

▲ 쓰레기 섬으로 추방 당한 개들, 각각 모두 인간과의 추억을 품고 있다.(출처: 네이버 영화)▲ 쓰레기 섬으로 추방 당한 개들, 각각 모두 인간과의 추억을 품고 있다.(출처: 네이버 영화)

 

<개들의 섬>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뒤의 근 미래 일본. 개들의 숫자는 포화되고 동시에 개 전염병이 발병해 인간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메가사키 시의 시장 ‘고바야시(쿠니치 노무라)’는 개들을 모두 ‘쓰레기 섬’으로 격리시킬 것을 지시하고 시장 가족의 경호견 ‘스파츠(리브 슈라이버)’가 제1호 추방견으로 지정되어 쓰레기 섬으로 이송 당한다. 개들이 모두 쓰레기 섬으로 추방당하고 얼마 뒤, 한 소년이 경비행기를 타고 자신이 사랑한 개를 구하러 쓰레기 섬에 도착한다.



웨스 앤더슨의 모험, 이번엔 일본?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중 한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중 한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웨스 앤더슨에게 있어 ‘모험’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해양학자 겸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스티브 지소’의 8번째 영화촬영을 위한 항해를 다룬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2004), 사망한 연인이 남긴 유산 때문에 누명을 쓴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와 충직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가 누명을 벗기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다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등  ‘모험’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 2014년 소개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명실공히 아트버스터로 자리매김하며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출처: 네이버 영화) ▲ 2014년 소개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명실공히 아트버스터로 자리매김하며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출처: 네이버 영화)

 

<개들의 섬> 역시 추방된 개들을 되찾기 위한 소년의 모험이라는 데서 웨스 앤더슨 영화의 확실한 인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표식도 품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년 뒤 일본 메가사키의 이미지는 일본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건축가 ‘단게 겐조’의 건축양식에 영향을 받아 일본 전통의 감성과 서구식 모더니즘이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 되었다. 

이렇게 디자인 된 메가시티 안에 웨스 앤더슨은 스모, 스시, 벚꽃, 하이쿠(5자, 7자, 5자 총 17자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짧은 시 형태), 와사비, 신사(일본식 사당), 가부키 연극, 와다이코(일본 전통 북연주) 같은 일본 문화를 충실하게 채워 넣는다. ‘모모타로(일본 전설의 대중적 영웅)’등 일본 전통 설화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일본 영화에 대한 감독의 오마주. 여기에 바로 구로사와 아키라를 향한 애정이 담겨있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향한 애정

▲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출처: 네이버 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출처: 네이버 영화)

 

<개들의 섬>의 배경이 되는 쓰레기 섬은 쓰레기로 가득한 황량한 사막과 다르지 않고, 몇 안되는 먹이를 위해 서로 다른 집단의 개들이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회전초가 굴러간다. 그런데, 존 포드로 대변되는 초기 서부극 이후, 이른바 ‘수정주의 웨스턴’으로 불리는 일련의 영화들은 바다건너 멀리 아시아 영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인>은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서부판 리메이크였고,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는 역시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표절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후기 서부극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무라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의 천황, 구로사와 아키라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는 서부로 건너가 <황야의 7인>이 되었고, <요짐보>는 서부로 건너가 <황야의 무법자>가 되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황야의 무법자>를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에게 항의해 영화의 동아시아 배급권과 수익의 15%를 받아내기도 했다. 


<들개> <7인의 사무라이>, 그리고 <나쁜 놈 일수록 잘잔다> 

▲ <개들의 섬> 캐릭터들은 <7인의 사무라이>의 인물들을 닮았다.(출처: 네이버 영화) ▲ <개들의 섬> 캐릭터들은 <7인의 사무라이>의 인물들을 닮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개들의 섬>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들개 ‘치프’(웨스 앤더슨이 어렸을 때 함께 자란 개 이름이다)는 끊임없이 자신이 ‘떠돌이 개’, ‘들개’임을 강조한다. 자신은 사람을 ‘물며’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것이 자기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개들의 섬>속 치프가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감을 잃지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들개>(1949)의 정의감 넘치는 형사, <요짐보>의 마을을 구원한 뒤 떠나는 가무라이 등 구로사와 적 영웅의 계보에 오르기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웅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 하지만,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과 일시적으로 협력하기도 한다. 


▲ <요짐보>의 주인공은 구로사와 아키라 스타일의 히어로 전형이다.(출처: 네이버 영화) ▲ <요짐보>의 주인공은 구로사와 아키라 스타일의 히어로 전형이다.(출처: 네이버 영화)

 

<7인의 사무라이>속 7명의 사무라이들은 정의를 위해 자신에게 큰 이익이 없음에도 달려든다. 말 그대로 ‘열혈’. <개들의 섬> 속 치프 뿐만이 아니라 스파츠, 주인공 소년 아타리(코유 랜킨), 아타리와 스파츠를 돕는 네 마리의 개, 렉스(애드워드 노튼) 보스(빌 머레이), 듀크(제프 골드브럼), 킹(밥 발라반)은 모두 자신들의 주인이자 친구인 인간 아타리를 위해, 그리고 개들을 위해 연대한다. 

물론, <개들의 섬>은 단순한 액션 활극만은 아니다.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하는, 견제없이 작동하는 절대권력이 어디까지 부패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회파 드라마의 특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파시즘에 대한 풍자적 비판 역시 날이 서있다. 그런데, 구로사와 아키라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사무라이 활극뿐만이 아니라 사회파 드라마에서도 대단한 역량을 발휘했다. 

웨스 앤더슨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음을 밝힌 <나쁜 놈 일수록 잘 잔다>는 희생양을 내세워 본인들의 부도덕을 벗어나려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과 정면승부 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고, 역시 웨스 앤더슨이 참고했음을 밝힌 <천국과 지옥> 역시 필요에 따라 사회 바깥으로 끊임없이 내몰리는 이들이 겪는 절망에 대한 고발이 서려있다. 

 


결과적으로 <개들의 섬>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오락 영화’와 ‘사회파 영화’ 모두를 가져와, 웨스 앤더슨의 취향과 비전으로 다시 구축된 것 같아 보일 정도로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영민하고, 성실한 모험 코미디 영화이면서. 동시에 성숙한 사회파 영화이면서, 또 한 켠으로 경애하는 대상에 대한 밀도높은 오마주로 가득한 영화가, 바로 <개들의 섬>이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댓글 Comment : 1

  • 정다연

    큐레이터 하고 일반영화하고 다른 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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