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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있는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의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 오펜(O’PEN). 지난해 선발된 1기에 이어, 올해 선발된 2기는 드라마 작가 20명과 영화 시나리오 작가 10명, 총 30명이다. 그중에서도 <진추하가 돌아왔다>란 단막극 대본으로 오펜 2기에 선발된 송진 작가를 상암 DDMC에위치한 오펜 작업실에서 만났다. 가장 먼저, 당선된 소감이 궁금했다.

 

 

소감을 멋지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일단 영광스러움과 동시에 당황스러워요.
좋으면서 그만큼 걱정도, 두려움도 많은 상태라고 할까요. (웃음)


기쁨으로 가득 차리라 예상했던 소감과는 달리, 기쁜 만큼 걱정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라는 물음이 들었지만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상충하는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그녀가 이해됐다. 무려 1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펜 2기의 멤버가 되기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생에서 잠시 쉬어가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대학 졸업과 동시에 깊이 있게 학문에 매진할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학업은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걸음을 내디뎌야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그녀는 과감하게 ‘작가 교육원’을 선택했다. 

드라마 작가를 향한 굳은 결심이나 꿈이 있어서는 결코 아니었다. 단지, 평소 좋아하는 일이었던 ‘글쓰기’로 스스로 인생에서 쉬어가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던 것이 교육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였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어요. 공부를 제외하고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글쓰기’였거든요”▲”우연히 시작한 일이었어요. 공부를 제외하고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글쓰기’였거든요”

 

오펜에 출품한 <진추하가 돌아왔다>라는 단막극은 교육원에 다닐 때 썼던 습작이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우연히 TV에서 ‘어린 시절 좋아했던 홍콩 여배우의 내한에 열광하는 중년 남성’을 접했어요. 사람들의 보수적인 시각이나 성별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열광하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이걸 이야기 소재로 사용해야겠다 싶었어요.


현실에 얽매여 자신이 좋아하는 사소한 일도 망설이던 40대 남자가 진추하를 통해 자신의 욕구와 소리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내용의 극본을 완성했다. 작가의 업과 드라마 대본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던 ‘완전 초짜’에서 극본을 완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쌓는 것도 굉장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 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외국에서 거주하게 되면서 글 쓰는 일과 거리가 멀어졌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살았다.

 

10년 전 습작, 세상의 ‘빛’을 보다

그녀는 중국과 인도에서 거주했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녀의 마음 한쪽엔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모습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느낀 건, 외모만 다를 뿐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는 것이었어요. 때론 ‘사람 사는 세상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똑같았죠.”

그녀는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진 것이 글을 쓰면서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그녀는 언젠가 ‘드라마 대본’을 다시 쓰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난 5월, 그녀에게 불현듯 기회가 찾아왔다. 10년 동안 잊고 있던 그녀의 작품과 함께 말이다. 
 

작가교육원 후배가 어느 날 전화를 해선 오펜에 대해서 설명하더라고요.
그리곤 ‘2기 모집 중이니까 <진추하가 돌아왔다> 그 작품 꼭 내보세요’라고 했죠.
지원을 안 하고 있었는데 접수 마지막 날, 그 친구에게 또 전화가 왔어요.
 ‘10년전 작품을 어떻게 그대로 내나…’ 싶었지만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제출했죠.


▲큰 창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과 오가는 지하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오펜 사무실. 그녀가 오펜 사무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큰 창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과 오가는 지하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오펜 사무실. 그녀가 오펜 사무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종합격 전화를 받고도 ‘제가 지금 당선이 됐다는 말씀이시죠?’라고 몇 번을 되물었다. 오래된 그녀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인정을 받게 된 것이 얼떨떨했던 탓이다. 후배의 권유와 그녀의 도전이 ‘언젠가 드라마 대본을 다시 쓰겠노라.’ 했던 자신과 다짐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돼주었고,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그녀의 일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바쁘지만 좋은 자극이 가득한 즐거운 매일

▲송진 작가의 작업실 ▲송진 작가의 작업실

 

오펜은 작가들에게 개인 집필실을 제공한다. 요즘 그녀는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이곳으로 출근한다. 그녀의 일상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매주 제출해야 하는 과제부터 연말까지 완성해야 하는 미니시리즈까지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기 위해선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일을 체화시켜야겠다는 판단에서 실천하는 중이다. 보통 밤늦은 시간까지 작업실에 머무르는데, 그 시간 안에선 되도록 주변 작가들과도 많이 교류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CJ ENM은 오펜 2기 작가들에게 쾌적한 개인 집필실뿐 아니라 △전문가 특강 △교도소·소방서 등 취재지원 △단막극 제작 및 편성 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tvN <라이브>의 김규태 감독, KBS <쌈마이웨이>의 이나정 감독, JTBC <청춘시대>의 이태곤 감독, KBS <마스터-국수의 신> 김종현 감독 등이 각각 5명의 작가를 전담해 도움을 주는 △단막극·미니시리즈 시나리오 기획 멘토링도 진행 중이다.

그녀는 오펜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경험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범죄 피해자 전담 심리 케어 경찰관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관세청이나 법무부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도 가졌다. 

그 중에서도 ‘사람’을 이야기해야 하는 드라마 작가로서 꼭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던 공간, 교도소와 소년원 취재는 큰 자극이자, 정신적으로 꽤 힘든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취재를 통해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드라마화했을 때,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일이 쉽지 않겠구나’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와 상반되는 ‘연민과 이해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드라마를 통해 어떤 세상을 그리고 싶을까?

 

‘선(善)’을 전할 수 있는 드라마 쓸 것

▲송진 작가가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 메모를 위한 ‘수접’과 ‘태플릿 PC’▲송진 작가가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 메모를 위한 ‘수접’과 ‘태플릿 PC’

 

시대에 역행할 수 있지만 대사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크지 않은 이야기.
예를 들면 <서울의 달>이요. 그 안엔 사회계층문제도 있고 진한 사랑이야기도 있잖아요.

 

송진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작품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또, “제가 생각하는 약자는 돈이 없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아요. 인간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니까요. 그리고 인생이란 예측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때론 삶이 난해하고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굉장하고요. A라는 사람이 B라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앞뒤 ‘인생의 문맥’을 꼼꼼하게 살펴줄 수 있는 드라마,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연한 기회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 다른 세상을 실컷 구경한 뒤 다시 운명처럼 글을 쓰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지난 10년간, 많이 보고, 듣고, 놀면서 만들어놓은 구슬들을 이제 슬슬 꿰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펜>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드라마 대본은 올해 말 tvN 단막극으로 제작 및 편성, CJ E&M의 OTT ‘티빙’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또, 미니시리즈 기획안과 시나리오는 드라마·영화 투자·제작 관계자에게 제안된다. 그녀의 바람대로 구슬을 하나하나 잘 꿰어서 ‘선의’를 전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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