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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개봉예정인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장편소설 <속죄>의 이언 매큐언이 2007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명료한 서사, 담담한 문체로 구성된 이 소설은 긴 여운, 복잡한 감정, 풍부한 사유 등을 스크린에 옮기기에 까다로운 편이다. 까다롭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은 NO. 관객의 집중도를 높여줄 심산으로 준비한 OST가 안내자로 자처했다. 극중 벌어질 주인공들의 비극을 미리 점치기라도 한 듯 적절한 OST 삽입은 몰입감을 더한다. 과연 어떤 음악으로 관객을 비극으로 안내했는지 살펴보자.


<체실 비치에서>는 어떤 영화?

▲ 운명적 사랑에 빠진듯 하지만 황망한 비극을 맞이하는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출처: 네이버 영화) ▲ 운명적 사랑에 빠진듯 하지만 황망한 비극을 맞이하는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출처: 네이버 영화)


1962년,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사중주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플로렌스(시얼샤 로넌)는 반핵 캠페인에 참여하는 진취적인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재킷을 입지 않고 셔츠의 꼬리는 삐죽 나온 채 문간에 서서 거길 점령한 듯 사람을 쳐다보던’ 남자 에드워드(빌리 하울)를 만나게 된다. 이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타인들이 그러하듯, 그들은 ‘아주 전통적으로 교회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결혼하고 해변의 호텔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날, 그들의 삶을 뒤바꿀 결정 앞에 직면한다.



억압된 사회여 가라! 로큰롤 & 에드워드

▲ 1960년대 로큰롤로 대변되는 에드워드(출처: 네이버 영화)▲ 1960년대 로큰롤로 대변되는 에드워드(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는 1962년이라는 시간을 묘사하면서, 흥미로운 태도를 보인다. 영화의 도입부, 에드워드가 호텔 방의 라디오를 조작하자 라디오에서는 척 베리의 ‘Roll Over Beethoven’이 흘러나온다. 에드워드가 플로렌스를 처음 만나게 되는 중요한 장면 직전에는 리틀 리차드의 ‘Ready Teddy’ 가 마치 울려 퍼지듯 터져 나온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자신이 직접 크게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본인이 등장하는 장면의 무드를 활기차게 가져간다.

다분히 전략적으로 보이는 이 선택은 극 중 두 주인공이 살던 시대의 한 측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가 된다. 특히 에드워드를 대변하는 곡 중 하나인 ‘Roll Over Beethoven’의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Roll over Beethoven And tell Tchaikovsky the news (베토벤 음악은 팽개쳐 버리고, 차이콥스키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줘요)


<체실 비치에서>는 자유롭고, 즐거움을 추구하던. 다시 말해 절제되고 억압된 사회규칙을 벗어나고자 하는 기운들이 움트던 1960년대 초반의 기운을 불러낸다. 이는 음악을 통해 에드워드에게 불어넣는다. 최소의 등장인물과 최소의 배경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던 원작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다루고자 하는 시대적 배경을 인물과 음악을 통해 체화시킨다.


변화를 거부한다! 클래식 & 플로렌스

▲ 하이든을 비롯해 모차르트, 엘가, 슈베르트의 명곡이 흐른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하이든을 비롯해 모차르트, 엘가, 슈베르트의 명곡이 흐른다. (출처: 네이버 영화)


 에드워드의 반대편에 있는, 그의 연인 플로렌스가 ‘바이올린 연주자’인 것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플로렌스를 대변하는 ‘클래식’은 에드워드를 상징하는 ‘로큰롤’과 극심한 대구를 이룬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처음으로 서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풀밭 장면과 두 사람이 작은 나룻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하이든의 사랑스러운 현악 4중주 66번 G장조가 피어오른다. 이밖에도 플로렌스를 대변하듯 모차르트, 엘가, 슈베르트의 명곡이 화면을 수놓는다.

다수의 ‘클래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고방식과 시대정신이 남아있던 1960년대의 ‘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감독의 절묘한 클래식 삽입은 플로렌스를 실체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영화적 전략이 된다. 이처럼 로큰롤과 클래식의 대비는 애석하게도 두 주인공의 세계관 충돌이라는 필연적 귀결로 향해 간다.


▲ 클래식으로 대변되는 플로렌스(출처: 네이버 영화)▲ 클래식으로 대변되는 플로렌스(출처: 네이버 영화)


<체실 비치에서> 로큰롤과 클래식은 단순히 캐릭터의 특성을 비유하는 장치만이 아니라, 그들이 겪어내고 있는 1960년대라는 혼돈의 시대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이 양가적인 세계에 던져진, 그리고 미숙한 연인들은 시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었음을 고통스럽게 드러낸다. 이게 바로 <체실 비치에서>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그렇게 연인들은 그들의 힘으로는 어떻게 제어할 수 없었던 비극으로 떠밀려가고. 황망한 비극에 마주한다.


지금은 달라졌는가? 여전히 유효한 질문

▲ 1962년 체실 비치에서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1962년 체실 비치에서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가장 행복한 날인 동시에 가장 슬픈 날을 경험했던 황망한 체실 비치에서의 비극으로부터 50여년이 흘렀다. 아마도 지금은 로큰롤과 클래식이 각자의 취향으로만 기능하는 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대는 과잉 통제와 협소한 자유로 사람들을 혼란시킨다. 반세기 전의 연인들의 모습에서 보였던 미욱함, 해소되지 않은 욕구, 잘못된 배려, 서툰 경험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보는 이들의 마음에 닿는다.

지금의 시대는 체실 비치에서 연인들이 파국을 맞이하던 1962년의 그 날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가. 그리고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날의 연인들이 미처 성공시키지 못했던, 서로를 이해하고 인내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만큼 바치고 있는가. 이언 매큐언의 각본과 도미닉 쿡의 연출은 되돌이킬 수 없는 그 날의 선택에 마주한 연인들의 회한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묻고 있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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