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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애니메이션을 즐겨 볼 수밖에 없는 어른이다. 딸의 가혹한(?) 지시로 하루에 쉼 없이 애니메이션 채널을 돌리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유아물, 메카물, 배틀물 등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골고루 섭렵 중인 요녀석.

하지만 아직 넘사벽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 바로 <신비아파트> 시리즈다. ‘귀신이 나오는 아파트’라는 설정 때문에 ‘엄마~’를 외치기 일쑤. 하지만 귀여운 도깨비 캐릭터 ‘신비’를 너무 좋아한다. 뭐지! ‘도깨비 장난’ 같은 일이라 생각하며 작품을 자세히 알아보니 이건 뭐 신드롬 수준.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아버지라 부르는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 석종서 국장을 만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 부는 신비(?)한 바람의 근원지에 관해 물어봤다.

 

<명탐정 코난> <개구리 중사 케로로> 더빙판은 그의 손에서

▲ <신비아파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석종서 국장▲ <신비아파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석종서 국장


석종서 국장과 애니메이션과의 인연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온미디어 계열사 중 하나인 투니팝에 입사한 그는 라디오 PD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ARS 퀴즈 프로그램 PD를 맡으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녹음실에서 성우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고, 이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더빙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우들에게 연기 지도하는 선배의 모습에 그 다짐을 굳혔고, 2003년부터 본격적인 더빙 PD로 활동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명탐정 코난 2~5기> <개구리중사 케로로 1~3기> <드래곤볼Z> 등 20여 편이 넘는다. 주로 일본 등 해외 애니메이션 현지화 작업이었다. 5년 동안 더빙 PD를 하면서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그중 하나가 대본이었다. 그는 번역 작가에게 대본을 받으면 기존 작품에서 의도한 대로 대사 톤이나 메시지가 잘 표현됐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성우가 연기했을 때 자연스러운지 점검하기 위해 직접 대본을 읽는 과정을 거친다.

 

▲ 성우 찾아 삼만리~~ <무적코털 보보보> 일화에서 느껴졌던 프로의 면모▲ 성우 찾아 삼만리~~ <무적코털 보보보> 일화에서 느껴졌던 프로의 면모


더빙 PD가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성우 선정과 캐스팅 작업이다. 원본 마스터테이프에 담긴 캐릭터 목소리를 듣고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우를 찾기도 하지만 작품 해석 후 상상력을 발휘해 캐릭터에 맞는 성우를 찾기도 한다. 중요한 건 국내 성우 데이터베이스 확보다. 그는 타 채널 더빙판 애니메이션은 물론, 지상파 외화 더빙판 모니터링을 꾸준히 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무적코털 보보보>였다.


극중 ‘돈벼락’ 캐릭터 성우를 누가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했는데, 우연히 본 더빙 외화에서 톤을 전복시키며 개그적인 요소를 가미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그 주인공인 손원일 성우를 캐스팅해서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죠.


안녕! 자두야, 둘리야, 신비야~ 국내 애니메이션의 자생력을 키우다

▲ 석종서 국장이 제작한 <안녕 자두야>(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석종서 국장이 제작한 <안녕 자두야>(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2007년에 들어오면서 일본 A급 애니메이션 제작이 감소하는 추세였고, 국내 애니메이션 채널 수가 많아져 수급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이를 타파하고자 투니버스는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갔다. 1997년 <영혼기병 라젠카> 제작 이후 10년 만에 일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자진해서 맡게 된 석종서 국장은 창작 애니 콘텐츠 기획팀을 만들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그는 <냉장고 나라 코코몽>을 시작으로 <아기공룡 둘리> <안녕 자두야> <파파독> 등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자생력을 키워나갔다. 그가 제작 업무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더빙 PD 시절 쌓은 노하우 덕분. 해외 애니메이션 현지화 작업을 통해 작품이 지난 캐릭터, 스토리 구성, 스케일 등의 장점과 재미 포인트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경험치가 많은 도움이 된 것이다.


▲ 기분 좋은 부자 상봉!? 자식 같은 '신비'와의 한 컷▲ 기분 좋은 부자 상봉!? 자식 같은 '신비'와의 한 컷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신비아파트> 시리즈다. 이 작품의 탄생은 이 한 줄로 시작되었다.


우리 아파트에 귀신이 산다!


유아물, 메카(로봇)물, 배틀물이 대거 생산되던 시점에서 석종서 국장은 뭔가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호러 장르와의 접합을 시도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건 아니다. 2010년 귀신을 소재로 한 <괴담 레스토랑>의 높았던 시청률 데이터를 기준으로 시도를 한 것.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마침내 2016년 12월 31일 파일럿 프로그램 <신비아파트 444호>가 첫 전파를 탔다. 신비아파트로 이사를 온 남매가 ‘신비’라는 도깨비와 함께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당시 최고 시청률 2.5%(닐슨 코리아)를 넘었다. SNS 통해 무섭지만 계속 보게 된다는 주 타켓층(7~9세)의 반응도 확인했다. 이후 2016년 7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 2017년 11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 등이 제작 방영됐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높아만 갔고, 최고 시청률 10%(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성공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호러’ 장르를 밀고 나간 뚝심과 이를 통해 탄생한 색다른 스토리가 주효했다고 봐요.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7월 극장판 <신비아파트: 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이 개봉해 약 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도 넘겼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호러 보다는 어드벤처 요소를 강조했고, 타임슬립을 통한 감동 코드도 삽입하며 TV 시리즈와의 차별성을 꾀했다. 그는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으며, 단점을 보완해 내년 겨울방학 시즌에 맞춰 새로운 극장판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글로벌 시장에 ‘신비’한 바람 일으킬 차례

▲ <신비아파트>에 이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레인보우 루비>▲ <신비아파트>에 이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레인보우 루비>


<신비아파트> 시리즈를 통해 국내 애니메이션의 자생력을 증명해 보였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쉽지 않다. <신비아파트> 시리즈 경우, 연령 타켓이 높고 한국적 요소가 강하다 보니 시장 진입이 어렵다. 현재는 해외 OTT 서비스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스튜디오 바주카에서 내놓은 작품은 <레인보우 루비>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제작한 이 작품은 캐나다와 중국 시장과 파트너쉽으로 공동 제작한 경우로, 전 세계 30개 채널을 통해 선보였다.

연이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스튜디오 바주카는 태국, 중국, 이탈리아, 캐나다 스튜디오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든 것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해외 공동제작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해외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환경이 아직도 열악해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졸업생 대부분 게임 쪽으로 빠지는 상황이고, 기획력을 갖춘 소규모 스튜디오는 회사 운영을 위해 외주작업에 집중한다. 석종서 국장은 이를 타파하는 방법으로 ‘에이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에이랩은 CJ ENM에서 잠재력을 갖춘 소규모 스튜디오의 기획개발과 제작을 위한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다. 조만간 에이랩 프로젝트를 통해 첫 파일럿 애니메이션이 선보일 예정이다.


▲ 좋은 작품의 장점을 얻기 위해 오늘도 정독!▲ 좋은 작품의 장점을 얻기 위해 오늘도 정독!


주 시청 연령층을 높인 <안녕 자두야>, 새로운 장르 접목을 시도한 <신비아파트>처럼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길 기대하고 앞으로도 힘쓸 예정입니다. 이런 노력이 쌓이다 보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석종서 국장의 책상에는 언제나 만화책이 있다. 스트레스용으로 읽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접하는 것이다. 가볍게 장을 넘기지 못하고 정독해서 장점을 찾아보려는 그의 모습에 <신비아파트>의 탄생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산업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그의 작품이 기다려진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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