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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찾아온 소중한 생명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이 있다. 학업 단절, 생계, 양육 스트레스는 물론 주변의 편견까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를 글로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이들이 대학로 뮤지컬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줬다. CJ나눔재단의 청소년 미혼 한부모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진 창작 뮤지컬 <heshe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heshe태그>). 그 무대엔 그들이 느낀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문 배우들과 미혼모 배우들이 서로 도우며 열정을 쏟은 heshe태그의 막이 올랐다.▲전문 배우들과 미혼모 배우들이 서로 도우며 열정을 쏟은 heshe태그의 막이 올랐다.

 

이보다 진정성 있는 무대는 없다, <heshe태그>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CJ아지트에서 창작 뮤지컬 <heshe태그>의 막이 올랐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뮤지컬은 미혼 한부모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세 가지 에피소드로 엮어 풀어냈다. 미혼 한부모들의 삶과 꿈,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 무대 위에 펼쳐졌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장면. 미혼모를 향한 편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두 번째 에피소드의 장면. 미혼모를 향한 편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지원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을 시작한 첫 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세 명의 주인공들은 각자 아이와 한강으로 소풍을 떠난다. 가는 동안 그들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말에 상처를 받게 되는데, 그래서 굳어진 마음을 녹여 준 것도 역시 사람들이다. 힘겹게 도착한 한강, 우는 아이를 달래 주거나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는 타인의 소박하고 따듯한 마음에서 그들은 위안을 얻는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선 미혼 한부모 누군가가 겪었을 상처와 좌절을 독백 형식으로 담담하게 보여 준다.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려간 6명의 미혼모는 결국 실패라는 벽에 부딪치지만, 그럼에도 좌절하기 보단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꿈을 갖는다. '오늘 계속 숨을 쉬면, 내일은 계속 올 테니까'라고 노래하면서.

 

 

막이 끝날 때쯤, 사람에게 상처 받고 또 위로 받았던 적 있는 관객들 역시 공감하고 격려한다는 듯 배우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상처 받고 실패하고 주저앉고, 다시 숨을 쉬고 꿈을 꾸는 삶이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만이 아니란 걸 관객들은 알고 있었다. 모처럼의 행복을 앞에 두고 목이 메었다가 좌절했다가 다시 희망을 붙잡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네 인생이 엿보였다.

 

▲배우들이 손을 잡고 피날레를 장식한다.▲배우들이 손을 잡고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뮤지컬이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유가 있다. 이 뮤지컬엔 진짜 인생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다섯 명의 미혼모 배우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직접 무대에 올라 전문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처음엔 누가 전문 배우고 누가 미혼모 배우인지 알아채기 어려웠을 만큼 그들도 전문 배우 못지않았다.

무대에 선 미혼모들은 스토리 안에서 각자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노래했다. 그 눈빛들은 무대 위 조명보다 더 반짝거렸다. 그들이 내뱉는 대사 한 마디, 노래 한 소절, 한숨과 웃음에서도 그들의 삶이 느껴졌다. 이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보다 진정성 있는 무대가 또 있을까.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들, 무대를 비추다

▲공연이 끝난 뒤 연출자와 음악 감독, 배우들이 소감을 한마디씩 전했다.▲공연이 끝난 뒤 연출자와 음악 감독, 배우들이 소감을 한마디씩 전했다.

 

잘하진 못해도 관객 분들께 우리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용기 내 내뱉은 미혼모로서의 저의 목소리가 모든 엄마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연출진과 배우들의 출연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미혼모 배우 김명지 님은 사회복지사가 되어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받았던 도움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돌려 주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재능 기부로 <heshe태그>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오세혁 님은 그와 같은 일을 먼저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타인의 행복을 기원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상처가 있죠. 아마도 그 상처는 회복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잊을 만큼의 행복이 찾아 온다면요. 이 공연이 그런 행복 중 하나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출에 참여했습니다.

 

▲heshe태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오세혁 님.▲heshe태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오세혁 님.

 

용기 내어 세상에 목소리를 낸 미혼모 배우들과 그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이 무대를 즐기러 온 관객들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 모두 어떠한 상처를 딛고 다시 힘을 내 살아가며 꿈을 꾸고, 그것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걸까.

뮤지컬 <heshe태그>는 미혼 한부모와 그들의 삶이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각자의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인 모두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관객도 공감하고 힘을 얻었다. 진짜 인생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었고, 그걸 바라본 관객들은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박수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딛고 일어나 노래하기까지, 울고 또 울었다

▲지난 7월 열린 포럼에서 청소년 미혼 한부모들이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지난 7월 열린 포럼에서 청소년 미혼 한부모들이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특별한 뮤지컬은 CJ나눔재단이 이들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자조 모임에서부터 출발됐다. CJ나눔재단은 올해 '헬로 드림(HELLO DREAM)'이라는 청소년 미혼 한부모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미혼 한부모들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인 어려움을 돕고 있는데, 그 중 공통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함께하는 '자조 모임'을 진행했다. 여기엔 '창작 공연 자조 모임'도 있었다.

창작 공연 자조 모임은 미혼 한부모 각자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세상으로 내놓는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지만, 그들이 정서적인 안정과 지지 체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기엔 배우, 연출자, 음악 감독 등 많은 사람들의 재능 기부와 지원도 있었다.

 

▲창작 뮤지컬 heshe태그를 함께 만들고 꾸민 연출가, 음악 감독, 배우들의 열정에 박수를!▲창작 뮤지컬 heshe태그를 함께 만들고 꾸민 연출가, 음악 감독, 배우들의 열정에 박수를!

 

미혼 한부모들과 연출진, 배우들은 지난 5월 첫 만남 이후 한 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만나며 각자의 삶을 나눴다. 처음엔 자신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버겁게 느껴졌던 미혼 한부모들. 함께 아픔을 나누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웃기도 하며 조금씩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변화가 일어났다.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던 미혼 한부모들이 조금씩 상처를 꺼내 놓고 함께 울고 위안을 얻으며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러는 사이 그들이 나눈 실제 이야기들을 토대로 시나리오와 곡이 하나 둘 완성됐다. 공연 한 달 전부턴 매일 같이 모여 연습에 매진했고, 서로 도우며 열정을 쏟았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자연스럽게 치유의 과정이 이어졌다. 마침내 자신감을 회복하고 당당히 무대 위에 선 그들.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 그 무엇보다 이들이 반짝거렸던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heshe태그>는 미혼 한부모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때론 경쾌하게 때론 차분히 전달함으로써 그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구에게나 때론 행복하고 때로 고달픈 삶의 모습이 있을 터. 모두 각자의 삶을 계속 살아내고 있고, 누구도 타인의 삶을 판단할 자격은 없으니까. 살아가고 꿈꾸며 내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 더욱 용기를 갖고 또 서로 응원해 보는 건 어떨지. 무대 밖에서 진짜 인생들이 더 눈부시도록!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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