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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에서 예술가라는 수식어가 걸맞은 이들 중 가장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하녀>의 김기영 감독이다. 작고한 지 20년이 된 올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행사가 펼쳐졌다.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로 감독의 이름을 딴 헌정관 개관식. 영화애호가로서 특별하고도 뜻깊은 자리에 참석했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 네 번째 헌정관, 김기영관!

▲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김기영 감독▲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김기영 감독


임권택 감독, 배우 안성기, 박찬욱 감독의 공통점은? 한국영화계의 ‘유일무이’한 인물인 동시에 CGV아트하우스의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각각의 이름을 딴 헌정관이 있다는 것.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는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영화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상영관을 헌정하고 헌정인의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6년 CGV아트하우스 서면 ‘임권택관’, CGV압구정 ‘안성기관’, 2017년 CGV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이 생기면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김기영 헌정관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김기영 헌정관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올해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김기영 감독이 선정되었다. 김기영 감독은 <하녀> <화녀> <충녀>로 이어진 ‘악녀’ 시리즈, <육체의 약속> <이어도> 등 3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동시대 감독들과 달리 인간의 욕망과 성적 충동, 혼란을 다루는 등 자신만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세계를 펼쳤다. 특히 <하녀>는 제61회 칸 영화제 ‘칸 클래식’ 섹션에 특별 초청되었고, 2007년 당시 세계영화재단(WCF) 위원장이었던 마틴 스콜세지는 “전세계가 봐야 할 위대한 영화다”라고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혹시 못 봤다면 꼭 보시길…)


▲ <충녀>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았다▲ <충녀>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았다


이렇듯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김기영 감독의 헌정관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지난 16일 CGV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에서는 ‘김기영관’ 개관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은 것만 봐도 그가 한국영화 역사상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

이날 개관식의 시작은 <충녀> 상영이었다. 관람에 앞서 많은 관객은 곳곳에 수놓은 김기영 감독의 발자취를 찾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는데, 파이프 담배를 물고 저돌적으로 정면을 응시한 감독의 모습이 강렬했다.


▲ CGV 씨네 라이브러리 가면 꼭 한 번 찾아보세요~~▲ CGV 씨네 라이브러리 가면 꼭 한 번 찾아보세요~~


김기영관 옆에 위치한 씨네 라이브러리에서는 이번 행사를 기념해 특별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김기영 감독 대표작 스틸과 시나리오집, 관련 도서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세로줄로 되어 있는 시나리오를 보고 있으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김기영 감독을 기억하는 이들이 함께한 개관식

▲ 영상으로 헌정관 개관식 축하 인사를 전한 배우 안성기▲ 영상으로 헌정관 개관식 축하 인사를 전한 배우 안성기


약 2시간 동안 강렬한(?) 충격을 안겨줬던 <충녀> 상영이 끝난 후,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김기영 헌정관 개관식이 열렸다. 씨네21 이화정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김기영 감독과 연이 깊은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김기영 감독의 장남 김동원 님, CJ CGV 최병환 대표, 그리고 일반 관객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아쉽게도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안성기 배우, 박찬욱 감독, 김지운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김기영 감독을 향한 애정과 개관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 반가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는 배우 윤여정▲ 반가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는 배우 윤여정


헌정패 증정식에 앞서 축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감독님의 헌정관이 좀 더 빨리 생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당시에는 감독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더라. 다시 한번 작품을 함께 했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CGV 최병환 대표는 김기영 감독의 타계 20주년을 맞아 헌정관 개관 의미를 부여하며, “김기영 감독님처럼 한국영화의 오늘을 있게 한 영화인들을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한국영화의 유산을 보존, 계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헌정패 증정 후 최병환 대표와 김기영 감독의 장남 김동원 님 한 컷▲ 헌정패 증정 후 최병환 대표와 김기영 감독의 장남 김동원 님 한 컷


이어 최병환 대표는 김기영 감독의 장남 김동원 님에게 헌정패를 증정했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은 김동원 님은 모든 이들에게 가족을 대표해 감사함을 전하며 짧은 소감을 남겼다.

 

가족들도 생전에 아버지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만큼 작품마다 많은 고뇌와 열정으로 사신 분이셨죠. 돌아가신 후에 세계적으로 추앙 받는 감독으로 인정받게 되어 가족으로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김기영 감독을 기억하는 이들이 함께한 개관식

▲ 솔직한 입담으로 과거 김기영 감독과의 추억을 쏟아낸 배우 윤여정▲ 솔직한 입담으로 과거 김기영 감독과의 추억을 쏟아낸 배우 윤여정


김기영 감독의 작품 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윤여정이다. <화녀> <충녀> <죽어도 좋은 경험> 3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김기영 감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헌정패 증정식 이후 <충녀> 스페셜톡 행사에 참여한 윤여정은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화녀>를 한 뒤 감독님하고 절대 안 하려고 했어요. 근데 <충녀> 시나리오를 손수 갖고 와서는 ‘두 번 작업한 배우가 없는데, 너는 영광인 줄 알아’ 하는 거 있죠. 반 협박, 반 설득당해서 하긴 했어요.(웃음)


▲ 영화 <충녀>의 한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충녀>의 한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충녀>는 윤여정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작품이다. 바로 추억의 소재는 ‘쥐’. 극중 명자(윤여정)의 꿈에서 등장하는 쥐 떼 장면이 있는데, 감독은 그에게 쥐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촬영에 들어갔다고. <화녀> 때도 쥐꼬리를 드는 장면이 있어서 질겁한 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계단에서 거꾸로 누운 채 끌려가는 <화녀>의 마지막 촬영 장면에 얽힌 힘들었던 일화도 설명했다.



감독과의 작업은 난관의 연속. 하지만 윤여정은 촬영장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감독님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배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소재와 영상미 구현 등 앞서나간 분이라고 덧붙였다.

 

예술가는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영화는 지금 봐도 쇼킹하잖아요. 어릴 때는 기괴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감독님은 천재 예술가였다는 걸요.


김기영 마스터피스 특별전 ‘욕망의 해부학’으로

▲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


모든 행사가 끝나고 씨네 라이브러리 옆 공간을 살펴보니, 김기영 감독의 멋진 필모그래피와 이번 행사에 맞춰 준비한 대표작 포스터와 국내외 영화인들의 헌사가 적힌 문가가 벽에 붙어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감독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곳에서 배우 윤여정의 팬으로서 왔다가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 매료당한 한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



김기영관 개관식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그렇다면 김기영 마스터피스 특별전 ‘욕망의 해부학’으로 초대한다. 오는 28일(수)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김기영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특별전에는 감독의 대표작이 하루 두 차례씩 상영한다. <하녀> 이외에도 <충녀> <육체의 약속> <이어도>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화녀’ 82>를 선보인다. 더불어 헌정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관람료 일부가 한국독립영화에 후원된다는 사실.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고 우리나라 독립영화에 힘을 보태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


“나는 단 한 순간도 영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다.” 김기영 감독에게 영화는 인생의 전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대 감독과 비교해 30여 편이란 현저히 적은 작품을 남겼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뜯어볼수록 그 기괴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김기영만의 세계를 마주한다. 이번 헌정관을 통해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과 작품을 기억했으면 한다. 더불어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우리 한국영화계에는 한 획을 그은 ‘거인’들이 아직도 많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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