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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11월이 되면 생각나는 뮤지션, 유재하. 그의 데뷔 앨범이자 유작이 된 <사랑하기 때문에>는 발매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으며 지금도 높이 평가하는 명반이다. 그와 그의 노래를 잊지 않기 위해 1989년부터 ‘유재하 가요제(현 CJ와 함께하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렸고,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했다.

쟁쟁한 본선 진출 11개 팀들의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보컬, 베이스, 퍼커션’이라는 이색 조합을 선보인 3인조 남성 밴드 ‘더치트랩’이 금상과 CJ문화재단상(특별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실패를 맛본 후 드디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큰 상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이들에게 유재하와 그들만의 음악에 관해 물어봤다.

 

음악이란 꿈을 향해 뭉치다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 ‘더치트랩’(왼쪽부터 박수종 님, 유현수 님, 엄태용 님)▲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 ‘더치트랩’(왼쪽부터 박수종 님, 유현수 님, 엄태용 님)


제29회 CJ와 함께하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가히 ‘역대급’이었다. 장학금이라는 수상혜택 특성 상 대학생 및 대학원생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졌던 것에서, 만 17세 이상 신인 싱어송라이터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토록 변경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하는데 나이와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대회를 공동 주관한 유재하 동문회와 CJ문화재단은 더 많은,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데 동의해 대회 개최 30여년 만에 과감히 지원자격을 변경했다. 그 결과 75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미주예선 진출 팀을 포함한 11명만이 본선 무대를 밟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연에서 대상 최유리에 이어 3인조 남성 밴드 ‘더치트랩’이 금상을 받았다.


▲ 음악 하나로 뭉친 이들.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계속해서 탈락만 했다. ▲ 음악 하나로 뭉친 이들.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계속해서 탈락만 했다.


서로 목표는 달랐지만 음악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어요.


더치트랩의 엄태용 님(보컬), 박수종 님(베이스), 유현수 님(퍼커션)은 저마다 음악을 잘하고 싶은 같은 마음으로 뭉친 이들이다. 한 명은 뮤지션의 꿈을, 한 명은 고등학교 수행평가 고득점을 위해, 한 명은 대입 준비를 목적으로 같은 음악 학원에 다녔고, 이를 계기로 서로 친하게 지내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특히 동갑이었던 엄태용 님과 박수종 님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록밴드를 결성했었는데, 우연히 버스킹을 하다 서로 호흡이 잘 맞은 걸 확인했다. 이후 보컬과 베이스만으로 이뤄진 팀을 만들기로 한다.

보컬과 피아노로만 구성된 영국 밴드 ‘킨(Keane)’도 있지만 보컬과 베이스로만 구성된 밴드가 낯선 건 사실. 하지만 주위의 편견을 깨고 멋진 음악을 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2016년에 ‘더치트랩’이란 이름으로 팀을 결성한다. 당시 좋아했던 미국 록밴드 ‘투 톤 슈(Two Ton Shoe)’의 곡 시작 부분에서 ‘더치 더치’처럼 들리는 소리와 ‘트랩’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이를 합한 것을 팀명으로 정했다고. 이후 자신들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춘장대해수욕장 전국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 첫 출전 했는데, 무려 금상을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후 참가한 대회에서는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본선까지는 올라갔지만 그 이상은 올라가지 못했다. 결성 1년 동안 수없이 많은 대회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겉으론 괜찮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속으론 쓰리고 아팠다. 더 힘들었던 건 멋진 무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 지난 4월 출시한 더치트랩 ‘꽃이 꾸는 꿈’ 자켓 (출처: 퍼플파인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출시한 더치트랩 ‘꽃이 꾸는 꿈’ 자켓 (출처: 퍼플파인엔터테인먼트)


1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이들에게 필요한 건 ‘변화’였다. 당시 생각났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현수 님. 당시 그는 군 제대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들은 팀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함께 음악을 해보자고 말했다. 민간인 생활(?)을 앞둔 터라 열정이 넘쳐났던 그는 형들의 구애(?)에 OK 사인을 보냈고 군 생활 마지막을 편곡에 올인했다.

그 열정을 동력 삼아 제대 후 곧바로 참여한 ‘제1회 인디 및 아티스트 경연대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주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탈락이란 어둠의 터널에서 오랜만에 맛본 빛이었다. 이때부터 더치트랩은 완전체로 활동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올해 지인이었던 ‘무중력 소년(김영수)’의 도움으로 첫 앨범을 내는 등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더치트랩 멤버 3명은 모두 유재하의 음악을 사랑하고 동경하며 크고 작게 음악활동에도 영향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싱어송라이터 발굴대회라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본질도 자신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대회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대학(원)생만 지원 가능했고, 엄태용 님은 음악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참가 대상 자격이 만 17세 이상 개인 혹은 팀으로 변경됐다.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했다.

 

참가 대상 변경으로 인해 참여할 수 있었던 대회이니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었죠.

- 엄태용 님


참가 지원 후 7월 말에 본선 합격 소식을 들은 이들은 뛸 듯이 기뻤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당시 막내 유현수 님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음악 세션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본선 무대 일정이 뮤지컬 공연이 일찍 끝나는 일요일이었고, 공연 순서도 8번째였기 때문에 참가 가능성이 컸다.


▲ 하늘이 도왔다! 무사히 본선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더치트랩.(출처: CJ문화재단)▲ 하늘이 도왔다! 무사히 본선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더치트랩.(출처: CJ문화재단)


작은 희망을 안고 참가에 올인! 뮤지컬 공연장 밖에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대기시키는 등 곧바로 본선 공연장으로 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혹시 교통정체가 있을까 조마조마했던 건 사실. 그래서일까. 다른 팀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 체크를 하는 등 만전을 기했지만, 엄태용 님과 박수종 님은 막내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다행히도 7번째 팀이 1절을 마친 후에야 유현수 님이 가까스로 대기실에 도착했고, 이들은 호흡을 가다듬고 무대로 향했다. 이렇게 세 명이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에 힘을 얻고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며 무대에서 그들의 ‘소울’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이들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는 ‘연’이라는 곡이다. ‘연’을 들어보면 유재하의 서정적인 곡과는 확연히 다른 그루브(groove)의 특색이 느껴지는 곡이다.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발라드인 ‘꽃이 꾸는 꿈’이 있었지만 이들이 ‘연’을 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만의 음악적 색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은 팀 결성 후 만든 첫 곡으로,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에게 우리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결정했어요.

- 박수종 님

 

판단은 정확했다. 베이스와 퍼커션 카혼의 리, 강하게 귀에 꽂히면서도 물 흐르듯 유연한 느낌을 전하는 보이스는 관객들의 시선 집중. 곡이 끝난 후에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곡을 끝낸 이들은 어땠을까? 얘기를 들어보니 각자 무대에서 하나의 실수 없이 완벽한 무대를 펼쳤다는 마음에 모두들 기쁨을 표출했다고. 이런 이유에서 “내심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금상과 CJ문화재단상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더치트랩. 모두들 웃음과 잇몸 만개!! (출처: CJ문화재단)▲ 금상과 CJ문화재단상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더치트랩. 모두들 웃음과 잇몸 만개!! (출처: CJ문화재단)


혹시나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시상식 자리에 선 이들은 꿈에 그리던 금상, 그리고 CJ문화재단상을 받는 행운을 안았다. 특히 CJ문화재단상은 대상과 함께 EP 앨범제작지원을 받을 수 있어 모든 팀의 부러움을 샀다. 이 밖에도 CJ문화재단은 29기 유재하 동문 기념 앨범 및 공연을 제작 지원하고, 기수에 상관없이 유재하 동문들에게 CJ아지트 광흥창(녹음 스튜디오/공연장/커뮤니티 라운지) 공간을 지원한다.


‘더치트랩’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이후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들이 참가할만한 대회를 찾아보고, 곡의 완성도를 위해 매주 모여 연습하며, 새로운 곡을 선보이기 위한 작사, 작곡에 매진 중이다. 하지만 달라진 건 하나 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활동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찾지 못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많은 분에게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상도 타는 등 큰 성장을 했다고 모두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활동하는 데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

- 유현수 님


한 뼘 더 성장한 더치트랩의 다음 스텝은 EP 발매를 대비해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곡들의 완성도를 높인 데모(DEMO)를 완성하는 것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끝난 후 멤버들은 어떤 곡을 EP 앨범에 담아야 하는 고민을 가장 먼저 했다고 그만큼 자신들의 음악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를 잘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 이제 다시 시작! 더치트랩만의 음악을 할 겁니다.▲ 이제 다시 시작! 더치트랩만의 음악을 할 겁니다.


그만큼 세 명 모두 음악에 대한 애정이 크다. 저마다 음악은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수단으로서,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생의 과업으로서, 아직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으로서 음악을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더치트랩만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사운드를 빼곡히 채워 화려함을 전하는 것보다 비울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음악, 듣는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주제를 담는 음악이 바로 더치트랩만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대 내 품에’ 등 유재하 선배님의 곡들처럼 말이죠.



그동안 ‘더치트랩’은 쉬운 길을 걸어온 건 아니다. 보컬과 베이스, 퍼커션으로 밴드를 할 수 없다는 주위의 고정관념과 마주하며 약 2년 동안 지난한 싸움을 해왔다. 마침내 이번 수상을 통해 싸움의 종지부를 찍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 줄 모른다. 여백의 미를 통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더치트랩만의 음악을 기대한다.

Posted by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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