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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합니다. 저, 어릴 때 락키드(Rock Kid)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락음악을 좋아하지만, 10대 후반 밴드부 형들 기타 나르던 시절에는 슬램(Slam)하다 교복바지 꽤나 찢어먹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축제 때는 강당에서 머리에 스프레이 잔뜩 바르고 라디오헤드의 <Creep>을 불렀었죠. 우리말로 스피릿 충만한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요새는 성시경, 에피톤 프로젝트, 루시드 폴에 빠져 삽니다. 세상은 넓고 음악은 많더라구요. 오~ 이것도 좋고 오오~저것도 좋은데? 하는 유연한 마인드가 생겼다랄까요. 솔직히, 세월이 좀 흘러서 서서 봐야 하는 락공연과는 조금 멀어진 것도 인정합니다.


헌데, 우연찮게도 락 공연을 보러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CJ아지의 댓글달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Tune Up 8기 라이브1 공연에 초대받았어요.(CJ아지트 더 알아보기)



여기는 CJ아지트 'Tune Up' 8기 라이브1
라인업을 보니..해리빅버튼과 아폴로18이랍니다. 이름은 우선, 왕년의 락키드에게도 생소하네요. 아폴로18은 오며 가며 포스터에서 이름은 보았던 것 같긴 합니다만.
 


구글링을 해보았습니다. 아, 이 밴드들은 하드(Hard)한 락을 하는군요. 스탠딩 공연이 꽤나오랜 만이라 조금 걱정도 되지만…용기를 내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왕년의 이야기이지만, 전 락키드니까요. 토요일 5시에 시간 맞는 친구들과 CJ azit에 마련된 공연장에 들어갑니다. 
 
이번 공연의 컨셉이 ‘락배틀’이라고 합니다. 아, 튠업이 뭔가 또 저지르려는 가 봅니다. 선배 뮤지션과 후배 뮤지션의 만남으로, 항상 새로운 무대를 보여줘 왔던 CJ azit 튠업 라이브 무대에서 이번엔 급기야 선후배가 ‘맞짱’을 뜬다고 합니다. 싸움구경, 그것도 음악으로 하는 싸움 구경이라니요. 

CJ azit에 도착해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를 보니, 역시 무대가 심상치 않습니다. 공연장 한 가운데에 철망이 있고, 사람들이 철망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네요. 게다가 공연 ‘화끈하게’ 보시라고 친절한 스탭 분께서 입구에서 보드카도 한 잔씩 나눠 주십니다.
 

싸움, 대결, 결투. 그래서 저도 맞지 않기 위해 가드 바짝 올리고선 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가 엄청납니다. 체인이 감겨 있는 철망, UFC의 옥타곤 같기도 하고, 검투사들의 콜로세움 락 버전 같기도 합니다. 당당하게 철망 안에 자리잡고 있는 마이크, 드럼, 이펙터 들을 보니 잠자고 있던 락 스피릿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친구들과 2012년 한국음악시장전망에 대한 깊이 없는 논의를 이어가던 중 
엄청난 박력과 함께 먼저 등장한 아폴로18!! 이럴수가! 철망이 불을 뿜습니다! 쿵쾅쿵쾅 강렬한 연주가 이어지는 데요, 왕년의 락키드, 어찌 신나지 아니하겠습니까!

  

누군가 집중하는 남자의 콧날이 매력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아닌가요?) 아폴로18 형님들은 코를 잘 안보여주십니다. 뭐, 어떻습니까. 신나는데. 매력만점입니다. 엄청난 퀄리티의 연주를 하면서도, 이 형님들 할 거 다 하더라구요. 드럼 위에도 올라가고, 관객석으로 내려오기도 하구요.



락배틀~ 락 동심의 세계로

너무 빨리 끝난 아폴로18의 무대를 아쉬워 하고 있자니, 이번엔 해리빅버튼 형님들이 등장합니다. 뭐, 이 분들도 어릴 적 락키드였겠죠.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훤칠한 베이시스트의 가죽잠바가 똻! 무대컨셉이랑 딱 맞는달까요. 
 

이어지는 해리빅버튼의 공연은, 역시 눈 돌릴 틈이 없습니다. 사진 몇 장 찍어놓고는, 정신 빼고 놀았습니다.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더군요. 뭐, 그 때처럼 슬램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15년 전과는 몸이 다르거든요. 부딪치면 아파요.
   


그렇게 공연을 즐기다가…어? 드러머 뒤 쪽, 공연장 반대편에 왠지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누구더라? 저런 비쥬얼 흔치 않은데…… 잠시 고민하는데, 탁- 하나의 이름이 와서 머리에 박혔습니다.
 
김. 바. 다!

임재범, 김종서 등의 뒤를 이어 전설적인 락그룹 시나위의 보컬을 맡았었고, 최근에는 나비효과 아트오브파티스라는 밴드에서 노래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저 락키드, 진짜 키드였던 시절부터 꼭 보고 싶었던 락 히어로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우와 진짜 심각하게 생겼어 게다가 '키 커.' 하며 놀라워하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해리빅버튼이 김바다를 무대위로 부릅니다. 이 형님, 바로 외투 벗고 멋지게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힘있게 불러주시는 데요, 아…… 맞습니다. ‘나가수’에서 윤도현이 부른 이 노래, 원래 시나위의 곡이었죠. 


락키드가 김바다 로또를 맞고 행복감에 빠져 있는 와중에, 이번엔 아폴로18과 해리빅버튼이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두 밴드가 서로 마주보더니, “이제부터 락배틀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합니다.

연주가 시작되자, 웃음기가 싹 사라집니다. 아폴로 18이 연주하는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 락키드, 이쯤되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변 관객들과 “헬로~ 헬로~ 헬로~” 를 떼창합니다. 해리빅버튼도 이어서 “유~후~!” Blur의 <Song2>를 불러줍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두 밴드는 락키드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였습니다. 자유와 함성과 땀이 함께하는 락 동심의 세계.


한참을 그렇게 싸우며 즐기다, 아폴로18이 해리빅버튼의 손을 들어주며 락배틀은 막을 내렸습니다. 보는 내내 즐거운 경기였습니다. 관전평이 필요 없는, 바로 모두가 승자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릎도 아프고 귀도 멍하고 ‘어서 앉고 싶다.’란 생각을 하는 저를 보면서 ‘옛날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공연 때문에 너무도 또렷하게 옛날의 그 락키드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비록 세월이 흘러 어덜트가 되었지만, 적어도 저는 락어덜트입니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대, 게다가 제 어린 시절 추억을 직접 몸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무대. 왠지 이젠 금방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듣자 하니, 지산락페에 [Creep], [Anyone can play guitar], [High and dry]의 주인공 라디오헤드가 온다죠? 저, 무조건 거기 있을 겁니다. Rock!

튠업9기 뮤지션 공모도 진행중이네요. 어떤 뮤지션들을 만날지~ 오늘처럼 멋진 무대를 다시금 기대해 봅니다.  
 

* RIP Whitney Elizabeth Houston.(1963~2012) We’ll rememb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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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J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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