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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2006- YOU’ (출처: TIME)▲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2006- YOU’ (출처: TIME)


기억하는가? 2007년 1월의 타임지 커버다. ‘올해의 인물’로 ‘You’를 뽑았다. 저 You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유튜브'의 You임과 동시에 일반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서의 You이기도 하다. 2007년이면 이른바 사용자 제작 콘텐츠, UCC(User Created Contents)의 붐이 일었을 때다. 거대 자본이 있어야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편견을, 유튜브 라는 플랫폼 하나가 거둬 들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UCC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폐기 처분된 이 말과 지금의 유튜브 콘텐츠와는 무엇이 다를까.


유튜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답은 수익성이다. 유튜브 론칭 초반에는 광고 모델이 없었다. 있었어도 지금과 같이 사용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2007년 1월 타임지 커버 이후로 13년이 흐른 지금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면, 그리고 그 콘텐츠를 통해 오디언스(Audience, 시청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모델이 생겨났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자 자본을 가진 회사들도 하나둘 시장에 뛰어들어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되기도 하고, 디지털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RMC(Ready Made Contents, 기성 제작 콘텐츠)의 대체재 혹은 보완재 겸 미래 투자를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약 10년 간 유튜브는 단순하게 유저가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는 1차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또 한 발 더 나아가서 그 유통을 통해 제작자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2차 사업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이게 다 유튜브 덕분이다.


▲유튜브 VS 비미오(사진 출처: https://www.wpblog.com/youtube-vs-vimeo/)▲유튜브 VS 비미오(사진 출처: https://www.wpblog.com/youtube-vs-vimeo/)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비메오(Vimeo)라는 서비스가 있다. 비메오는 유튜브보다 세련된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누군가는 유튜브보다 비메오를 선호했다. 일부 디자이너들이 그랬고, 세련된 영상을 제작하는 일부 비디오그래퍼들이 그랬다. 비메오는 유튜브보다 한발 앞서 2007년부터 화질 720p급(HD) 영상을 서비스했다.

그런데 비메오는 유튜브와 다른 정책을 폈다. 동영상을 올릴 때 콘텐츠 제작자에게 과금했던 것이다. 비메오의 하이엔드(High-End, 고급의) 서비스를 쓰고 싶은 사람들, 특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전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서비스였지만 그 때문에 비메오는 1차원적인 영상 아카이브(Archive, 기록 보관소) 사이트로 남았다. 일반 사람들이 언제든 보고 싶은 영상을 검색하는 곳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찾는 곳이 되었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유튜브와 비메오는 천양지차(天壤之差,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갖게 되었다. 사실 이 둘은 처음부터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그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유튜브 역시 HD 화질뿐 아니라 5K 초고화질 영상까지 서비스하는 상황에서, 과금하면서까지 비메오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서 영상 보듯, 제작자에게 직접 음원 산다!

▲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사진 출처: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사진 출처: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있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이 스트리밍 사이트는 최근에 색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꺼내 놓았다. 음악가가 직접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업로드해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 음악가가 스트리밍 사이트에 음원을 올리기 위해선 상당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레이블이 있어야 하고, 그 레이블은 해당 음악가의 음악을 프로듀싱 한다. 말이 프로듀싱이지 어찌 보면 자의적인 필터링을 거치는 셈이다. 대중성이 있는지를 주로 판가름해 음원이 탄생하면, 이를 유통할 유통사를 찾아야 한다.

이러는 과정에선 상당한 수수료가 발생한다. 결국 원천 음악의 권리를 소유한 음악가는 점차 많은 권리를 다른 회사에 이양해야 한다. 물론 메인 스트림(Main Stream, 주류) 시장에 진입해 대중에게 음악을 소구하기엔 이런 구조를 따르는 것이 걸맞다. 그렇지만 레이블이나 유통사와 계약이 쉽지 않은 소규모·인디 뮤지션들에게는 그 판로가 알맞지 않다. 대중성을 이유로 거절되거나 아예 자신의 음악을 소개할 기회마저 박탈 당한다.


▲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메인 화면 모습(사진 출처: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메인 화면 모습(사진 출처: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스포티파이는 2018년 9월 20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이블과 유통사 없이 직접 뮤지션으로부터 음원을 공급 받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원 수익은 스포티파이와 뮤지션이 50%씩 나눠 갖는다. 음악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 가령 녹음, 믹싱, 마스터링 그리고 앨범 커버 아트웍(Artwork) 등의 작업은 뮤지션이 맡고, 스포티파이는 그를 소비시킬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마구잡이로 모든 노래를 업로드 하는 건 아니다. 스포티파이의 자체 필터링으로 저작권 위반이나 혐오 표현이 있는지를 검증한다. 또한 자체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어느 지역의 어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어떤 구간에서 노래 재생을 그만두는지 따위의 데이터를 뮤지션에게 제공한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이 서비스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 2007년 11월부터 실험해 왔다고 한다. 10년 동안 무명이었고 작은 레이블과 싱글 앨범을 낸 바 있는 아티스트 VIAA(미아콜맨). 그녀는 그 싱글 앨범을 통해 많은 수익을 거두진 못했다. 스트리밍 횟수 역시 6만 회 가량으로 저조했다. 최근 그녀는 스포티파이에 자작곡 을 올렸고, 약 1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했다. 이 곡은 예전에 레이블들에게 외면 받았던 곡이다.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진행했던 일종의 직접 음원 유통. 사용자에게 직접 과금하도록 했다. (사진 출처: http://www.inrainbows.com)▲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진행했던 일종의 직접 음원 유통. 사용자에게 직접 과금하도록 했다. (사진 출처: http://www.inrainbows.com)


스포티파이의 이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향후 제도권 뮤지션들도 레이블을 통하지 않고 음원을 직접 업로드해 서비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다. 2007년 라디오헤드는 라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음원을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는데, 그 가격을 팬들이 직접 기재하도록 했다. 이러한 직접 유통의 경로를 통해 라디오헤드는 어떠한 수수료도 내지 않고 큰 매출을 올렸다. (물론 1달러나 0달러로 앨범을 ‘훔쳐간 사람들(?)’ 역시 60%가량 되었다.)


콘텐츠 소비도 취향 찾아 능동적으로~


유튜브와 스포티파이가 내세우는 정책은 하나로 수렴된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올리고 그 수익도 사용자에게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미디어의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 사슬)을 걷어 내고, 수익의 투명성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사용자는 플랫폼 서비스의 인사이트를 통해 향후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일정 수준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오픈 플랫폼을 통해 레디메이드(Ready-Made, 기성품) 콘텐츠와 대거 자본이 투여된 웰메이드(Well­Made, 완성도 높은) 콘텐츠만을 소비하던 수동적 소비자들은 잘 만들진 못했어도 취향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점층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의 행보도 기민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콘텐츠는 정찬과 군것질 사이의 뭐다?

▲생동감 넘치는 색다른 '먹방'쇼로 '취향저격'한 콘텐츠를 서비스한 CJ ENM의 <최자로드> (사진 출처: 하입비스트)▲생동감 넘치는 색다른 '먹방'쇼로 '취향저격'한 콘텐츠를 서비스한 CJ ENM의 <최자로드> (사진 출처: 하입비스트)


이렇듯 열린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은 잘 정제된 콘텐츠 이외의 날 것의(Raw), 하지만 보다 생동감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편성 권력이 미디어 사에 있던 미디어 패러다임이 조금씩 개인에게 이동해, 스스로 찾고 구독하는 능동적인 미디어 소비 습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지금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겐 TV 보다 유튜브가 더 편하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소비할 수 있기에, 편성 시간이 정해져 있어 기다렸다가 봐야 했던 기성 세대들과는 미디어를 접하는 창구 자체가 다르다.

디지털 콘텐츠는 그 둘 사이 간극에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없었던 시대에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는 그 과정에 낀 새로운 시장. 이른 바 트위너(Tweener, 중간층)라 부를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은 진입 장벽이 낮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만들 수는 없는 콘텐츠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CJ ENM의 디지털 사업부 역시 그러하다. 한 시간 분량, 16부작의 대자본 드라마보단 10분가량의 러닝 타임으로 8부작 정도의 시즌 콘텐츠를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TV에선 볼 수 없었던, 시청 타깃이 좁지만 ‘취향저격’ 할 수 있는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통통한 연애>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먹방'의 홍수 시대에 조금 색다른 결을 보여준 <최자로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TV 시장을 위시로 한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이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RMC 콘텐츠 시장,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장이 양 끝 단에 있다면, 그 사이에서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도 그들의 장단점을 흡수한 채 지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할 것이다. 다만 미디어 생산 권력이 조금 이양되고, 이로 인해 기존 미디어 권력도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획을 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공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RMC 미디어 시장이 잘 차려진 정찬을 제공하는 파인다이닝 (Fine-Dining)이라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나만 먹고 싶은 어떤 군것질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간의 디지털 사업자들이 만들어 내는 디지털 콘텐츠가 정찬과 군것질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밥만 먹고 살 순 없지 않은가.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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