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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패션 열풍의 근원지 동묘시장. 하지만 화요일 오후 6시만 되면 음악을 나누고 배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동묘앞역에 위치한 서울다솜관광학교에서 특별한 방과 후 수업인 ‘튠업음악교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된 CJ문화재단 튠업 뮤지션들의 음악 수업이라고 하니 호기심 발동. 현장을 찾아가 보니 선생과 학생 모두 음악은 듣는 것만이 아니라 나누는 것을 실천 중이었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하는 튠업음악교실

▲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특화 수업이 바로 튠업음악교실.▲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특화 수업이 바로 튠업음악교실.


튠업음악교실은 CJ문화재단의 튠업 뮤지션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의 선생님이 되어 재능 나눔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이 프로그램은 뮤지션이 아닌 음악 선생님으로, 무대가 아닌 교단에 서서 음악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악기와 보컬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음악이란 공통 관심사를 갖고 서로 소통하며 유대관계를 맺는 등 특별한 경험을 쌓는다고...

현재 튠업음악교실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학력 인정 공립 대안학교인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와 서울소년원을 포함한 교정시절 5곳까지 총 6개 기관에서 시행 중이다. 특히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의 경우, 튠업음악교실이 시작된 해인 2012년부터 쭈~욱 함께해오고 있다. 8년이란 세월 동안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온 학교 측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특성화시켰고, 이 수업을 받고 싶어 이 학교로 진학한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수업을 받은 졸업생 중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사례도 생겼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해외에 살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모님을 따라 우리나라에 오게 된 중도 입국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국제결혼 가정이나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 청소년들과는 달리 중도 입국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말이 서툴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음악은 그들에게 큰 힘이자 우리나라에 적응하게 끔 만들어주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튠업 뮤지션들은 또한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북돋아주기 위해 매주 화요일 방과후 시간에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를 찾는다. 기술적인 음악 노하우를 전하기 보다는 음악 자체의 흥미와 재미를 전하기에 노력한다는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호흡하며 이들에게 음악적으로 더 많은 걸 배우고 힐링을 얻는다고. 참고로 CJ문화재단은 참여일수에 따라 소정의 강사비를 제공하며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음악만 있으면 2시간이 훌쩍~


튠업음악교실은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본격적인 반 배정이 이뤄진다. 선생님으로 참여하는 총 13명의 뮤지션들은 보컬, 랩, 일렉트로닉 기타, 베이스 기타, 어쿠스틱 기타, 건반, 드럼, 합주지도 등을 각각 담당한다. 3~4명의 학생이 한 반을 이루는 이 수업은 한 해 1, 2학기로 나뉘는데, 1학기는 자유롭게 아이들이 선곡한 음악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2학기 때는 연말 CJ아지트 광흥창에서 튠업 뮤지션과 함께 하는 공연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한다.


▲ 보컬 교육만큼이나 담당 학생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이정아 선생님▲ 보컬 교육만큼이나 담당 학생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이정아 선생님


학교를 찾은 시기는 올해 1학기 세 번째 수업 날. 수업 특성상 이 시기에 선생님들은 음악을 가르치는 것 보다 학생들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다. 선생님들마다 다르지만 보통 수업 시작 전에는 평소 관심사나 요즘 학교 생활이 어떤지를 먼저 물어본다고. 서먹서먹한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대화가 약이라는 보컬 담당 이정아 선생님.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줍음을 많은 남학생들을 연이어 맡고 있어 그런지, 때로는 누나처럼, 때로는 선생님처럼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기타 반주에 맞춰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보컬 2반의 모습▲ 기타 반주에 맞춰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보컬 2반의 모습


하지만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힘든 부분은 바로 언어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우리나라로 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있다. 보컬의 경우 평소 들어 본적 없는 타 국가 음악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사 뜻과 의미를 해석하고, 그에 따른 보컬 피드백을 주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언어의 장벽도 넘어버리는 음악이 있지 않은가. 음악을 함께 들으며 왜 좋은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선생님에게 설명하고, 선생님은 학생의 말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가까워진다. 올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진동욱(데카당) 선생님은 흥미 위주의 음악 이야기로 수업의 포문을 열고, 직접 가져온 기타를 치며 아이들의 노래를 끌어낸다.


▲ 선생님들의 노하우가 집결된 연주 실력! 얘들아 이거 아무데서나 보는 거 아니야~▲ 선생님들의 노하우가 집결된 연주 실력! 얘들아 이거 아무데서나 보는 거 아니야~

▲ 이제는 우리 차례.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눌러~~▲ 이제는 우리 차례.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눌러~~


악기 담당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으로 교감한다. 기타나 드럼 수업은 메탈리카처럼 밴드 음악을 서로 이야기하며 시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건반 수업은 조용한 가운데, 세세하게 연주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선생님들이 직접 연주 시범을 보여줄 때 영상을 찍거나 곧바로 따라 하는 등 청출어람의 자세가 돋보였다.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남다른 열정을 보여줬다.


▲ 이제는 우리 차례.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눌러~~▲ 이제는 우리 차례.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눌러~~


각 부문 수업 중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한 건 랩 수업이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음악 장르가 바로 ‘힙합’. 슬릭(김령화) 선생님은 유튜브를 활용해 아이들과 힙합 음악을 듣고, 비트에 맞춰 랩을 하는 등 스웨그(swag) 넘치는 모습으로 수업에 임했다.

 

선생님도, 학생도 음악이 주는 기분 좋은 변화를 느끼다!

▲ 보컬 담당 선생님인 이정아(좌), 진동욱(우) 선생님▲ 보컬 담당 선생님인 이정아(좌), 진동욱(우) 선생님


처음에는 레슨 경험이 전혀 없어서 쉽지 않았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그런 두려움은 없어졌어요. 오히려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죠.

 - 이정아 선생님 -

뮤지션들이 대부분 작업실에만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요.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물론이고, 동시대 뮤지션들과 만날 수 있어 매주 화요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진동욱 선생님 -

 

보컬 담당 선생님 중 가장 오래 튠업음악교실에 참여했던 이정아 선생님과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진동욱 선생님 모두 음악이 주는 기분 좋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과 동시대 뮤지션들과의 만남 덕분에 즐겁다는 이들은 연말 멋진 공연을 위해 노력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 반전 보이스 소유자들 유이령(좌), 안영철(우) 학생▲ 반전 보이스 소유자들 유이령(좌), 안영철(우) 학생


중학교 때 튠업음악교실이 있다는 걸 알고 이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직접 수업에 참여해보니 노래 부르는 것도 재미있고, 선생님, 친구들과 음악에 관해 얘기 나누는 것도 너무 좋아요.

 - 유이령 학생 -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선생님의 기타 반주에 직접 노래도 해보니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하지만 1년 동안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 안영철 학생 -

 

진동욱 선생님 반 아이들인 유이령, 안영철 학생은 우리나라에 온지 각각 2년,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적응하는데 힘은 들었지만 그때마다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특히 유이령 학생은 우리나라에 온 후 학교 생활이 힘들었을 때 샤이니 종현의 <하루의 끝>을 들으며 힘을 얻었다며 음악이 주는 변화의 경험을 소개했다.

 

음악을 통한 진정한 재능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튠업 뮤지션들의 열정, 그리고 이들의 기분 좋은 이끌림을 마다하지 않으며 음악이 주는 행복으로 용기와 힘을 얻는 학생들. 일주일에 단 하루, 두 시간 동안이지만 이들은 음악이란 매개체로 이미 하나가 된 듯 하다. 해온 수업 시간보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수업이 더 많지만, 벌써부터 연말 공연이 기다려진다.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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