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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쿰쿰한 냄새가 날 것 같은 반지하 방. 보기만 해도 탁 트인 시야가 두 눈으로 들어올 것 같은 2층 저택. <기생충>의 매력 중 하나는 두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낸 디테일에 있다.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의 노력이 가장 크겠지만, 이들을 도와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한 촬영팀의 노고도 담겨 있을 터. 촬영팀 강현규 님은 리얼리티를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작년 여름 촬영의 추억을 더듬어갔다. 


물 속(?)에서 나와 촬영팀원이 된 사연 

▲ 엔딩크레딧 여섯번째 주인공 <기생충> 촬영팀 강현규 님


<기생충>에 참여한 건 운이 좋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난 5월 25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역사상 첫 수상은 물론 올해 한국영화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칸의 영광은 고스란히 국내 극장가로 옮겨왔고, 개봉한지 53일째인 7월 21일(일)을 기점으로 1,00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섰다. 이로써 <기생충>은 <명랑> <극한직업> <아바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에 이어 26번째 천만 영화로 기록된다.  

<기생충>에 촬영팀으로 참여한 강현규 님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촬영팀원으로 활동한 지 3년 만에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건 유일한 놀잇거리로 삼은 그는 우연히 영화과에 진학했고, 좋아하는 걸 일로 해보자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수중촬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사실 물 공포증이 있었음에도 새로운 걸 도전한다는 마음이 앞서 시작한 것. 스쿠버 다이빙도 배우는 등 열심히 노력했고, 이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가려진 시간> <신과함께 – 죄와 벌> 등 다수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에 수중촬영팀원으로 참여했다. 



그가 물 속에서 나와 촬영팀원이 되겠다 결심한 건 영화 현장에서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중촬영은 전체 영화 촬영에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고, 일도 많지 않았던 터라 아예 촬영팀으로 가게 된 것. 촬영팀원으로서의 첫 영화는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였다. 

액션 영화라는 특성상 움직임이 많고 컷 수도 많아 촬영팀으로서 바쁜 생활을 보냈는데,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현장 최전방에서 긴장 상태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적응을 잘 못했다고. 이런 시행착오를 잘 견딘 후 완성된 영화가 흥행이 되어 작은 보람도 느꼈다. 이를 동력 삼아 이창동 감독의 <버닝>,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만나게 된 것이다. 


좁은 공간, 카메라와의 사투~ 촬영은 언제나 새로운 시도! 

▲ 과외 면접을 보러 온 기우(최우식)의 모습을 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촬영팀(사진 출처: <기생충> 메이킹 필름 영상 캡처)


촬영팀은 영화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람들이죠!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이 말한 것처럼 촬영팀은 영화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기본적으로 각 씬에 맞는 카메라 세팅 및 운용을 담당하는데, 그 시작은 크랭크인 전 사전 준비부터 시작이다. 테스트 촬영 및 장비 소모품 구매와 대여 등 촬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작품마다 다르지만) 물품 세팅이나 조명까지 세세하게 다루는 등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모든 상황을 관장한다.

보통 촬영팀은 총괄을 맡은 촬영감독을 두고 3~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생충> 경우, 1조수는 포커스(초점)를, 2조수는 장비 관리, 3, 4조수는 촬영 서포트, 배터리, 소모품 관리 등을 담당했다. 강현규님 3조수로 참여하며, 슬레이트를 치는 등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힘썼다. 

 

▲ <기생충> 시나리오 자세히 보면 '촬영팀 강현규'라고 적혀있다.


특히 그가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노력을 했던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기택(송강호)의 반지하 침수 장면이었다. 보통 촬영팀원에게 작품의 작업 강도 기준선이 있는데, 바로 밤 씬, 비 씬이다. 알다시피 <기생충>은 억수 같은 비가 와 집이 침수가 될 정도. 그는 시니리오 상으로 알고 있었고, 수중촬영을 해본 터라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팀과 수중촬영팀의 가교 역할 등 원활한 협업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수중 촬영을 하기 위한 카메라 방수 하우징과 배터리 연결 등이 문제였다. 이번 영화에 쓰인 카메라는 ‘아리 알렉사 65(Arri Alexa 65)’로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옥자>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에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사용 빈도가 적은 카메라이기 때문에 운용 노하우가 많지 않았던 것. 방수 하우징 크기 문제나 배터리 연결 문제도 이런 부분에서 생긴 것. 다행히 협업을 통해 최상의 촬영 조건을 만들고, 봉준호 감독이 생각한 그림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는 힘은 들었지만 시사회 때 완성도 높은 침수 장면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 보기만 해도 답답했던 반지하 공간 촬영 장면


이번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카메라 한 대로 좁은 공간을 최대한 담으려고 한 것. 앞서 소개한 아리 알렉사 카메라를 사용한 것도 좁은 공간에서 일반 카메라보다 두 배 정도 넓은 화각을 가져갈 수 있어서 선택한 것. 이런 장점은 반지하 방에서 그 노력이 빛을 발했는데, 촬영을 담당한 이들에게는 힘든 환경이었다고. 워낙 좁은 공간에 사람은 많다 보니 촬영 전 모두 “예민하지 말자, 부딪히지 말자~”라고 얘기하면서 지냈다며 웃지 못할 과거를 소환했다. 


▲ 현대적인 젊은이의 느낌 충만? 영화에 출연까지 한 강현규 님 (사진 출처: 엔딩크레딧 영상 캡처)


<기생충>에서 그는 배우로도 참여했다. 기택이 동익(이선균)의 사무실에 찾아가는 장면에서 그를 쳐다보는 회사 직원으로 깜짝 출연한 것. 봉준호 감독은 현대적인 젊은이의 느낌이 있어서 출연시켰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느낌이 없다면서 새로운 경험으로서만 만족한다고 봉준호 감독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다 계획이 있구나? 계획 보다 하고픈 마음으로~ 

▲ 3년 동안 세 작품에 참여했던 강현규 님에게 현장은 배움터(장소 협조: 김종영 미술관)


비록 촬영팀원으로서 3년 동안 세 작품을 했지만, 나름대로 경험한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했다. <범죄도시>는 그동안 얘기만 들었던 영화 촬영 현장의 힘듦을, <버닝>은 때를 기다리는 방법을, <기생충>은 원 컷 안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마법의 순간을 목격했다. 

특히 홍경표 촬영 감독님과 <버닝> <기생충> 연달아 작업하면서 원하는 빛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매번 놀라움을 느꼈다고.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 부합하는 장면을 찍었을 때 좋아하는 모습은 마치 아이처럼 순수해 보였다. 이 모습을 통해 그는 <범죄도시> 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 계기였다. 



홍경표 촬영감독과 일을 하면서 그는 엔딩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에 책임감과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크레딧까지 봐주시는 고마운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영화의 누가 되지 않도록 직업으로서 영화인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대변한다. 

강현규 님은 촬영팀 이하 영화 스탭으로 일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전했다. 힘들어서 그만두더라도 두 작품을 해보고 행동으로 옮겨보라는 것이었다. 모든 일은 처음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기에 전하는 말이었다. 마음이 동해서 일을 선택했다면 끝까지 해보기를 강조했다. 


▲ 계속 고민하고 대화도 하며 촬영팀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강현규 님(장소 협조: 김종영 미술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직업적으로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 순간 이 마음을 담아 좋은 영화로 찾아 뵐게요.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극 중 기택의 대사와 달리, 강현규 님은 계획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해왔다. 영화과 진학도, 수중 촬영도, 영화 촬영팀 일도 그렇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 꼭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강현규 님.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촬영팀 일원으로서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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