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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모비딕> <붉은 정원> 등 고전 작품이 꾸준하게 무대에서 재탄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늦가을에 뮤지컬 <애수>가 관객을 찾았다. 여타 작품들에 비해 뒤늦은 도착이지만, 감동은 변함없다. 전쟁을 배경으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한 연인의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사랑은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이 되살아날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의 뮤지컬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신인 창작자들 덕분. 2019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리딩공연 두 번째 작품인 <애수>의 이창희 작가와 전예진 작곡가는 이 작품을 무대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겪은 행복한 고민을 들려줬다.

 

영화감독, 싱어송라이터를 꿈꾼 이들의 운명 같은 만남?

▲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뮤지컬 <애수>의 이창희 작가, 전예진 작곡가▲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뮤지컬 <애수>의 이창희 작가, 전예진 작곡가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주연을 맡은 고전 영화 <애수(Waterloo Bridge)>(1940). 로버트 E.셔우드(Robert E. Sherwood)의 동명 희곡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젊은 대위 로이(로버트 테일러)와 발레리나 마이러(비비안 리)의 아름답고도 애잔한 사랑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의 대명사라 불리는 작품으로 손꼽히는 고전 중의 고전.

원작의 결을 가져오되,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뮤지컬 <애수>는 런던 발레단에 들어가기 위해 상경한 마이러(유리아)와 전쟁으로 잊혀진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로이(조상웅)가 발레단 취재를 계기로 사랑에 빠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로이는 자신이 평생 찾아온 오폭 사고의 생존자가 마이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오폭 사고를 밝히기 위해 위험한 길을 함께 간다. 이들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전쟁은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이처럼 아름답고도 슬픈 이 고전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이창희 작가는 뮤지컬로 선회, 과거 좋아했던 영화 <애수>를 무대위로 소환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이창희 작가는 뮤지컬로 선회, 과거 좋아했던 영화 <애수>를 무대위로 소환했다


학창 시절 흑백 고전 영화를 즐겨 보던 이창희 작가는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어느 날, 영화 <애수>를 감명 깊게 봤고, 이 원작을 각색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헌데, 결과는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한 그는 연극, 뮤지컬 각본을 쓰게 되었다. 이후 학부 이수를 위해 공연창작학부 뮤지컬 제작반에 들어갔고, 졸업작품을 선정하던 중 이 고전 영화를 뮤지컬로 옮기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아이템 피칭 시간에 운명처럼 전예진 작곡가를 만났다.

중앙대학교 피아노 학과를 졸업한 전예진 작곡가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작곡을 배우러 왔는데, 뮤지컬 작품에 참여할 계기가 생겨 뮤지컬 제작반에서 작가들을 만나게 됐다. 그중 이창희 작가가 가져온 <애수>의 이야기와 감성이 마음에 들어 협업을 약속한 것.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이들 또한 <애수>를 통해 운명(?) 같은 만남이 시작되었다.

 

뮤지컬 <애수>의 스테이지업 리딩공연은 첫 무대가 아니다?

▲ 뮤지컬 <애수>의 리허설 장면▲ 뮤지컬 <애수>의 리허설 장면


뮤지컬 <애수>의 시작은 2018년 3월부터다. 어떻게 각색을 할 것인지, 그것에 맞게 어떤 음악을 만들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둘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점만 같았지 서로 다른 성격에 자라온 환경도 다르다 보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고. 하지만 자주 만나고 통화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를 통해 작품의 기틀을 하나씩 마련해 나갔다.

알고 보면 <애수>는 스테이지업 리딩공연이 첫 무대가 아니다.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6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40분짜리 리딩공연을 했고, 12월에는 서울예술대학교와 용인대학교 합동창작졸업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졸업 공연은 대극장용으로 2시간 넘는 분량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둘 다 많은 노력을 기했다고.


▲ 뮤지컬 <애수>를 만들기 위해 매일 대화하고 작업을 했다는 창작자들▲ 뮤지컬 <애수>를 만들기 위해 매일 대화하고 작업을 했다는 창작자들


졸업 공연 이후, 그들이 향한 건 바로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이었다. 2010년부터 시작한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은 뮤지컬 <모비딕> <여신님이 보고계셔> <풍월주> 등 신인 창작자들의 작품개발 및 시장 진출을 돕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인 창작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이들은 당선을 목표로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공모 마감일을 기준으로 이창희 작가는 2시간 이상 분량의 <애수> 각본을 참가 자격에 맞게 90분 내외 분량으로 줄여나갔다. 차근히 하나씩 떼어낸다는 마음으로 수정을 했다고. 전예진 작곡가도 각본에 맞는 뮤지컬 넘버를 수정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은 합격이란 결과물로 증명됐다.


스테이지업, <애수>의 완성도를 위한 중요한 브릿지!

▲ 최종 리허설 때도 전문가 멘토들의 도움을 받았다▲ 최종 리허설 때도 전문가 멘토들의 도움을 받았다


둘 다 합격의 기쁨은 컸지만 반대로 걱정이 앞섰다. 신인 창작자로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시도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 이들은 앞서 진행한 두 번의 공연에서 러닝 타임과 공연장, 배우 및 스탭 수 등을 기준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특히 졸업 공연에서는 마이러와 로이 뿐만 아니라 키티, 존 등 주변 인물들의 전사를 더 넣었고, 마이러가 속한 발레단원들의 합창 장면을 넣는 등 음악 또한 대극장 공연에 맞는 뮤지컬 넘버를 삽입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멘토링을 담당한 전문가들은 작품이 지닌 호흡이나 장점, 필요한 부분을 같이 고민해주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각색을 통해 현대적인 시각을 담는 방법을, 뮤지컬 넘버는 작품이 갖진 행복과 슬픔의 양가적 감성을 담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8월 말 리딩공연이 확정된 후, 실질적인 도움을 더 받았다. 출연하는 배우와 소통하고 토론하며 리딩공연이 갖는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협업을 이룬 것. 공연 전전날까지 엔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멘토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를 비롯한 현악기, 목관악기를 사용하며 풍성한 음악을 구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를 비롯한 현악기, 목관악기를 사용하며 풍성한 음악을 구현했다.


음악 또한 졸업 공연 당시 피아노만 사용했던 것을 탈피, 이번에는 첼로, 바이올린,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전예진 작곡가는 음악감독과 토론하면서 조금 더 작곡가로서 바라보는 시각과 품어야 하는 영역을 다시금 배웠다며, 스테이지업의 혜택 중 멘토링이 자신에게는 가장 좋았다고 덧붙였다.

 

원작의 큰 장벽을 넘기 위한 창작자들의 노력은?

▲ 극중 마이러 역을 맡은 유리아 배우▲ 극중 마이러 역을 맡은 유리아 배우


개발단계부터 <애수>의 장단점은 극명했다. 이창희 작가는 원작의 아우라가 큰 매력이자 장벽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각색을 통해 원작의 장벽을 뛰어넘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 의식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고민의 초점은 마이러였다.

과거 마이러는 수동적인 여성상이었다면 그가 재창조한 마이러는 이보다 능동적인 여성상으로 바꾸길 원했다. 그래서 아픔이 있지만 발레라는 꿈을 위해 런던으로 상경하고, 연인을 위해 그리고 진실 규명을 위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면을 강조했다. 물론 원작처럼 비극으로 치닫는 운명에 휩싸여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럼에도 극을 대표하는 캐릭터에 새로운 모습을 입히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마이러, 로이, 그리고 조연인 키티(한서윤), 존(황민수)을 통해 꿈과 희망, 좌절과 슬픔의 혼돈에 빠진 청춘들의 초상을 조금씩 투영했다. 특히 주어진 환경에 따른 키티와 존의 극명한 선택을 보여주며, 남을 위한 희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 '긴장하지마', '악몽', '이 밤이 지나면'을 꼭 기억해주세요~▲ '긴장하지마', '악몽', '이 밤이 지나면'을 꼭 기억해주세요~


전예진 작곡가는 영화 <애수>의 테마곡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잊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이번 작품의 대표곡인 ‘긴장하지 마’다. 꿈을 위해 낯선 도시로 온 마이러가 발레단 기숙사에 도착해 부르는 이 곡은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자신감이 담겨있다.

“긴장하지 마, 이젠 이곳에서 난 다시 시작인 거야~ 슬픈 마음이 들면 울어 볼거야! 내 뜻대로 살아볼 거야!”라는 가사만 보더라도 마이러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창희 작가는 대표 뮤지컬 넘버가 작품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데, 둘 다 원했던 감성이 이 곡에 담겨 있어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예진 작곡가도 깊은 애정을 담은 곡이라고.



더불어 “우리가 꿈꾼 미래의 시작이야.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없어”라는 가사로 혼돈의 물결이 치닫는 극의 분위기를 살린 ‘악몽’, 그리고 ”이 밤이 지나면 날 기억할까? 이 밤이 지나면 널 기억할게”라는 가사로 짧은 만남이지만 운명적 사랑을 받아들이는 듀엣곡 ‘이 밤이 지나면’도 좋아하는 곡이라고 전했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한 시작은 이제부터

리딩공연이 끝난 후, 이들은 약속을 하나 했다. 3일 동안 작품 생각하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말고 쉬는 것이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기 위한 도움닫기 기간을 갖자는 무언의 약속이었던 셈. 리딩공연 이후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 작품에서 해보고 싶은 것과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에 균형을 찾는 과정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으로 받은 것을 보고 느꼈다는 이들의 계획을 들어봤다.



<애수>는 러브스토리이자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이들의 성장통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원작의 장점과 각색을 통한 주제 의식을 함께 가져가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이창희 작가 –

 

더 들려주고 싶은 뮤지컬 넘버가 많아요.(웃음). 지금보다 더 고민하고 다양한 걸 시도하면서 완성도를 높인 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 전예진 작곡가 –

 

 

이창희 작가와 전예진 작곡가가 예전부터 뮤지컬을 꿈꾼 이들은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저마다 다른 꿈을 갖고 있던 청춘들이었다. 하지만 글과 음악이 만나 뮤지컬을 완성하듯이 영화로 시작한 글쓰기 능력과 피아노로 섭렵한 작곡의 능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틀에 박혀있지 않아 더 새로운, 그래서 신선한 작품이 이들 손에서 탄생하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시작점이 <애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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