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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와 뮤지컬의 만남! 듣기만 해도 생소하다. 그래서일까?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리딩공연작 <어나더 어스>에 대한 호기심이 강렬히 인다. 제목부터 SF스러운 이 작품의 창조자 김재민 작가,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무대로 펼쳐냈을까?

 

친한 누나, 동생에서 뮤지컬 창작자로~

▲ 뮤지컬 <어나더 어스> 창작자 김재민, 유한나입니다.▲ 뮤지컬 <어나더 어스> 창작자 김재민, 유한나입니다.


<어나더 어스>는 21세기 말을 배경으로, ‘또 다른 지구’에 대해 알게 되는 노아(최석진)가 자신의스승이자 불명예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사이먼 박사의 행적을 추적하는 도중 ‘또 다른 지구’의 대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알기 위해서는 극 중 계급으로 나눠진 사회 구조를 알아야 한다. 미래사회는 ‘레이나’ 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수억의 인류가 사망한 후, 바이러스를 이길만한 월등한 신체조건의 인간인 ‘노빌리움’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어 살아가는 호미니스(일반인)로 구분된다. 극 중 노아는 호미니스로 태어나지만, 바이러스로 가족을 잃은 후 노빌리움이 되고 싶어 사이먼 박사의 실험에 참여한다. 이곳에서 같이 실험에 참여한 호미니스 조슈아(김지유)를 만나고, 노빌리움으로 태어난 사이먼 박사의 아들 람(주민진)과 친구가 된다.


▲ 작가와 작곡가로서의 두 역할을 모두 담당했던 유한나 님▲ 작가와 작곡가로서의 두 역할을 모두 담당했던 유한나 님


SF 장르인 <어나더 어스>는 기본 이야기만 봐도 세계관 자체가 낯설고 새롭다. 하지만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에게는 언제나 머릿속에 존재했던 이야기였고, 작품의 초기 아이디어와 구성을 어렵지 않게 발전시켰다. 그녀는 대학 시절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관련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무대와 연을 맺었다. 잠시 해외로 유학을 떠나 영화음악을 전공했지만, 국내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뮤지컬의 길을 걸었다고. 유년 시절 SF 영화와 도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도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은 후,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인 죽음을 주제로 계급 사회가 철저한 미래 사회에서 또 다른 지구를 찾는 여정의 이야기를 썼고, 이를 김재민 작가에게 보여줬다.

뮤지컬 배우 겸, 연출, 작가로 활동하는 김재민 작가는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의 교회 친한 동생이자 뮤지컬 <마르틴 루터>(2017)의 창작자로 함께 했던 동료다. 그는 <어나더 어스>의 스토리를 접하는 순간, 놀라움과 흥미로움이 함께 밀려왔다. 그리고 함께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함께 고생하며 만든 <마르틴 루터>에 이어 또 한 번 창작극 제작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어나더 어스>의 대사서시는 시작됐다.

 

<어나더 어스>, 스테이지업 과정이 필요했던 이유?

▲ 뮤지컬 <어나더 어스>의 리허설 장면. (좌부터) 김태윤, 김지유, 최석진, 주민진 배우▲ 뮤지컬 <어나더 어스>의 리허설 장면. (좌부터) 김태윤, 김지유, 최석진, 주민진 배우


뮤지컬, 영화, 소설 등 가리지 않고 SF 장르는 개발 과정이 중요하다. 상상을 기초로 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한 소재 차용이나 스토리라인을 견고하기 위해서는 필수 과정인 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경우, 웜홀 전문가인 천체 물리학자 킵 손 교수의 철저한 자문을 받는 등 개발과정에 힘을 줬다.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도 과학적 접근과 이야기의 응집력을 더하기 위해 2018년 초부터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한 문화 콘텐츠 지원 사업을 통해 과학 이론을 접목한 스토리 개발을 했다. 김재민 작가와 협업을 하면서 구축한 세계관과 이야기는 3부작으로 구성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 되었고, 이중 두 번째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발전시킨 게 <어나더 어스>다.

스토리 개발이 끝난 시점이었던 올해 3월, 대본은 완성됐다. 분량은 80페이지(뮤지컬로 약 150분 분량). 이미 지난해부터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공모를 준비하고 있던 이들은 대본과 음원 5곡을 일정에 맞춰 제출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은 뮤지컬 <모비딕> <여신님이 보고계셔> <풍월주> 등 신인 창작자들의 작품개발 및 시장 진출을 돕고 있는 프로그램. 신인 창작자인 동시에 작품 자체가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않는 SF 장르였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공모전 합격이 꼭 필요했다.


▲ 창작진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대본과 실제 리딩공연에 쓰였던 소품들▲ 창작진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대본과 실제 리딩공연에 쓰였던 소품들


그 결과, 이들은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Sf 장르라는 차별화된 이야기와 그에 걸맞은 음악 완성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지만 리딩공연 선정을 위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90분이라는 시간, 그리고 각 인물과 상황에 맞는 개연성을 부여하는 등 시간과 내용의 완성도를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이 때 이들의 은인이 나타났으니, 바로 멘토링 담당 전문가들이었다. 첫 멘토링 시간에 대본을 다 읽어온 후 장장 4시간 동안 첫 줄부터 끝줄까지 인과 관계에 따른 서사, 개연성 등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이를 자양분 삼아 수정의 방향을 잡았다.

실질적인 멘토링의 도움으로 리딩공연에 선정된 이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떤 이야기를 삽입하고 삭제할 것인가에 대한 조율과 수정을 거쳤고, 배우들과 대본 리허설을 통해 각각의 의견을 수렴 후, 반영하기도 했다. 특히 SF 장르에 걸맞게 로봇인 홍키(김태윤)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로봇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행동과 대사를 삽입했다. 더불어 음악도 10곡에서 19곡으로 늘리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SF 세계관 안에 숨겨진 이야기는 인간다움?

▲ 극 후반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지향점이 달랐던 노아, 람, 조슈아의 삼중창 '노아의 선택' 리허설 장면▲ 극 후반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지향점이 달랐던 노아, 람, 조슈아의 삼중창 '노아의 선택' 리허설 장면


<어나더 어스>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또 다른 지구를 찾아 떠나는 노아와 홍키의 여정에 집중한다. 특히 양자물리학 등 과학 이론을 근거로 한 이야기와 노빌리움과 호미니스로 나눠진 계급 사회, 황폐해진 지구 등 SF 장르의 각 요소를 적절히 삽입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후반부는 비밀의 웜홀을 통해 또 다른 지구에 도착한 노아와 홍키가 죽은 줄 알았던 조슈아와 호미니스들을 만난다. 이곳에서 노아와 홍키는 호미니스들이 인간이라면 주어진 ‘죽음’의 관념이 깨져 생긴 불평등한 사회로부터 탈출하고, 노빌리움으로부터 분리되어 이루는 유토피아 적 시민사회를 두 눈으로 확인한다.

SF 장르의 외피를 살짝 걷어내면 삶과 죽음, 평등과 불평등, 자유와 억압 등 인류가 생겨난 후에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다양한 고민과 대립의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김재민 작가는 극 중 미래 사회에서 살아 숨 쉬는 세 명의 주요 캐릭터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노빌리움의 지배와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호미니스를 유토피아로 데려가려는 노아, 황폐한 지구에서 또 다른 지구로 노빌리움과 호미니스를 모두 데려가려는 람, 죽음을 기다리지만 행복한 삶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슈아. 마지막 삼중창 곡인 ‘노아의 선택’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들 각자가 가진 인간다움이란 의미의 대립 구도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음악 또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느낌을 다르게 가져간다.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는 유학 시절 영화 스코어(Film Score: 오로지 영화를 위해 완성된 ‘음악’) 관련 전공을 살려, 전반부는 SF 장르에 맞게 기괴함(?)을 곁들인 음악을 보여줬다. 특히 영화 <블레이드 러너> 등 SF 영화에 자주 쓰였던 신디사이저를 비롯해 일렉 기타,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를 사용하며 미래 사회의 느낌을 부여했다. 이후 또 다른 지구에서는 평화로운 세상이란 느낌을 주기 위해 익히 들었던 곡을 사용했고, 실제 미국 테네시 네슈빌 여행 시 행복함을 느꼈던 컨트리 음악을 넣으면서 축제 분위기도 연출했다.


▲ 피아노와 지휘를 동시에 했던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 피아노와 지휘를 동시에 했던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은 람이 부르는 ‘라메스’다. 극 중 유일한 완창 솔로곡으로, 과거의 일을 잊고, 그동안 바라던 자신의 꿈과 욕망을 드러내는 내용의 넘버다.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는 람의 과거 슬픔과 미래의 야망을 동시에 전하는 동시에, 누구나 들어도 귀에 꽂히는 곡이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고심했다고. 가사와 후렴구를 계속 수정해가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람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의 메인 넘버가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음악으로서 각 캐릭터의 느낌을 발현하기 위해 상, 하향 곡 구조를 달리 가져가는 등 작곡자로서 차별화를 위한 고민의 흔적을 소개했다.

 

리딩공연, 그리고 또 다른 시작점

▲ 현재진행형인 인류의 고민을 이 작품에 담아봤다는 김재민 작가▲ 현재진행형인 인류의 고민을 이 작품에 담아봤다는 김재민 작가


이들에게 리딩공연은 좋은 기회이자 <어나더 어스>가 최종 상업 공연으로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열린 것이다.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는 이번 스테이지업 과정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가 창작자가 아닌 대중의 입장에서 극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민 작가도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대중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멘토 전문가들이 잘 알려줬고, 이 과정을 통해 리딩공연으로 가는 지름길을 걸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남은 건 리딩공연에서 받은 피드백을 자양분 삼아 대중들이 원하는 부분, 그리고 자신들이 이 작품에 꼭 담고 싶은 메시지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어나더 어스>의 완성도를 더 쌓을 계획이다.



더 많은 대중이 낯설지만 신선한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도록 좋은 뮤지컬로 보답하겠습니다.

– 김재민 작가 –

 

우선 <어나더 어스>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이고,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이나 웹툰으로 기존 3부작으로 구성된 세계관을 소개하고 싶어요.

– 유한나 작가 겸 작곡가 –

 

 

김재민 작가는 작품 중 “빨리 가는 것이 아닌 올바르게 가는 것”이라는 조슈아의 대사를 좋아한다. 올바르게 가는 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빨리 작품화 시켜서 무대에 올리는 게 아닌, 시행착오를 겪어도 올바른 수정 과정을 겪어야 비로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온다. 두 창작자는 조슈아처럼 올바른 길을 가려고 한다. 과정 자체가 쉽지 않겠지만, 이번 리딩공연을 통해 얻은 힘이 있기에 이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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