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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이후 저물어가던 영국의 팝 음악을 다시금 일으켜 세운 그룹 ‘오아시스’. 명실공히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온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매체와 영화를 통해 소개되어 왔다. 유명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룹이었던 지라 그들의 이야기는 항상 화젯거리가 되곤 했는데, 단 한 번도 밴드 멤버들에게 오롯이 집중했던 경우는 드물었다. 다큐멘터리 <리암 갤러거>는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오아시스에 가려 한동안 많은 오해를 받아야 했던 리암 갤러거에 집중한다. 그를 통해서 새롭게 다가오는 그룹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영화가 전해주는 작품의 매력을 좀 더 파헤쳐 본다.


트러블 메이커에서 인간 존재로서의 리암

▲ 로큰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 오아시스의 프론트맨 리암 갤러거(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로큰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 오아시스의 프론트맨 리암 갤러거(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리암 갤러거는 형인 노엘 갤러거와 함께 밴드 오아시스를 만들어 밴드의 프론트맨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오아시스의 대중적 인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던 리암이었지만, 결국 밴드가 해체되었을 때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것 또한 리암이었다. 밴드 활동 초기부터 그는 트러블 메이커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녔고 형 노엘은 그러한 동생의 행동에 대한 뒷수습을 도맡아 밴드를 유지시켜왔다.

오아시스가 록밴드 특유의 저항정신, 반항아적 이미지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리암의 몫이었다. 그 덕분에 오아시스가 얻어낸 인기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런 동생을 형이 참지 못하고 팀을 해체시켰다는 설이 가장 크게 대두되었다. 물론 오아시스의 해체는 쉽게 누구의 잘잘못으로 귀결될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여러 매체들은 리암에게 더욱 책임을 전가하며 그의 이미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팀의 해체라는 큰 변화와 형의 절교 선언들이 분명 리암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테지만, 그는 이를 ‘상처’라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분노의 감정만 쏟아낼 뿐이었다.


▲ 리암 갤러거의 공연 현장(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리암 갤러거의 공연 현장(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작품에서는 그런 리암의 감정적 변화에 집중한다. 서사의 시작을 팀의 해체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동안 한 번도 오롯이 주목받지 못했던, 그래서 여러 오해에 휩싸여 있던 그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서 <리암 갤러거>는 오직 리암의 목소리에만 집중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인간 존재로서의 그를 볼 수 있게 된다.

영화는 그의 잘못들에 변명하지 않고 구구절절 해명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동안 쉽게 전달되지 않았던 리암의 진면목을 풀어낼 뿐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리암의 진솔한 목소리가 작품 가득 채워졌기 때문. 이전 그가 했던 인터뷰와 짧은 말들은 모두 언론 매체를 통해 왜곡되거나 해석되어 대중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리암의 진심은 지워지거나 오해 되기 십상이었다. <리암 갤러거>는 무대 뒤의 리암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일상생활, 심지어 쉽게 꺼내지 못했던 속 마음, 형에 대한 생각들을 여가 없이 담아낸다. 가수, 악동, 오아시스 프론트맨으로서의 리암이 아닌 여러 풍파를 이겨낸 한 인간 존재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아시스의 역사 속에 가려진 리암

▲ 우린 리암 갤러거의 진짜 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린 리암 갤러거의 진짜 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리암 갤러거는 1972년,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출생했다. 형인 폴, 노엘과 함께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문제아였다. 자전거를 훔치고,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퇴학당하고,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기보다는 집에서 뒹굴 거리며 동네 친구들과 사고나 치던 아이였다. 그의 비극은 아버지의 가정폭력에서부터 시작된다. 폭력을 일삼고, 도박과 술에 취해 살아 가족을 힘들게 만든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범죄까지 종용하기도 했다. 특히 아버지의 폭력에 노엘은 한 동안 말을 더듬었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갇혀 살았다.

이 모든 아픔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함께 밴드 오아시스를 결성하고 난 뒤부터였다. 팀 결성 전, 노엘과 리암은 서로 다른 밴드에서 활동했었다. 리암이 활동하던 ‘레인’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으나 지역에서 소소하게 관심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가던 밴드였다. 리암이 리드보컬이 된 뒤로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노엘을 영입하고 이름도 오아시스로 바꿔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시작 했는데, 작사와 작곡을 전담했던 노엘에 의해서 밴드의 성격 또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음악들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음악성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중친화적인 면모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리암의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와 노엘의 대중적인 멜로디는 곧바로 영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전 세계로 영국의 팝 음악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 리암이 원했던 음악은 오아시스 초기 음악과 가깝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리암이 원했던 음악은 오아시스 초기 음악과 가깝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노엘은 조금씩 실험적인 도전들을 이어가기 시작 한다. 그 시도는 대중들에게 낯설게 다가왔고 결국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는데, 초기 멤버들의 탈퇴와 음악성의 변화들은 노엘과 리암이 불화를 겪은 본격적인 이유들이기도 했다. 4집 앨범 에서부터는 조금씩 리암도 곡의 제작에 참여하긴 했으나 여전히 밴드의 방향성은 노엘이 주도해서 만들어나갔다. 팀의 해체 이후 노엘과 리암이 각자 내놓은 곡의 차이를 살펴보면 리암이 원했던 음악들은 오아시스의 초기 음악들에 더 가까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노엘의 그늘에서 벗어난 이후 리암이 뮤지션으로 우뚝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가 예술성과 실험성보다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들을 더욱 선호했음을 알린다. 이러한 리암의 음악성은 분명 오아시스의 대중적 인기의 큰 기반이 되기도 했지만 노엘의 그늘에 묻혀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이기도 했다.


리암의 10년 지기 친구 찰리 라이트닝 감독

▲ 리암의 솔로 앨범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제작하다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게 되었다는 <리암 갤러거>▲ 리암의 솔로 앨범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제작하다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게 되었다는 <리암 갤러거>


<리암 갤러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를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감독 찰리 라이트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리암의 솔로 앨범 제작 비하인드 영상 제작하며 시작되었다. 홍보용으로 제작한 인터뷰와 음반 제작 과정에서 감독은 이 작품이 한 편의 장편영화로서 관객과 만나야 한다고 느꼈다. 이 결정은 그가 리암의 곁을 지키며 해체 이후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담아 왔던 영상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영상 속 리암은 매체에서 왜곡되어 전달되었던 문제적 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친절하고, 솔직하고, 인간적인 고뇌도 짊어지고 있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처 많은 인물이 바로 카메라에 포착되었던 것이다.

찰리 라이트닝 감독은 이러한 소스들을 바탕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개빈 피츠제럴드를 만난다. 그는 아일랜드의 이종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다큐멘터리 <코너 맥그리거: 노토리우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이었다. 인물 다큐로서 큰 성공을 얻었기에 리암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해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던 것. 둘의 협업은 리암의 새로운 도약에 큰 기여를 했다.

<리암 갤러거>는 리암이 홀로 내놓은 솔로 앨범의 공식적인 성공과 함께 그를 재평가 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가정폭력의 희생자로서, 대중적 인기를 얻은 팝스타로서, 이혼 후 두 아들과 함께 음악과 인생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로서, 영화 속 리암의 다양한 면모들은 그의 음악이 곧 그의 목소리이자 솔직한 고백 임을 깨닫게 한다. 겉멋으로 가득 찼던 젊은 시절의 악동이 아닌 인생을 사유하기 시작한 장년으로서 그의 노래들은 영화 속에서 더욱 빛난다.



영화에서 리암과 노엘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는다. 리암도 굳이 노엘을 보고 싶다는 닭살스런 고백을 늘어놓지 않는다. 둘의 이별은 둘 다에게 상처였고 그 상처는 시간이 더욱 걸려야 회복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 어쩌면 이 작품을 제작한 이유가 형인 노엘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리암은 자신의 노래와 활동을 형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형에게 더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오기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었다. 그런 리암의 진심을 들여다본다면 비록 다큐에서 둘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노엘 또한 리암의 콜링에 응답할 때가 곧 오리라 기대도 된다. 그만큼 영화 속 리암은 진심 어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대한 화답으로 노엘의 단독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재결합 콘서트가 국내에서 개최된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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