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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49년,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이 인간의 감정을 알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뎌졌던 우리의 감정을 일깨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헬퍼봇의 이야기에 자꾸만 눈물이 흘러 여분의 마스크를 챙겨 가야 할 정도라는데. 관객들이 이토록 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서연 무대감독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배우와 관객 모두 극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

▲ <어쩌면 해피엔딩>의 최서연 무대감독


“어쩜 정말 이게 그게 맞나 봐, 몰랐지만 나도 할 수 있나 봐~” 2049년,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클레어와 올리버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달콤한 노래와 화려한 조명, 배우의 연기에 관객들도 덩달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극에 점점 깊게 몰입하려는 찰나, 배우가 소품을 찾지 못하거나 동선이 꼬인다면? 아마 그 이후로도 몇 분은 배우의 실수가 맴돌아 극에 완전히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배우는 연기에, 관객은 극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무대감독의 역할이다. 최서연 무대감독은 지난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어쩌면 해피엔딩>의 무대를 책임지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무대감독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조금 특별한 작품이다. 같은 공연을 두 번 이상 맡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16년 <땡큐베리 스트로베리>로 무대감독 입봉 뒤, 2018년 우연한 기회로 <어쩌면 해피엔딩>의 대본을 받았는데 스토리가 너무 맘에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그 후, 다시 한 번 이 공연의 무대감독으로 참여하게 돼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단다.

이미 한차례 무대감독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대의 구조나 동선, 조명 등이 머릿속에 다 저장돼 있을 것 같지만, 디자인이나 장치, 연출 등 지난 공연과 달라진 부분이 있어 처음 공연을 준비했을 때의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새롭게 도입된 무대 장치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묻기도 하고,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기도 하면서 이론적 지식과 현장 지식을 채워가며 무대를 꾸려나갔다.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것이 무대감독의 일!

▲ 작음 소품 하나까지 꼼꼼히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무대감독의 역할!

 

무대감독은 대본, 음악, 안무가 다 준비되고 난 뒤에 무대를 꾸리기 시작 할 것 같지만, 누구보다 먼저, 가장 오랫동안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보통 첫 공연의 막이 오르기 2~3달 전부터 준비한다. 대본이 나오면 이에 따라 작가, 연출, 무대 디자이너, 안무 등이 구상한 공연을 무대로 옮겨 놓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이 과정에서 안무감독과 협의해 배우의 동선을 수정하고, 연출 및 조명감독과 의논해 조명과 무대 장치 등이 의도했던 대로 무대에 구현될 수 있도록 한다. 또,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배우가 연기하기에 가장 편하도록 세팅을 해두는 등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면밀히 살피고 준비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는 LP를 두는 방향, 순서까지도 미리 세팅을 해놓고 남녀 주인공인 올리버와 클레어를 이어주는 종이컵 전화기의 줄이 꼬여 있는지까지 확인할 정도라고.


▲ 장면마다 필요한 소품, 주의해야 할 것들을 메모해 둔다


무대감독이 이토록 세심하게 신경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전이다. 뮤지컬은 공연 특성상 암전이 된 상태에서 장면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곧 배우들이 불빛 하나 없는 무대에서 다음 장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무대감독은 배우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다음 장면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동선에 방해가 되거나 위험한 요소는 미리 파악해 형광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놓고, 소품이 있어야 할 자리 또한 하나하나 표시해 둔다. 암전된 무대 바닥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형광테이프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철저한 준비와 배우, 스태프 간의 약속으로 진행되는 공연


무대의 막이 오르면, 철저히 준비한 것들이 잘 진행되는지 공연으로 확인할 차례. 무대감독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SM(Stage Manager) 데스크에 상주하며 공연이 큐시트에 맞게 진행되는지 살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큐사인은 30개 정도. 각 사인에 맞게 조명이 잘 켜졌는지, 리프트나 LED가 맞게 작동하는지 매 순간 체크하는 것 또한 감독의 몫이다.

이 작품을 본 많은 관객들의 머리에 깊게 입력(?)되는 ‘반딧불이’ 장면도 무대감독의 노력에 의해 완성된다. 무대 전체에서 피어오르는 반딧불이는 그 자체로 짜릿함과 동시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최서연 감독은 이런 장면이 만들어지려면 조명, 배우 등 모든 큐사인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장면이 실수 없이 완성되면 그 또한 무대감독이자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쾌감을 느낀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또 하나의 공연 

▲ SM(Stage Manager) 데스크에서 큐시트를 살피는 최서연 무대감독


이처럼 최서연 무대감독은 조명, 무대, 대본 등 체크해야 할 것을 빼곡히 적은 리스트와 큐시트로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때론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무대 위로 나가 직접 해결할 수 없어 답답하기도 하면서 배우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때문에 공연 중 생기는 일은 오롯이 배우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의 특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다음 공연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대감독은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무대일지를 꼼꼼히 작성해 둔다. 최서연 무대감독은 공연이 끝나고 무대일지에 아무것도 쓸 것이 없을 때가 가장 보람차단다. 그만큼 무탈하게 공연을 끝냈다는 의미이기 때문.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긴장감과 뿌듯함, 안도감이 교차하는 뮤지컬. 하지만 100번을 공연하면 100번 모두 다르게 다가오는 무대의 매력이 그가 무대감독으로서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때로는 누구보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으로, 때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공연을 보는 무대감독에게 백스테이지는 어떤 의미일까? 

최서연 무대감독에게 백스테이지와 온스테이지는 모두 하나의 무대다.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 스크린 하나만 설치하면 한 쪽은 백스테이지가 되고, 다른 한 쪽은 온스테이지가 되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백스테이지 또한 함께 긴장하고, 극의 흐름을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백스테이지도 하나의 무대 같아요. 

백스테이지와 온스테이지에서 준비했던 것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만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되니까요.


배우들이 안전하게 공연을 하고, 관객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백스테이지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는 최서연 무대감독. 향후 다양한 공연에 참여해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무대 뒤에서 펼칠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Posted by 사용자 SMC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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